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장 칼럼>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의‘지혜’가 필요하다
<단체장 칼럼>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의‘지혜’가 필요하다
  • 시정일보
  • 승인 2016.10.20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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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춘희 송파구청장
   
 

아이 낳기 전부터 ‘육아 고민’

믿고 맡길 국공립어린이집 선호

비싼 땅값에 어린이집 건립 엄두 못내

아파트 직접 매입, 민간협력 무상임대 등

구립어린이집 확충 ‘궁하면 통하더라’

 

 

[시정일보]우리 송파의 영유아 수는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에서 가장 많다. 인구가 67만으로 가장 많으니 청소년 수도 가장 많고 영유아의 수 역시 가장 많다. 요즘처럼 초저출산 시대에 영유아가 많다는 것은 기쁘고 희망적인 일이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어느 지자체는 출산장려금을 준다고 하고 어느 지자체는 셋째부터는 인센티브를 통 크게 쏜다. 얼마 전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야의원들이 남성배우자의 출산휴가 기간을 2주까지 연장하는 법안을 공동 발의했다. 올해 초 시행된 저출산 대책에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자 응급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출산지원금도 좋고, 남성들의 출산휴가를 늘리는 것도 아주 바람직하다. 하지만 첫째를 낳지 않는데 출산휴가는 무엇이고, 둘째가 없는 상황에서 셋째 지원은 어불성설이다. 물론 모두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 정책들을 내놓고 있지만, 대부분 문제가 그렇듯 사회적 문제와 복합적으로 맞물려 어느 한 곳만 뚫는다고 쉽게 해결되기는 힘든 것이 현실이다.

출산에 대한 부담으로 많은 부부가 양육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맞벌이 부부가 늘면서 어린 자녀를 맡기고 일터로 나가야 하는 상황에서 아직도 부모님의 도움을 받는 가정이 많기 때문이다.

출산율을 높이는 데 필요한 다양한 지원 중 하나가 바로 제대로 된 보육시설의 확충이 아닐까 싶다. 마음 놓고 아이를 키울 수 있어야 출산율이 증가하는 것 아닐까?

우리 송파구는 산모건강증진센터를 통한 모자보건 혜택을 비롯해 구 차원에서 할 수 있는 효율적인 지원 방법을 심층적으로 고민해 왔다.

우리구는 현재 42개소에 달하는 구립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다. 오는 2018년까지 두 배 가까이 늘릴 계획인데, 워낙 땅값이 비싸고 신축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송파의 특성에 맞는 몇 가지 특화방법을 생각해 냈다.

우선 아파트를 매입해 어린이집을 만드는 것이다. 잠실 일대의 높은 집값으로 민간어린이집조차 들어오기 꺼리는 지역의 아파트를 구가 직접 매입해 운영하는 방식이다. 현재 6개소를 확보해 운영을 준비하고 있다. 예산은 단독 건물을 짓는 것에 비해 1/4밖에 들지 않는다. 아파트 단지가 많은 지역에는 안성맞춤이다.

또 민간부문의 시설을 활용하여 어린이집을 만드는 방법이다. 최근에 개원한 국민연금 어린이집의 경우 국민연금공단의 지방이전으로 발생한 사옥의 일부 여유 공간을 장기무상 임대해 구립어린이집으로 만들어 주민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궁하면 통한다’고 했던가. 비싼 강남지역의 여건에 고심하다 보니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오게 된 것이다.

정부는 올해만도 10조5000억원의 보육예산을 쏟고 있지만 만족하는 이는 적다. 부모들은 “어린이집은 많은데 여전히 믿고 맡길 곳이 없다”고 이야기한다. 안정적인 시설여건과 보육교사 인건비의 80%가 지원되는 국·공립어린이집의 확충은 육아에 대한 기본적인 사회적 기반이다.

누리과정 무상교육은 현실적인 대안이 아니다.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한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사회’의 인프라 구축과 더불어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인구절벽의 끝에 서 있는 대한민국. 이제는 부모만이 아닌 온 마을의 지혜와 관심을 모아 아이를 키워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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