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조세 정의’는 선택이 아닌 의무다
기자수첩/‘조세 정의’는 선택이 아닌 의무다
  • 윤종철
  • 승인 2016.12.01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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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세금은 누구에게나 평등해야 된다. 부자는 많은 세금을, 가난한 자는 적은 세금을 내야 된다는 형평성 문제를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부자이든 가난한 사람이든 누구는 세금을 내고 누구는 이를 면제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이것이 ‘조세 정의’다.

이 ‘조세 정의’ 실현에 가장 강력한 수단이 바로 가택수색이다. 고액의 지방세를 체납하고 있으면서도 호화 생활을 누리고 있는 얌체족들의 가택을 수색하는 것. 가정의 평온을 깨면서까지 지켜져야 할 만큼 ‘조세 정의’의 가치는 큰 것이다.

지난달 한 구청이 가택수색을 전격 시행했다. 기초 지자체에서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며 이 자치구에서도 최초 시행된 사례다.

돈이 없어 생활이 어렵다던 이 체납자의 집에서는 100만원 상당의 미화와 다량의 상품권이 나왔다. 특히 변기에서는 급하게 버려 물에 젖은 전세계약서까지 발견됐다. 결국 3억5000만원의 모든 체납 지방세를 납부 받을 수 있었다.

이 구청은 앞으로도 발로 뛰는 현장 위주의 체납 징수에 나서겠다며 ‘조세 정의’ 실현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문제는 구청이 강조한 ‘조세 정의’ 실천이 사람에 따라 달라졌다는 데 있다.

얼마전 진행된 행정사무감사에서 이 구청은 무허가 건물을 정리하면서 당연히 부과해야 될 변상금을 부과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변상금을 부과하지 않기 위해 변칙적으로 ‘정책심의회’까지 열었다는 논란에 휩싸이면서 책임을 피해가기 어려워 보인다.

특히 이날 관계자의 해명은 논란을 더욱 부축인 꼴이 됐다. “변상금을 부과하는 것이 맞지만 모든 행정행위를 기계적인 잣대로만 적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라면서 “이번 경우에는 거주자가 70대 어르신으로 아무 재산이 없어 변상금을 부과하더라도 채권확보가 안되며 어르신이 돌아가시면 채권이 소멸해 실익이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는 해명이었다.

이 해명은 결국 구청 스스로 ‘조세 정의’를 정면으로 부인한 것이다. 이를 돌려서 얘기하면 나이가 많고 재산이 없다고 하면 세금을 부과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이며 이를 그 집행기관이 사실상 인정한 셈이니 말이다.

백번 양보해 정말로 실익이 없었다 하더라도 구청은 일단 변상금은 부과했어야 함이 옳았다. 어느 누구든 과세 대상에서 면제된다면 ‘조세 정의’의 가치는 무너지고 만다. 하물며 이를 지켜야할 집행기관이 부과도 하기 전에 이를 포기했다는 것은 정말이지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주변을 조금만 돌아봐도 어렵지만 꼬박꼬박 성실 납부하며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누구에게는 인정을 베풀고 누구에게는 정확한 잣대를 들이댄다면 과연 이들에게 뭐라고 변명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