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사회 파란 ‘청렴 주사위’…우려보다 기대가 크다
공직사회 파란 ‘청렴 주사위’…우려보다 기대가 크다
  • 이승열
  • 승인 2016.09.22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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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청탁금지법> A TO Z

9월28일 청탁금지법 시행

   
▲ 금천구 공무원들이 지난 1일 금천구청 대강당에서 청탁금지법 교육을 받고 있다.

[시정일보]국회 입법과정에서 3년 가까이, 최초 법안부터는 5년을 끌어온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이 마침내 28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우리 사회의 부정부패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기회라는 의견에서부터 졸속입법이라는 비난까지 수많은 논란을 거쳐 왔던 청탁금지법은, 지난 7월 헌법재판소가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 무사히 법 시행까지 이뤄질 수 있게 됐다.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최초 제안한 탓에 ‘김영란법’이라는 이름이 더 익숙한 청탁금지법. 본지는 이번 호에서 청탁금지법의 주요 내용을 다시 한 번 짚어보는 자리를 마련한다. 이어 앞으로 연재를 통해 국민권익위원회가 내놓은 적용사례를 소개하며 공직사회의 혼란을 최소화하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 - 편집자 주 -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이하 청탁금지법)은 지난 2011년 6월 국무회의에서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가칭)<공직자의 청탁 수수 및 사익추구 금지법> 제정을 제안하면서 처음으로 그 싹을 틔우게 된다.

이어 권익위의 법안 마련과 입법 절차가 진행됐고, 2013년 8월 정부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법안은 수많은 논란을 거쳐 2015년 3월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됐지만 이어 불거진 위헌논란에 따라 헌법재판소의 헌법소원심판을 거쳐야 했다. 하지만 지난 7월 헌재의 합헌결정이 내려지면서 이달 28일 시행을 맞게 됐다.

청탁금지법은 크게 △법률 적용 대상 △부정청탁의 금지 △금품등의 수수 금지 △위반행위 신고·처리 및 신고자 보호·보상 △징계 및 벌칙 등 5가지의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법률 적용 대상

학교법인ㆍ언론사도 포함

국회의원 고충민원해결은 제외

 

법률 적용 대상자는 △공직자등 △공직자등의 배우자 △공무수행사인 △공직자등에게 부정청탁을 하거나 수수 금지 금품등을 제공한 자 등을 말한다.

이중 문제가 되는 것은 ‘공직자등’의 범위이다. 청탁금지법에서는 △국가·지방공무원 △공직유관단체·공공기관의 장과 그 임직원뿐만 아니라, △각급 학교의 장과 교직원 및 학교법인의 임직원 △언론사의 대표자와 그 임직원도 포함된다. 직원은 공공기관과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를 의미하며, 정규직과 계약직 등 그 근로계약 형태를 불문한다.

한때 포함 여부가 논란이 됐던 국회의원도 당연히 청탁금지법의 적용을 받는다. 다만 국회의원의 경우 해당 지역구의 고충민원을 듣고 처리하는 것은 정당한 의정활동의 일부로 보고, 공익적 목적으로 제3자의 고충민원을 전달하는 행위에 한해 부정청탁의 예외로 인정한다. 이러한 예외규정은 지방의원, 지방자치단체장 및 교육감 등 선출직 공직자와, 정당, 시민단체 등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한편 공무수행사인은 공공기관의 의사결정 등에 참여하는 민간인을 말한다. 청탁금지법은 △각종 위원회에 참여하는 민간위원 △공공기관의 업무를 위임·위탁받은 자 △공공기관에 파견근무하는 민간인 △심의·평가 업무를 담당하는 외부 전문가 등 4개 유형의 공무수행사인을 정하고 있다.

 

■■부정청탁의 금지

직접 청탁 시 처벌에서 제외

부정청탁 직무수행 2천만원 벌금

 

청탁금지법은 직무를 수행하는 공직자등에게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해 부정청탁을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에 대한 판단기준을 명확히 하기 위해 부정청탁 행위의 대상 직무를 14가지로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 대상 직무는 △인가·허가·면허 등 처리 직무 △각종 행정처분 또는 형벌부과의 감경·면제 직무 △채용·승진 등 공직자등에 인사에 관한 직무 △공공기관의 의사결정에 관여하는 직위의 선정·탈락 직무 △각종 수상·포상 등의 선정·탈락 직무 △입찰·경매 등에 관한 직무상 비밀에 관한 직무 △계약 당사자 선정·탈락 관련 직무 △보조금·기금 등의 배정·지원 또는 투자에 관한 직무 △공공기관의 재화 및 용역의 거래 관련 직무 △각급 학교의 입학·성적 등 관련 직무 △병역 관련 직무 △공공기관이 실시하는 각종 평가·판정 관련 직무 △행정지도·단속·감사·조사 관련 직무 △수사·재판·심판·결정·조정·중재 등 관련 직무 등이다.

부정청탁 행위에 대한 처벌은 행위주체가 누구인가에 따라 다르다. 우선 행위주체가 이해당사자인 경우, 직접 부정청탁을 한다면 제재가 가해지지 않으며 제3자를 통하는 경우는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받는다. 행위주체가 제3자인 경우는 사인이면 2000만원 이하, 공직자등이면 30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받는다. 부정청탁에 따라 직무를 수행한 공직자등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는다.

이중 주목할 내용은 이해당사자가 자신의 일에 대해 직접 공직자등에게 부정청탁하는 행위는 처벌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공공기관과 국민 사이의 활발한 의사소통을 보장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이 경우에도 공직자등이 그 부정청탁에 따라 직무를 수행하면 형사처벌 대상이 되도록 함으로써 공정한 직무수행을 담보할 수 있도록 했다.

