<시청앞>악행은 보이지 않게 속으로 그 죄업이 늘어
<시청앞>악행은 보이지 않게 속으로 그 죄업이 늘어
  • 시정일보
  • 승인 2016.09.01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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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爲善(위선)에 不見其益(불견기익)은 如草裡東瓜(여초리동과)하여 自應暗長(자응암장)하며 爲惡(위악)에 不見其損(불견기손)은 如庭前春雪(여정전춘설)하여 當必潛消(당필잠소)니라.

이 말은 ‘착한 일을 하고서도 그 이익을 보지 못하는 것은 마치 풀속에 난 동아처럼 모르는 사이에 저절로 자라나기 때문이다. 악한 일을 하고서도 그 손해를 보지 못하는 것은 마치 뜨락의 봄눈처럼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녹아들기 때문이다’는 의미이다.

단테는 <신곡>에서 가을의 나뭇잎이 하나 또 하나 떨어져서 온통 땅을 뒤덮어 버리듯이 그렇게 아담이 뿌린 악의 씨도 하나 또 하나 그 기슭을 떠나간다고 애통해 했다. 하긴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세상이 점점 비대해지는 만큼 악은 그 영역을 더욱 넓힐 수밖에 없을 지도 모른다. 선과 악이 각각 신의 왼손과 오른손이라면 그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라도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루소가 말하기를 ‘인간이여 악의 장본인을 찾으려고 하지 말라. 이 장본인이야말로 그대 자신이다. 그대가 지금 행하고 있는 악이나 그렇지 않으면 그대가 인내하고 있는 악 이외에는 악이란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 어느 것이라도 그대 자신으로부터 나온다’고 했다. 뜨락에 봄눈이 녹아드는 것처럼 악행은 눈에 보이지 않게 속으로만 그 죄업이 늘어간다. 악행으로 인한 손해는 그 스스로 알 수가 없다. 법구경에는 ‘악은 사람의 마음에서 나와 도로 사람의 마음을 망친다. 마치 녹이 쇠에서 나와 바로 그 쇠를 먹는 것처럼’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작금에 들어 대형 건설업체들이 담합의 타성을 아직도 버리지 않고 있다는데 대해 우리는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최근까지 공정위가 적발한 시공능력평가 상위 10개사의 담합행위는 총 102건에 1조 122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징금은 2014년 6331억원에서 지난해 1830억원으로 크게 줄었지만 올 들어 8월까지 3062억원으로 이미 지난해 전체 수치를 훌쩍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업계는 대형 담합사건으로 물의를 빚은 지난 2014년 7월 “입찰 담합 등 불공정 행위로 국민께 심려를 끼친 점을 깊이 반성한다”며 준법경영시스템 실천을 선언했지만 말 뿐 지금도 매한가지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공공공사의 담합은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된다는 점에서 결코 용서받을 수 없다. 대기업건설사 간 담합은 대기업·중소기업 간 불균형 및 시장경쟁 왜곡을 부추기는 악질행위일 뿐만 아니라 국민 혈세로 욕심을 채우는 파렴치한 행위이다. 차제에 정부는 제대로 된 담합근절방지책을 마련하고 선진국들처럼 혹독한 처벌이 뒤따르게 해 다시는 담합을 한 업계는 공사현장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