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지방의회 선거유감
<기자수첩>지방의회 선거유감
  • 윤종철
  • 승인 2016.09.08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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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어떤 조직이든 수장이 바뀌면 기자가 처음으로 하는 일은 새 수장에 대한 인터뷰다. 조직을 이끌어갈 새 수장의 생각을 알아야 헤매지 않고 그 길목을 미리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후반기로 접어든 지방의회가 새로 의장을 선출하면서 많은 기자들이 인터뷰 전쟁에 뛰어들고 있다.

그중 전반기와는 달리 기자들이 주로 던진 질문이 ‘의장단 선출시 불거졌던 잡음을 어떻게 수습할 것인가’라는 질문이었다.

이 질문이 가지는 의미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말 그대로 그간 갈등과 반목했던 의원들의 마음을 어떻게 돌릴 것인지와 다른 하나는 과연 그 골이 얼마나 깊은지를 가늠해 보기 위함이다.

사실 이번 후반기 의장단 선거와 관련해 지방의회 의원들 간 후유증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불법ㆍ탈법 적인 비리 적발 사실은 차치하고 소속 의원들 간 멱살을 잡고 화분을 던지는 등 사생결단식 감투싸움이 벌어지며 곳곳에서 파행이 빚어졌다.

결국 지난달 말까지도 서울시 25개 구의회 중 6개 의회가 원구성을 마무리 하지 못했다. 전반기 의장단 구성이 늦어 이제야 후반기 의장단을 선출한 양천구의회를 제외하고도 5곳 중 1곳은 원구성을 하지 못한 셈이다.

특히 관악구의회의 경우 현재도 의장만 선출된 상태며 부위원장 이하 각 상임위원장 조차도 선출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제대로 된 후반기 의회는 기대하기 어려워 보이며 민생은 뒷전으로 당파 싸움만 하다 마무리 될 소지가 크다. 기자들의 질문이 집중된 이유다.

문제는 아무도 이에 대한 질문에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나같이 대답은 ‘믿음ㆍ소망ㆍ사랑’이었다.

의원들 간 협치를 ‘소망’하며 의원들이 이를 실천해줄 것을 ‘믿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포용해 나가겠다는 대답이 전부다.

이에 이제는 지방의회 의장단 선거 제도 자체의 체질부터 바꿔야 된다. 현재 지방의회 의장 선거는 공직선거법상 선거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의원들끼리의 ‘속닥속닥’ 선거에서 벗어날 수 없다. ‘사고’를 부르는 원흉이다.

소위 ‘격’이 다른 의장이 되기 위해서는 ‘격’이 다른 선거 방식이 필요하다. 입후보 등록제나 토론, 자질 검증 작업이 그 시작일 것이다.

유급보좌관제나 인사권 독립, 의정비 인상 등은 지방의회 스스로 이같은 자성과 노력이 뒤따라야 얻을 수 있는 떡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기억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