한편 공직자등은 최초 부정청탁을 받은 경우 거절의 의사를 명확히 표시해야 하고, 동일한 부정청탁을 거듭 받으면 소속기관장에게 반드시 신고해야 한다. 신고를 받은 소속기관장은 수사필요성이 있는 경우 수사기관에 통보하고, 과태료 부과대상자라면 관할법원에 위반 사실을 통보해야 한다.

 

■■금품등의 수수 금지

100만원 초과 금품수수 형사처벌

3년이하 징역, 3천만원이하 벌금

청탁금지법은 공직자등이 동일인으로부터 직무 관련 여부에 관계없이 1회 100만원 또는 매 회계연도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등을 수수한 경우 형사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했을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금품등을 공직자등에게 제공한 자도 같은 제재를 받는다.

공직자등이 100만원 이하의 금품등을 수수했다면 직무에 관련한 경우에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된다. 과태료는 수수금액의 2배 이상 5배 이하로 정해진다. 금품등을 공직자등에게 제공한 자도 같은 제재를 받는다.

공직자등의 배우자 또한 공직자등의 직무와 관련해 금품등을 받아서는 안 된다. 배우자가 수수가 금지된 금품등을 받은 사실을 공직자등이 알았는데도 신고하지 않았다면 제재를 받게 된다.

이와 함께 청탁금지법은 직무 관련 외부강의의 사례금 수수도 제한하고 있다.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액을 초과하는 사례금을 수수한 때는 신고 및 반환해야 하며, 이를 하지 않으면 500만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된다. 또한 직무와 관련해 요청받은 외부강의를 소속기관장에 사전 신고해야하는 의무도 부여했다.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징계처분을 받게 된다.

한편 이달 6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청탁금지법 시행령은 △수수를 금지하는 금품등에 해당하지 않는 가액범위와 △직무 관련 외부강의 등의 사례금 상한액을 구체적으로 규정했다.

우선 수수를 금지하는 금품등에 해당하지 않는 가액범위는 음식물 3만원 이하, 선물 5만원 이하, 경조사비 10만원 이하로 정해졌다. 직무관련 외부강의 사례금 상한액은 공무원과 공직유관단체 임직원의 경우, △장관급 이상 50만원(이하 1시간당) △차관급 공무원과 공직유관단체 기관장 40만원 △4급 이상 공무원 및 공직유관단체 임원 30만원 △5급 이하 공무원 및 공직유관단체 직원 20만원으로 정했다. 단 사례금 총액은 강의시간에 관계없이 1시간 상한액의 150%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했다. 사립학교 교직원, 학교법인 임직원 및 언론사 임직원 등은 1시간당 100만원으로 정했다.

 

■■위반행위 신고·처리

권익위, 수사기관 등에 신고

허위사실 신고 ‘무고죄’ 처벌

 

청탁금지법의 위반행위가 발생했거나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경우에는 누구든지 신고할 수 있다. 신고는 국민권익위원회 또는 법 위반행위가 발생한 공공기관·감독기관, 감사원, 수사기관 등에서 받는다. 단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이나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신고하는 경우에는 무고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신고자에 대해서는 <공익신고자 보호법>을 준용해 불이익조치 금지, 원상회복조치, 신분 비밀보호, 신변보호 등 보호장치가 마련된다. 또한 <부패방지권익위법>을 준용해 보상금·포상금을 지급한다.

이승열 기자 / sijung1988@naver.com

청탁금지법 관련 논란… 여전히 개정 가능성

언론·사학 자유 침해 가능성

농축수산업계 피해 예방책

이해충돌방지제도 도입 등

 

지난 2011년 6월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처음으로 제정을 제안하면서 ‘김영란법’으로 불려왔던 청탁금지법은 당시부터 수많은 논란의 대상이 돼 왔다. 이는 ‘위헌논란’으로까지 번지며 헌법소원이 제기되는 데 이르렀다.

하지만 지난 7월28일 헌법재판소가 합헌결정을 내리면서 모든 논란은 일단락되고 법 시행의 걸림돌은 사라졌다.

헌법재판소는 논란이 됐던 △부정청탁의 개념과 유형의 모호성 △배우자 신고의무 조항의 양심의 자유 침해여부 △죄형법정주의 위배 여부 △언론인·사립교원에 대한 법적용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 등에 대해 모두 합헌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여전히 △언론인에 대한 법적용이 언론자유 침해로 변질될 수 있다는 점 △법 시행 시 농어촌 경제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점 등의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언론자유 침해 가능성에 대해서는 헌재도 우려가 됐는지 “국가권력에 의해 남용될 경우 언론의 자유나 사학의 자유가 일시적으로 위축될 소지는 있다”고 결정문에서 밝혔다.

김창종·조용호 헌법재판관은 “민간영역의 경우에는 국가의 개입 이전에 자율적 해결 노력이 우선되고 존중될 필요가 있다”며 “직무의 성격상 공공성이 인정된다는 이유로 동일한 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는 반대의견을 내기도 했다.

이와 함께 농축수산업계의 피해 관련 예방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와 관련된 청탁금지법 개정안도 국회에 제출됐다.

명절과 같은 특정 기간에는 수수금지 품목에서 농축수산물을 제외하거나, 국내산 농축수산물을 아예 수수금지 품목에서 빼자는 내용이다.

한편 법 제정과정에서 빠진 ‘이해충돌방지 제도’를 도입하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이해충돌방지 제도는 본인이나 친족 등 이해관계에 얽혀 있는 업무에서 공직자를 배제하고, 공정한 직무수행을 저해하거나 부패로 연결될 소지가 있는 공직자의 외부활동을 금지하는 것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