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건어물에 맥주 한 잔
<기자수첩>건어물에 맥주 한 잔
  • 윤종철
  • 승인 2016.10.20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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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철 기자
   
 

[시정일보]최근 전통시장 살리기는 각 자치구마다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았다. 전통시장은 21만개의 점포에서 36만 명의 상인이 생업을 영위하는 지역경제의 근간으로 고용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통시장은 서민들 삶의 터전으로 ‘전통시장이 웃어야 서민의 삶도 행복해진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이에 각 지자체에서는 앞다퉈 주차장과 아케이드 등 시설 현대화부터 상인교육, 공동마케팅, 온누리 상품권까지 경영선진화 노력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그 결과 역사자원, 고유 먹거리와도 결합한 문화관광형 시장, 골목형 시장, 글로벌 명품시장, 지역 선도시장 등 다양한 특성화 시장이 등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전통시장은 대형마트에 밀려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아 놓지 못하고 있다.

지난 14일 저녁, 평소와 다름없이 신중부시장 취재에 나섰다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신중부시장은 건어물로 유명한 곳으로 이날은 중구청이 시장의 특징을 살려 ‘건어물 맥주 축제’를 여는 날이었다.

시장 중앙통로에는 5평 남짓 공연을 펼치는 간이무대를 중심으로 십자가 형태의 통로에 수십개의 테이블이 길게 놓여 있었다.

평소 한산했던 시장 골목은 사람들로 북적거렸으며 모든 테이블에는 삼삼오오 모여든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플라스틱 잔에 맥주를 가득 채운 채 시끌벅적 생기가 넘쳤다.

술상에는 중앙무대 오른쪽에 자리 잡은 셰프 존에서 즉석으로 만들어진 음식들이 올라왔다. 이 음식들은 모두 시민들이 직접 근처 상점에서 구입한 건어물 들이었다.

오징어 버터구이부터 꿀 호두, 북어채 튀김, 멸치 주먹밥까지 그 종류만도 100가지가 넘어 골라 먹는 재미를 더했다.

놀라웠던 점은 시장을 꽉 메운 사람들도 그렇지만 특히 많은 젊은이들이 엉덩이를 흔들며 축제를 즐기는 모습에서였다. 외국인 관광객도 하나 둘 젊은이들 사이에 끼여 있으니 마치 색다른 클럽에 온 것 같은 느낌마저 풍겼다.

더욱 놀라웠던 것은 이번 축제를 준비함에 있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거나 어떤 특별한 이벤트 행사도 없었다는 점이다.

축제를 기획한 중구청은 단지 자리를 마련하고 흥을 돋울 약간의 음악만을 준비했을 뿐이다. 시장의 가능성을 열어놓는 데는 특산물인 건어물과 이를 연계한 맥주, 그리고 시장상인들의 자발적 참여가 전부였다.

앞으로 신중부시장의 ‘건어물 맥주 축제’는 많은 젊은이들과 시민들이 찾아 즐기는 전통시장의 명물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시장 활성화로 연결되는 통로가 될 것은 자명하다.

이번 축제를 둘러보면서 중구가 구상하고 있는 명동이나 남대문 시장의 ‘야시장’ 조성 계획도 그저 단꿈이 아니었음을 새삼 돌아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