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옛것을 지키며 새것을 찾자
<기자수첩>옛것을 지키며 새것을 찾자
  • 주현태
  • 승인 2016.11.17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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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기자가 거주하는 곳은 지금은 사라진 옥바라지 골목길과 가깝다. 동네를 걸어 다니다 보면 지난 5월까지 존재했던 옥바라지 골목길의 빈 공간들이 모래바람만 날리는 사막처럼 황폐하게 느껴진다. 이곳에서 기자는 옛 것에 대한 역사적 가치를 다시금 생각해보곤 한다.

옥바라지 골목길은 일제강점기 서대문형무소에 갇혀있는 독립운동가의 가족들이 옥바라지를 하기 위해 머물렀던 여관 골목이다. 일제강점기 때 비애와 애환, 그리고 암울한 국가 환경의 역사적 의미를 가지고 있는 장소다.

이제 이곳은 아주 작게 압축된 사진으로만 그 존재를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새것을 찾기 위해 역사적 의미를 상징하는 옛것이 없어질 때 느껴지는 참담함은 생각하는 자의 몫이다.

이렇듯 옛 것을 조금씩 잃어버리고 새것을 받아들이고 있는 요즘, 동대문구는 오히려 옛 것을 지키며 새것을 찾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조선시대 동대문 바깥에는 많은 보제원이 위치하고 있었다. 이곳은 관리나 여행자들의 숙소로 활용됐을 뿐만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을 치료하고 약을 나눠주는 구휼기관이었다.

오늘날 그 자리에는 한약재를 전문적으로 판매하고 있는 서울약령시가 자리 잡고 있다.

동대문구는 서울약령시를 옛 것의 의미를 되살리며 세계인이 함께 즐기는 관광명소로 육성하기 위해 한방산업진흥센터 건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동안 교통ㆍ주차문제로 점점 고립되고 있던 옛것을 살리고 새것을 통해 옛것을 부각시킨다는 야심찬 계획인 것.

한방산업진흥센터는 지하 3층~지상 3층 규모이며 △한의약박물관, 한방의료체험시설, 한방체험공방 등 각종 한방관련 체험시설 △분야별 맞춤 상인교육과 인력양성을 위한 교육장 등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그동안 유덕열 동대문구청장은 전통문화 맥을 유지시키기 위한 노력을 보여줬다. ‘청룡문화제’라는 전통문화가 큰 축제가 되기까지 지대한 관심을 갖고 온 힘을 쏟았다.

‘청룡문화제’는 조선시대 태종 때 기우(비가 오기를 바람)와 국태민안과 시화연풍을 위한 제사로 국왕이 친히 폐백해 올렸던 동방청룡제에서 그 유래를 찾아 볼 수 있다.

이 축제는 일제강점기 그 명맥이 끊겼지만, 1991년부터 지역주민들이 용두제란 이름으로 지내던 제사를 계승, 오늘날 청룡문화제로 발전된 것이다.

유 구청장은 제사라는 옛 것을 보존하기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며, 경로잔치, 전통민속공연, 주민모델 전통의상 패션쇼 등 새로운 행사를 만들어 전국적으로 이름난 축제로 성장할 수 있게 했다.

지금 우리가 가져야 하는 자세는 옛것을 버리기보다는 옛것과 함께 새것을 접목해 함께 나아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동대문구의 행보는 그러한 실천을 잘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