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들 ‘십시일반’ 화마 덮친 할머니 집 수리
소방관들 ‘십시일반’ 화마 덮친 할머니 집 수리
  • 송이헌
  • 승인 2016.10.06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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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소방서 지휘3팀 7명에 ‘구청장 표창’ 수여
   
▲ 화재로 시름을 앓던 할머니를 위해 자비로 집을 고쳐줘 선행 공무원으로 꼽힌 송파소방서 지휘 3팀 7명이 지난달 29일 송파구청 구청장실에서 박춘희 구청장이 준 표창장을 받았다.

 

남몰래한 선행 ‘소방관들의 추석선물’ 입소문

 

[시정일보]송파소방서 지휘 3팀 팀원 7명은 최근 송파구청에서 뜻밖의 얘기를 전해 들었다. 9월 말께쯤 구청에 와달라는 이야기였다.

소방관이 구청을 방문하는 게 흔한 일은 아닌 터라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박춘희 구청장이 선행을 실천한 소방공무원에게 직접 감사와 격려의 뜻을 전하고 싶다는 얘기였다. 구청의 방문 요청을 전해 들은 장형덕 소방경은 한동안 잊고 지냈던 사건을 떠올렸다.

추석을 며칠 앞둔 지난달 11일 송파구 삼전동 다세대주택에서 불이 났다. 신고를 받은 장 소방경 외 6명은 곧장 현장으로 나가 화재를 진압했다. 다행히 큰불은 아니어서 인명피해는 없었다. 집안 곳곳이 타고 그을린 정도였다.

그런데 현장에서 낙담한 표정을 짓고 있는 70대 할머니와 외손녀의 모습이 대원들의 눈에 들어왔다. 한눈에 봐도 형편이 어려워 보였다. 곳곳이 파손된 집을 고치려면 급전이 필요할 텐데, 할머니가 이런 돈을 쉽게 마련하지 못할 것이라고 장 소방경은 생각했다.

실제 할머니는 어렵게 살았다. 노령 연금 20만원으로 근근이 생활해 왔다. 지금 사는 곳도 30년도 더 된 오래된 집이었다.

할머니가 처한 딱한 사정이 대원들의 발을 붙들었다. 장 소방경이 대원들을 불렀다. 그러곤 ‘돈을 모아 할머니 집을 고쳐드리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다.

일은 빠르게 진행됐다. 장 소방경이 낸 아이디어에 모든 팀원이 동의했다. 대원들은 15만원을 모았다. 그리고 다음날 낡은 형광등 등 노후 소모품을 교체할 새것을 사들고 할머니 집을 찾았다. 천장과 바닥 군데군데 더러워진 부분을 닦아냈고 전기차단기도 바꿨다.

팀원들의 선행은 의도치 않게 ‘소방관들의 추석 선물’이라는 이야기로 퍼져나갔다. 좋은 일 했다고 생색내는 건 민망한 일이라 생각해 속에만 담아 두려 했지만, 소방서 안팎으로 이야기가 새어나가는 건 막을 도리가 없었다.

장 소방경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소방관들이 시민들에게 워낙 사랑을 받으니 돌려주는 것”이라며 “나보다 못한 사람에게 인색하지 말자는 게 인생 철학”이라고 했다.

장 소방경 등 팀원 7명은 박 구청장의 초청으로 지난달 29일 구청장실을 방문했다. 팀원들은 이날 박 구청장이 직접 준 표창장을 받았다.

박춘희 구청장은 “모두의 본보기가 되는 아름다운 행동”이라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그러곤 이런 미담 사례를 적극적으로 발굴해 달라고 담당 직원에게 당부했다.

구 관계자는 “앞으로도 다양한 분야에서 지역사회 발전을 이끄는 선행으로 귀감이 되는 구민을 찾아 표창을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송이헌 기자 /sijung198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