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칼럼> ‘교통약자 보호석’ 이대로 좋은가
<시정칼럼> ‘교통약자 보호석’ 이대로 좋은가
  • 시정일보
  • 승인 2016.11.10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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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춘식 논설위원
   
임춘식 논설위원

[시정일보]요즈음 최순실게이트로 세상이 어수선한데도 불구하고 한 시민단체가 주최한 ‘교통약자 보호석 이대로 좋은가’라는 토론회의 열기는 무척이나 뜨거웠다. 11월9일 서울시의회 강당에서 벌어진 일이다.

한 노인의 애절한 절규가 눈에 띄었다. “젊은이들이 노인들에게 좌석이라도 양보하는 미덕이 과연 있는가. 법으로 교통약자보호법 아니 노약자 보호석이 있다고 하는데 혼란스럽다. 법만 있으면 뭐합니까?” 박수가 터져 나왔다. 평소에 얼마나 서운하셨으면 열변을 토했을까. 모두 공감이라도 한 듯이 빗발치게 발언들이 이어졌다. 아니 성토장이 되어 버렸다.

교통약자는 행동상의 부자유함 때문에 공공 교통기관을 이용할 때에 여러 가지 곤란이 따르는 사람들을 총칭한다. 약자라는 표현을 피해 ‘교통곤란자’ 또는 ‘이동제약자’라고 하기도 한다. 이들은 특히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마다 어려움을 여실히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우선 법적으로 교통약자란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제2조 제1호는 교통약자를 ‘장애인, 고령자, 임산부, 영유아를 동반한 사람, 어린이 등 일상생활에서 이동에 불편을 느끼는 사람’을 말한다. 또한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제3조는 ‘교통약자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보장받기 위하여 교통약자가 아닌 사람들이 이용하는 모든 교통수단, 여객시설 및 도로를 차별 없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하여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라 명시하여 교통약자의 이동권을 법으로 보장하고 있다.

특히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제9조에 따르면,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을 비롯한 교통수단과 지하철 역사, 고속버스 터미널 등 여객시설 및 도로에는 교통약자를 위한 이동편의시설을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제14조 제1항에 따르면 시내버스 등 노선버스 운송사업자도 교통약자가 안전하고 편리하게 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충분한 승하차 시간을 줘야 하고, 승하차 편의의 제공과 저상버스를 보유하고 있는 경우 일반버스와 저상버스의 배차순서를 적절히 편성하도록 하고 있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그러나 서울 등 대도시들까지 아직도 이러한 노인들이나 장애인 등을 위한 편의시설이 부족해 버스 이용 시 지하철보다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하루빨리 교통 약자를 위한 다양한 편의시설이 각지에 널리 설치 및 활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대·중소도시 버스의 경우 노약자석은 노란색으로, 임산부를 위한 좌석은 분홍색으로 표시돼 있다. 버스 내 좌석 수에 따라 그 비율은 다르지만 버스마다 노약자, 임산부를 위한 지정좌석이 각각 마련되어 있다. 하지만 정작 교통약자들이 버스에 올라탈 때면, 자리는 이미 일반 시민들이나 학생들이 차지한 이후라 쉽게 앉지 못한다. 이들은 벌떡 일어나 자리를 비켜주기는커녕 살살 눈치를 보거나 일부 학생들은 모른 체 하고 스마트폰을 쳐다보기도 한다. 노약자·임산부뿐 아니라 장애인을 위한 배려도 절실히 필요하다.

물질문명의 발달과 산업화에 따른 국민의 소득이 향상되면서 핵가족이 늘어나고 사교육의 범람과 동시 ‘밥상머리 교육'은 추억의 뒤안길로 사라져 효에 대한 실망감을 더해 주면서 흉악한 사회악이 독버섯처럼 돋아나는 현실로 온 데는 부모를 공경하는 미덕이 사라지고 고령화에 따른 노인빈곤이 겹친 탓이 크다고만 할 수 있을까. 젊은이들의 인식의 변화가 건강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

선진국이라 하는 미국 일본 캐나다 유럽 쪽에서의 대중교통 이용 시 교통약자인 임산부 노약자 어린애들에 대해 자리 양보하는 시민의식을 우리는 배워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보통 사람들은 교통약자석에 앉지 않는 이상 자리에 앉으면 잘 비켜주지 않는다. 그렇지만 선진국의 민주시민은 절대 그렇지 않다.

이번 토론회를 통해 교통약자가 편리하게 이동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신세대들의 무분별한 도덕성 회복과 시민들의 의식 개선뿐 아니라 제도의 개선 또한 그들을 위한 배려를 위한 교통환경의 변화를 기대해 본다. (한남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