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장애인, 무엇이 필요한지 누구보다 잘 알죠”
“나도 장애인, 무엇이 필요한지 누구보다 잘 알죠”
  • 李周映
  • 승인 2016.11.17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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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전통 ‘청백봉사상’ 본상 수상 도봉구청 박 준 재 주사
   
 

초등학교 때 뇌병변 3급 장애 판정

27년 공직생활 주업무는 ‘복지’

“노숙인·장애인 지원사업

‘진심어린 소통’ 가장 중요”

 

[시정일보]“인생에 굴곡이 참 많았습니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마다 감사하게도 항상 주변에서 도움을 주신 분들 덕분에 지금 제가 이 자리에 있게 됐죠. 정말 어려운 순간에는 따뜻한 말 한마디, 작은 손길 하나에 큰 감동을 받아 그 힘으로 또 한번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되기도 합니다. 제가 직접 경험한 것과 마찬가지로요. 이제는 제가 그 따뜻한 말과 손길로 주변의 어려운 분들을 찾아 사랑을 전하고 싶습니다. 이렇게 따뜻함을 전하다보면 언젠가 제게 손길을 내밀어 주셨던 그 분들에게도 제 마음이 전달될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여년 동안 봉사와 복지업무를 꾸준하고 묵묵히 실천해온 도봉구청 노인장애인과 박준재 지방행정주사가 청백봉사상을 수상했다.

청백봉사상은 행정자치부 주관으로 지방자치단체 소속 공무원 중 국가와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헌신한 공무원을 발굴해 시상하는 상으로 1977년 제정돼 올해로 40회를 맞았다. 올해는 총 28명의 후보자 중 엄정한 심사를 거쳐 대상 1명, 본상 14명 등 최종 수상자 15명이 선정됐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뇌병변 3급 장애 판정을 받고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로 험난한 삶을 살아왔다는 박준재 주사는 ‘어려운 곳에 있는 분들의 입장을 누구보다도 더 깊이 이해하고 있는 만큼 이제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따뜻함을 나누고 싶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박준재 주사는 2002년 도봉구청으로 발령을 받고 6-7여년 동안 노숙인, 장애인 담당업무를 맡아 하면서 때론 가슴 아프고, 뭉클했던 기억도 많다고 했다.

“처음 관계를 만들어 가는데 가장 어려운 사람들이 노숙자분들이었습니다. 항상 술에 취해있는 상태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상대에게 적대적이어서 다가가기가 가장 어려운 분들이었죠. 하지만 업무이기도 하고 저 스스로도 어려운 경험이 많았던 만큼 그분들 마음 속에는 도움을 원하는 마음이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싫다고 오지말라는 분들에게는 더 자주 찾아갔죠. 매일 같이 찾아가 안부도 묻고, 시설 권유도하고, 추운겨울이면 목욕비를 드리고 찜질방에서 주무실 수 있게 도와드리기도 했어요. 한 노숙자 분은 ‘내가 7년째 노숙을 하고 있는데 이렇게 꾸준히 찾아와 우리 같은 사람을 챙기는 공무원은 못 봤다. 지독하다. 그리고 고맙다.’고 말해 주시는 분도 계셨습니다. 그분은 제가 도움을 드렸다고 말씀하셨는데, 오히려 그분의 말에 감동을 받았고 오래전 조금이나마 제게 도움을 주셨던 분들의 은혜에 보답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죠.”라고 말했다.

당시 도봉구에는 15명의 노숙인이 있었는데 박 주사는 모든 노숙인의 이름을 외우고 각자가 머물고 있는 지역도 모두 챙기고 살폈다고 했다.

하지만 어디서나 안타까운 사연은 생기는 법. 한겨울 지역순찰을 돌 때 항상 머물고 있던 자리에 없어서 다른 지역을 찾아다니면서 순찰을 했는데 처음 지나간 자리에서 술을 마시고 잠들어 동사했다 소식을 들었을 때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한동안 슬픔과 안타까운 마음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다.

이외에도 박준재 주사는 장애인 고속도로통행료할인카드 신청시 부착하는 사진을 주민등록 시스템으로 함께 활용하는 방안, 고속도로카드와 장애인복지카드를 통합하는 방안, 고속도로통행료 계좌이체 방안 등을 제안했다. 박 주사의 이런 제안들은 당시에는 큰 필요성을 못 느낀 탓인지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몇 년후에는 실제 상용화됐다고 했다.

박준재 주사는 15년째 어르신복지관을 찾아다니며 안마봉사를 해오고 있다. 매주 토요일 어르신들을 만날 때면 그때 내게 도움을 주셨던 분들도 지금쯤 이 연세 어르신들이 되어 계실 것이라는 생각에 잠긴다고 했다.

박준재 주사의 이런 따뜻한 손길과 마음이 도움을 줬던 분들에게 이미 전달됐을 것 같다.

이주영 기자 / sijung198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