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칼럼>고양시와 서울시의 기피시설 논란
<시정칼럼>고양시와 서울시의 기피시설 논란
  • 시정일보
  • 승인 2016.09.01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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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춘식 논설위원
   
임춘식 논설위원

[시정일보]사회갈등의 대부분은 혜택은 다수가 누리지만 피해는 특정지역에만 돌아가 생기는 지역 간 갈등이 차지한다. 특히 경기도에는 총 43개의 서울시 소유 주민기피시설이 있다. 기피시설의 종류도 폐기물·음식물쓰레기·하수·분뇨 처리를 위한 환경시설, 화장장, 봉안당, 공설묘지 등 장사시설, 노숙인, 노인·정신요양 등 수용시설 등으로 다양하다.

서울시의 장사(葬事)시설은 서울시민이 경기도에서 장례를 치른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대부분 경기도에 위치해 있다. 고양시의 경우 장례식장, 납골당, 화장장 등 장사시설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약 1조 3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민과 서울시민은 생활환경 불편, 거주지 미관 저해, 안전과 건강 우려감, 경제적 손해 등의 순으로 기피시설 반대 이유를 꼽았다. 님비(NIMBY: Not in my backyard, 내 뒷마당에서는 안 돼!)현상은 피해를 주는 원인이 있어 발생하는 만큼 지역이기주의로 간주하기보다 문제해결의 출발점으로 삼는 것이 바람직하다.

문제는 강력한 추진력이 있는 정부나 광역지자체가 필요한 사업임에도 지역주민의 반발 앞에는 사업 추진이 보류나 재검토 등 제동이 걸리기 일쑤다. 선거에서 나온 공약이 현안으로 대두되는 과정에서 실현 가능성 여부가 잘 걸러지지 못한 점도 중도 포기의 한 원인이 된다.

지역주민에게 꼭 필요하더라도 우리 땅만은 기피시설이 안 된다는 님비현상도 여기에 한몫하고 있다. 경기도 포천시가 야심차게 추진했다가 백지화한 광역화장장 건설 사업이 그 예다. 광역화장장 건설 사업은 국비와 지방비 등 모두 1349억원을 들여 영북면에 화장로와 봉안당, 자연장지를 갖추는 사업이다.

경기도 고양시에 서울시립승화원이 있으나 고양·파주 주민 외에는 100만원이란 고가로 이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경기 북부지역 주민은 대부분 성남·수원, 멀리는 강원도의 화장장을 이용하는 등 불편을 겪는다.

포천시는 이를 고려해 친환경시설로 광역화장장을 지어 주민 불편을 해소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도 꾀했다. 2011년 포천시와 남양주·구리·가평·의정부·양주·동두천, 강원 철원 등 모두 8개 시·군이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그러나 관광지 입구에 화장장을 설치하는 것은 부적절하고 재원조달 방안이 불분명하다며 시의회가 동의하지 않아 사업이 무산됐다. 결국 모두에게 필요하지만 우리는 안 된다는 주민 반대가 시의회를 움직여 발목을 잡은 셈이다.

이처럼 지역과 지자체가 꼭 필요로 하는 사업임에도 이해관계에 얽힌 지역민이나 지방의회의 반대에 부딪혀 지역 현안이 좌초되는 현상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사업 추진 전이나 추진 과정에서 해당 사업에 대한 필요성 등을 좀 더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사전에 이해와 동의를 구하는 절차가 더욱 절실함에도 불구하고 진행되기 때문에 반대여론을 잠재우지 못하고 결국 사업을 포기하게 된다.

고인을 편안하게 모시는 거의 마지막 절차라고 볼 수 있는 화장. 이러한 화장을 진행하는 곳을 우리는 화장터라고 한다. 화장은 여성분들이 하는 메이크업이 아니며 화장터는 시체를 태워 장사를 지내는 곳의 의미를 지닌다.

서울시립승화원(옛 백제 화장터)은 1971년 서울시 홍제동에서 고양시로 이전하여 운영한지 어언 46년이 되었다. 그런데 주민들은 이 기피시설로 지역 이미지 훼손에 따른 부동산 가치하락, 교통체증, 소음, 악취, 상대적 개발낙후 등의 막심한 피해를 하소연 하며 서울시립승화원의 영업 중단과 즉각 철거를 주장하는 궐기대회와 단식 투쟁이 시작됐다. 고양시 주민기피시설대책위원회(위원장 김금복)는 지난 8월20일 250여명이 모인 가운데 승화원이 시민들의 피해를 무시한 채 1년에 100억원의 수익을 내는 영업을 규탄했다. 오늘(9월1일)부터 경기북부 지자체 승화원 진입을 막는다는 성명서를 발표해 초미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님비는 지역이기주의라는 부정적인 사고보다 문제해결의 단초라는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 서울시는 경기도에 입지한 기피시설로 혜택을 보는 만큼 국내외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해 피해지역에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과감한 인센티브를 통해 합의를 이룬 사례도 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서울추모공원은 지역주민에게 많은 혜택을 주어 신속한 합의를 이끌어 냈지 않았는가.

서울시에서 설치·운영 중인 승화원 등의 기피시설로 인해 지역주민들에게 많은 피해를 주고 있어 2012년 5월 고양시와 서울시가 협약을 체결해 문제를 해결코자 노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직까지도 주민기피시설대책위원회가 움직이고 있다는 것은 고양시 주민들을 기만하는 일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하루 빨리 고양시 주민들의 피해가 발생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 주길 기대한다. ( 한남대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