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코쿤족을 예의 주시하라
사설/코쿤족을 예의 주시하라
  • 시정일보
  • 승인 2016.12.01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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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80년대의 대학은 총학생회의 전성시대였다. 총학생회장 출신이 정계에 진출, 당대표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러나 2017년도 총학 선거가 무산된 대학교가 있는가 하면 총학을 뽑는다 해도 투표율이 매우 저조한 실정이다. 대학가에 따르면 최근 총학 선거를 치른 연세대, 숙명여대, 서울시립대, 한국외대 등은 입후보가 없어 무산됐다. 서강대는 총학선거에 나서려 했던 후보가 입후보자격을 얻을 수 있는 추천인 수를 확보하지 못해 역시 선거가 무산됐다. 서울대는 투표율이 낮아 연장 투표를 시행한 끝에 총학생장 선출에 가까스로 성공했다. 과거 대학생들의 사회 참여의 구심점 역할을 해왔던 학생회가 외면 받는데도 촛불 집회에 참여하는 대학생들이 많은 이유는 뭘까.

가장 큰 이유는 집단 주장보다 개인의 주장을 중시하는 젊은 층의 문화가 꼽힌다. 이 같은 현상은 촛불집회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지난 5차례에 걸쳐 열렸던 촛불집회는 총학생회 중심으로 참여한 대학생보다 인터넷을 통한 자발적으로 참여한 학생들이 많았다. 80년대부터 꾸준히 증가한 사이버 코쿤족 탄생이 무관치 않다. 코쿤이란 누에코치안의 애벌레처럼 사이버 공간을 세상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해 줄 수 있는 장소로 여기며 만족감을 느끼는 것을 일컫는다. 사이버 코쿤족에게 사이버 공간은 생산의 도구이며 오락까지 책임지는 만능공간이다. 현대사회에서 생존을 위해 필요한 에너지를 재충전하는 일상적인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렇게 현실 밖으로 좀처럼 나가지 않는 코쿤족이 촛불을 들었다는 것은 매우 놀랍고 자극적인 현상이다. 단체적인 집단행동은 우리가 쉽게 보아온 형태다. 전국규모 노동단체가 그렇고 시민단체가 그렇다. 개인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인터넷을 통해 자발적으로 100만이 넘는 집단행동을 보인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뿐만 아니라 건국 이래 가장 큰 집단행동이다. 외신과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은 과거와 달리 토론을 통해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고 상대의 의견이 자신과 달라도 들어주는 민주적인 태도라고 한다.

김은혁 사회학 학자는 요즘 상명하달식 과거의 집단행동과는 달리 개개인, 자신의 의견을 정부에 전달하는 것을 정치권에서는 진지하게 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단체란 개개인의 의견이 달라도 집행부의 결정에 순응하는 것이다. 개인의 의견이 190만이 넘고 5차 촛불까지 혼란 없이 질서를 지키며 의견을 개진하는 것은 임계점의 인식상황을 매우 침착하게 대처하고 있다.

이러한 임계점을 빨리 읽지 못하면 사회는 혼돈으로 빠지게 된다. 이미 경제적인 파급은 상당한 충격에 도달했다. 음식점이나 소비자의 주머니는 굳게 닫히고 있다는 통계다. 공무원 사회도 동력을 잃은 정부에 눈치만 보는 실정이다. 물론 전대미문의 어이상실 사건을 접한 야권과 관련 기관에서는 순간 대응이 서툴 수밖에 없다. 정치권이 인식해야 하는 것은 총학이나 전국 규모의 노동단체가 움직이는 것은 집행부와의 교섭이 가능하다. 그러나 코쿤족은 전혀 다른 양상이다. 분노하는 대화의 대상이 코쿤족, 개인이라는 것이다. 200만의 코쿤족을 상대해 대화의 실마리를 찾는 다는 것은 매우 비현실적이다. 방법은 여론의 향방이고 결론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과거와 전혀 다른 코쿤족에 귀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