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즐거운 ‘방학생활’
<기자수첩>즐거운 ‘방학생활’
  • 李周映
  • 승인 2016.10.13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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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영 기자
   
 

[시정일보]밤이면 양귀비, 은하수, 물안개의 간판을 내건 업소들이 ‘빨간불’을 켜고 영업을 시작한다.

가게 밖에는 카페, 음식점이라고 써있지만 대부분 도우미를 두고 불법영업을 하는 유해음식점들이다.

특히 이런 업소들은 어느 특정 지역이 아닌 주택가 골목 곳곳에 한 두 개의 업소가 들어서기 시작하면 연이어서 비슷한 업소들이 함께 자리잡는다.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는 골목의 분위기는 물론, 청소년들에게 유해한 환경인 만큼 각각의 자치구에서는 이런 유해업소들에 대한 단속과 개도를 위해 다양한 방안은 내놓고 있다.

불법유해업소를 이용하지 말자는 플랜카드를 골목 곳곳에 걸기도 하고, 지속적인 단속은 물론, 가게의 임대가 끝나는 시점에 건물주가 재계약을 하지 않도록 임대인을 설득하거나 하는 등의 자구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사실 개인의 사유재산을 이용한 영업행위인 만큼 노력을 한다고 해도 완전히 근절시키기에는 어려운 점이 분명 존재한다.

도봉구에도 방학천 일대에도 이런 ‘빨간집’들로 즐비한 거리가 있다.

환경개선을 위한 단속과 꾸준한 업종 전환 유도 등의 노력을 진행해 온 도봉구는 최근 이 ‘빨간불’이 보다 빨리 꺼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빨간집’들이 가득한 거리로 직접 들어갔다.

영업중인 ‘빨간집’들 가운데 폐업한 3개의 업소를 주민 커뮤니티 공간 ‘방학생활’로 새롭게 탄생시킨 것.

주민 커뮤니티 공간 ‘방학생활’은 지역의 변화를 꾀할 방법에 대해 고민하던 마을활동가와 혁신교육활동가들이 7번에 걸친 간담회를 가지면서 폐업한 업소를 주민공간으로 새롭게 만들어 보자는 의견에서 시작됐다.

‘방학생활’이라는 공간의 제목도 지역의 명칭을 반영한 ‘방학’과, 학창시절 가장 기다려지는 기분 좋은 휴식을 뜻하는 ‘방학’의 이중적인 의미를 살린 점이 이색적이다.

이곳은 요일별로 책임자인 공간지기가 낮 시간동안 공간을 지키면서 주민들의 모임, 체험활동, 마을회의, 작은 전시회 등을 이끌어 간다. 큰 통유리를 통해 내부가 환하게 보이는 ‘방학생활’은 주민 누구나 편안히 들를 수 있는 지역의 사랑방이자 인큐베이팅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밤이 되면 ‘방학생활’은 순찰대원의 손전등처럼 주변을 비추며 유해음식점 심야단속 및 자율방범대의 순찰거점공간으로 변신한다. 구는 이를 통해 주변 업소와 이용객의 범죄 심리를 위축시키고 인근업소의 업종변화를 유도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방학생활’의 기분 좋은 빛으로 ‘빨간집’들의 불이 하루라도 더 빨리 더 많이 꺼지길 바라며 이제 막 문을 연 ‘방학생활’의 나비효과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