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앞>누가 보지 않는 곳에서도 죄를 짓지 말아야
<시청앞>누가 보지 않는 곳에서도 죄를 짓지 말아야
  • 시정일보
  • 승인 2016.11.10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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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肝受病(간수병)하면 則目不能視(즉목불능시)하고 腎受病(신수병)하면 則耳不能聽(즉이불능청)하나니 病(병)은 受於人所不見(수어인소불견)하여 必發於人所共見(필발어인소공견)이라 故(고)로 君子(군자)가 欲無得罪於昭昭(욕무득죄어소소)여든 先無得罪於冥冥(선무득죄어명명)하라.

이 말은 菜根譚(채근담)에 나오는 말로써 ‘간이 병들면 눈이 멀게 되고 콩팥이 병들면 귀를 듣지 못한다. 병은 사람이 볼 수 없는 데서 생긴 다음 사람이 볼 수 있는 곳에 나타난다. 그러므로 사람이 밝게 보이는 곳에서 죄를 짓지 않으려면 먼저 사람이 보지 않는 곳에서부터 죄를 짓지 말라’는 의미이다.

신약성서에는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 멸망으로 인도하는 문은 크고 그 길이 넓어 그리로 들어가는 자가 많고 생명으로 인도하는 문은 좁고 길이 협소하여 찾는 이가 적음이니라’ 그러면서 다음과 같이 타일렀다. ‘만일 내 형제가 죄를 범하거든 경계하고 회개하거든 용서하라. 모든 죄는 어두운 곳에서 눈을 뜬다. 남들이 볼 수 없는 곳에서 그리고 남들이 엿들을 수 없는 곳에서 잉태된다.’ 동양의학은 눈은 간에 속하고 귀는 콩팥에 속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것은 모두 음양오행설에 근거를 두고 있다. 간이 병들면 눈이 멀게 되고 콩팥이 병들면 귀를 듣지 못한다. 병은 사람이 볼 수 없는 데서 생긴 다음 사람이 볼 수 있는 곳에 나타난다. 마치 모든 죄악이 어둠에서 잉태돼 많은 사람들에게 드러나게 된다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사소한 거짓들이 모든 죄악의 씨앗이 된다.

작금에 들어 인천지검 특수부는 2014년 한국지엠 협력업체 비정규직 직원을 정규직으로 채용해주는 대가로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한국지엠 전 노조간부 A씨를 구속했다. 수시채용의 ‘발탁채용제’가 비리의 온상이었다. 1차 협력업체의 비정규직 근로자 중에서 면접이나 인성검사를 통해 본사 정규직으로 선발하는데 8000만원에서 1억원의 검은돈을 수수하는 관행이 10년 이상 은밀하게 계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측은 노무관리 차원에서 발탁채용 권한을 노조에 당근으로 제시하는 대신 임금 및 단체협상에서 유리한 입지를 확보했다. 수시채용은 사내 하청업체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통제하는 데도 유용한 수단으로 작용했다. 한편 노조 입장에서 발탁인사는 자기 식구를 챙기는 밥그릇으로 전락했다.

간이 병들면 눈이 멀게 되고 콩팥이 병들면 귀를 듣지 못한다. 병은 사람이 볼 수 없는 데서 생긴 다음 사람이 볼 수 있는 곳에 나타나는 것과 같이 사람이 밝게 보이는 곳에서 죄를 짓지 않으려면 먼저 사람이 보지 않는 곳에서부터 죄를 짓지 말라는 채근담에 쓰여진 내용을 다시 한 번 곱씹어 보며 씁쓸함을 지울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