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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관악구는 지난 4~6일 대학동 고시촌 일대에서 ‘제2회 고시촌 단편영화제’를 열었다. 고시촌 단편영화제는 구가 지난해부터 개최하고 있는 영화제로, 일반 시민들이 직접 만든 기발한 상상력의 단편영화들이 출품되고 있다. 올해 328편이 출품되는 등 호응도 크다. 지난해 103편에 견줘 크게 늘어난 숫자다.
지난 4일 관악청소년회관에서 열린 개막식은 지역주민들과 청소년들이 많이 찾아 활기찬 모습이었다. 화려한 조명 아래 레드카펫을 통해 입장한 후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한 발상도 돋보였다. 유종필 구청장은 찰리 채플린으로 분장하고 등장해 웃음을 주기도 했다.
관악구는 고시촌을 ‘지식문화마을’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시나리오 작가, 영화인, 미술가 등 청년 예술가들이 활동하는 공간을 적극 조성하고 있으며, 입주작가들과 지역주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극단이자 협동조합 ‘극단 고시촌’도 설립·지원하고 있다. 극단 고시촌은 지난해부터 활발한 공연활동을 펼치고 있다. 구는 대학동에 있는 관악문화관도서관, 관악청소년회관을 활용해 다양한 문화공연도 적극 유치하고 있다.
관악구가 이처럼 고시촌 지식문화마을 만들기에 몰두하는 것은 사실 궁여지책(窮餘之策)인 측면이 짙다. 사법시험 폐지에 따라 침체돼 가는 지역경제를 문화예술을 통해 살려보고자 하는 노력이기 때문이다.
고시촌은 1975년 서울대학교 이전 이후 사법시험과 행정고시를 공부하던 고시생들을 대상으로 독서실, 고시원, 원룸 등을 운영하며 성장해온 마을이다. 하지만 지난 2008년 로스쿨 도입과 사법시험 폐지가 확정되고 나면서 고시촌은 침체하기 시작했다. 사법시험은 2017년 시행을 마지막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아직 남아 있는 고시생들과 지역주민의 입장에서는 사법시험을 존치시키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다. 하지만 지난 9월29일 헌법재판소가 사법시험 폐지를 규정한 변호사시험법 부칙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림으로써 존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물론 헌재가 해당 부칙에 대해서만 내린 결정이기 때문에 입법을 통한 존치 가능성은 열려 있다. 실제 20대 국회에서도 지역 오신환 국회의원 등이 사시 존치를 위한 변호사시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망은 비관적이다. 국회가 헌재의 결정을 뒤집는 입법을 하려면 국민 여론의 강력한 지지를 받아야 하지만, 현 상태는 찬반 양론이 팽팽해 한쪽 손을 들어주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폐지 쪽으로 기울어진 상황이다.
하지만 아직 포기해서는 안 된다. 사법시험은 분명 ‘누구나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의 사다리’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아울러 관악구의 고시촌 지식문화마을 사업도 적극 응원한다. 젊은이들로 가득한 고시촌의 풍경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