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시위문화, 정치문화에 접목하라
사설/ 시위문화, 정치문화에 접목하라
  • 시정일보
  • 승인 2016.11.24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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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촛불집회는 울분, 공감을 넘어 희망의 촛불로 집단치유 과정이라는 김미정 심리학자의 설명이다. 그렇다. 2016년 11월의 대한민국의 광장 시위문화는 달랐다. 우리도 놀라고 세계도 놀란다. 문명국이라는 미국, 프랑스, 영국에서도 볼 수 없는 ‘풍자와 소통’, ‘평화시위’, ‘즐기다 웃으며 표현하다’의 시위문화가 펼친다. ‘시민의, 시민’, ‘대통령 방 빼’ 개성 넘치는 구호가 민중가요 대신 ‘뱅뱅뱅’, ‘떼창’, ‘생애 첫 촛불을 들다’ 같은 의미의 대중가요가 공감대를 형성한다. ‘비폭력정치’, ‘진정하라’ 차벽 앞에 올라간 시민을 향하여 자제의 구호를 외친다. 12일, 19일 행사는 우려를 뒤로 하고 시간이 흐를수록 집회의 성격을 훼손하지 않고 성숙한 모습을 만든다.

심리학자들은 자신과 같은 감정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는 점을 확인하는 것이 집단치유의 기본이라고 설명한다. 업체에 다니는 최모 과장은 팀 동료 5명과 19일 광화문 촛불집회 때 시민에게 무료로 핫팩을 나눠줬다. 이들이 준비한 핫팩은 4000여개에 달했다. 동료와 지인들에게 150만원을 후원받았다. 1인 방송을 하는 40대의 김씨는 가족단위로 나온 시민을 향해 소감을 묻는다. 60대의 어머니는 자신이 부끄럽다고 한다. 박대통령을 좋아하고 투표했던 사람으로 너무 실망이 크다고 말한다. 1인방송의 김씨는 진솔한 인터뷰를 여과 없이 내보낸다. 소형트럭에서는 박대통령의 사진이 담긴 두유를 무료로 나누어준다. ‘그만두유’라는 신조어를 붙였다. 5000개를 무료로 나눠 주고 있다. 김모 청년은 대중 속으로 신문을 던진다. 5천부를 어렵게 만들어 호외형식으로 박대통령의 실정을 기록해 배포한다. 광화문 근처의 건물에는 화장실이 개방되고 있다. 여자시민은 40분을 기다려야 하는 고통도 참아낸다.

미디어 회사를 다니는 박모 대리는 대학 때부터 교류해온 외국인 친구로부터 최근 이메일과 전화가 쏟아져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12일 100만 명이 참여한 시위가 평화롭게 끝나자 떳떳했다.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나섰다고 답하는 젊은이의 눈에는 왠지 모를 눈이슬이 고인다. 19일 시위를 보고 싶다는 중국의 친구들이 아예 휴가를 내고 한국에 왔다.  중국 친구들이 최순실 사태를 보고 비웃었다. 그러나 19일 시위를 보고 한국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는 소감이다. 광화문의 멋진 시위는 중국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문화라고 부러워한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하는지 당혹스럽다고 한다. 강모 대학생은  자신이 만들었다는 쓰레기통을 등에 지고 열심히 시위용품을 수거하고 있다. 안타까운 한국의 현실에 지금 이시간 자신이 할 일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다가 직접 만들어 나왔다고 한다. 12시가 넘도록 젊은이는 쓰레기를 줍는다.

한국의 정치인은 광장으로 나가서 시민의 심장의 깊은 소리를 들어라. 유모차를 끌고 나온 시민의 발걸음에 무엇이 담겨 있는지 귀를 기울이기 바란다. 시민의 성숙한 시위문화에서 정치의 성숙도를 접목하기 바란다. 시민은 정치가 모세의 기적을 만들기를 원하지 않는다. 시민과 함께 소통하는 ‘시민에 의한 시민’의 정치를 원한다. 한국은 지금 촛불로 조용한 혁명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