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앞/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
시청앞/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
  • 시정일보
  • 승인 2016.10.27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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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寧守渾愕(영수혼악)하고 而黜聰明(이출총명)하여 留些正氣還天地(유사정기환천지)하며 寧謝紛華(영사분화)하고 而甘澹泊(이감담박)하여 遺個淸名在乾坤(유개청명재건곤)하라.

이 말은 ‘차라리 우직하여 총명함을 물리치고 다소의 정기를 남겨 천지에 돌리라. 차라리 화려함을 물리치고 청렴결백하여 깨끗한 이름을 세상에 남기라’는 의미이다.

세상을 너무 영리하게만 살아가려 애쓰는 사람들을 보면 그들에게는 한결같이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사물을 보는 시각이 너무 작고 가볍다. 얕은 꾀와 잔재주가 그들의 삶의 방식의 주종을 이루고 있다. 정직한 남을 비방, 그 정직을 자기의 것으로 도둑질하거나 부지런한 타인을 헐뜯어서 그 부지런함을 자기 것으로 도둑질하는 데 길들여져 있다. 하지만 그러한 행태들이 오늘날 세상을 절반을 점유한다 해도 그들과 무리를 이룰 필요는 없다. 차라리 조금은 우직하라. 차라리 조금은 속으면서 살아가라. 차라리 조금은 잃어버리면서 살아가라. 그리하여 잃어버린 것과 속은 것과 우직했던 것을 한데 모아 그대 삶의 원천으로 삼고 대자연과 호흡하라. 참으로 깨끗한 이름은 그대 목숨과도 같은 것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작금에 들어 박종훈 경남교육감의 친인척과 교육감 선거 당시 박 교육감을 도운 측근들이 창원교육지원청 등이 발주한 학교 안전물품 납품 사업과 관련 구속됐는가 하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전 비서실장인 조 모씨도 학교 시설공사와 관련해 5000만원의 뒷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으며 이청연 인천시교육감은 학교 신축·이전 시공권을 넘기는 대가로 건설업체로부터 3억원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그 어떤 직업군보다 깨끗해야 청렴해야 할 교육계가 이렇게 비리로 얼룩져있다는데 대해 우리는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속담에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上濁下不淨)는 말이 있다. 사자성어로는 上行下效(상행하효) 즉 윗사람이 하는 일을 아랫사람이 본받는다는 말이다.

중국어에서는 上梁不正 下梁歪(상량부정 하량왜)로 위 마룻대가 바르지 않으면 아래 들보가 비뚤어진다고 표현하고 있다. 이 모두 권력 있고 힘 있는 윗사람들이 먼저 모범을 보이고 잘 처신해야 한다는 의미로 만약 재물을 탐내면 만 가지 악의 뿌리가 된다는 교훈이다.

교육계의 윗물이 이토록 혼탁한데 학생들이 도대체 무엇을 배울까 심히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교육계는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을 계기로 다시 태어난다는 각오로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겨보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