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국회 개혁/김국헌 전 국방부 기획국장
<특별기고>국회 개혁/김국헌 전 국방부 기획국장
  • 시정일보
  • 승인 2016.09.08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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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정세균 국회의장이 정기국회 개회사에서 한 말을 두고 말이 많다. 국회의장은 스피커(speaker)이니 국민을 대표해서 발언한 것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엄밀하게는 틀렸다. 미국에서 하원 의장을 스피커라고 하는 것은 영국에서 따온 것인데 의장을 스피커라고 하는 것은 국민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국왕을 대표하는 것이다. 스피커의 원래 유래는 이와 같다.

국회는 국민을 대표하며 의장은 국회를 사회(preside)한다고 하는 것이 정확하다.

영국은 입헌군주국이다. 주권은 국왕에게 있다. 정확하게는 the Queen in the Parliament에 있다. 그런데 의회는 국민을 대표한다. 그러므로 국민 속의 국왕이 주권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영국의 입헌군주제는 군주 國體와 민주 政體를 교묘히 결합하였다. 국왕이 의회에 나오지 못하니 스피커는 국왕을 대신하여 의회를 진행한다. 여야가 소란이 있으면 의장이 일어나 ‘order, order!’를 주문하면 일순에 조용해진다. 의장의 한마디는 국왕이 명령하는 것과 같고 이것은 국민이 명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이것이 수백 년 동안 정립된 영국의 헌정질서다.

영국에는 성문헌법이 없다. 1215년의 대헌장, 1628년의 권리청원, 1689년의 권리장전이 헌법으로 기능한다. 공정한 사회자로서의 의장의 행동을 지배하는 것은 상식(common sense)이다. 이 상식을 구성하는 것은 수백 년 동안 쌓여져 내려온 관행이다. 무어라 논리를 세우던 간에 ‘이건 좀 이상한 것 같은데...(unfair) 하면 그것은 상식과 正道를 벗어난 것이다.

정세균 의장이 지금 국민의 뜻을 대변하였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박지원 의원은 근래에 드문 명연설이었다고 한다.

리우 올림픽에서 달성한 세계 8위의 국세에서 더 나아가서 영국, 스위스, 스웨덴과 같은 1등 국가가 될 수 있는 것은 상식이 지배하는 나라이다. 김구는 우리나라가 강국, 부국이 아니라 문화국가가 되기를 소망하였다. 제헌국회 의장은 이승만 박사였다. 뒤를 이은 이는 신익희 의장이었다. 최근에 인상적인 의장은 이만섭 의장이었다. 정세균 의장은 이들 어른 같으면 어떻게 처신했겠는가를 염두에 두면서 국회를 운영해야 한다.

국회의원들은 싸우다가도 국회의장이 일어서면 이것은 국민이 일어서는 것과 같다는 것으로 보고 좌정해야 한다. 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서 보여주듯이 우리 사회는 상식과 기준이 허물어져 있다. 그중에도 법을 집행하는 검찰과 법원의 일탈은 허망하기 그지없다. 민주국가의 제4부라는 언론인도 예외가 아니다. 이 모든 일탈을 막고 사회가 제대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법을 만드는 국회부터 제대로 구성되고 운영되어야 한다.

불체포특권, 무노동 무임금… 국회의원 정수를 300에서 200으로 줄이자는 새누리당 의원이 있었다. 비례대표제를 없애고 더 선거구를 조정하면 가능하다. 말이 아무리 많아도 소용없고 하나라도 실천이 중요하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국회개혁을 이끌고 나가는 ‘역사적 책임’을 지고 있음을 자각하고 언행에 소홀함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사드와 같은 안보문제에 대한 자기당파의 주장을 ‘국민을 대표해서’ 한 것이라고 용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 사회의 모든 기준은 상식과 양식이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무서운 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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