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재난·안전관리의 패러다임을 전환할 때
특별기고/ 재난·안전관리의 패러다임을 전환할 때
  • 시정일보
  • 승인 2016.12.08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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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석 봉 건축구조기술사
   
 

[시정일보]해는 여느 해에 비해 크고 작은 재난과 사고가 많았다. 특히 세월호 사고 이후 메르스 사태와 경주 지진, 폭염, 태풍 차바에 이르기까지 대형재난들이 연이어 우리 사회의 안전을 위협하는 사건과 사고들이 반복적으로 발생하였다. 재난유형에 있어서도 자연재해와 사회재난을 가릴 것 없이 다양하고 범국가적인 재난상황으로 이어졌다.

사회가 발전해 가면서 국가적 위기 환경이 변화고 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유럽 등 전 세계적으로 각종 재난은 대형화되고 있고, 이전에는 미처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위기상황들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회적 환경의 변화와 함께 국가재난관리의 패러다임도 변하고 있다. 현대사회에서 태풍, 홍수, 지진 등 재난에 따른 국가위기상황은 어쩔 수 없는 외부적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특별한 상황이라기보다는 사회적 취약성에 따른 사회구조적 위험의 결과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재난사고 발생 시 신속하고 효과적인 대응도 중요하지만 재난사고를 사전에 예방하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들을 미리 마련하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는 교훈을 얻었다. 그리고 이제 이러한 방안들을 마련하고 시행함에 있어 정부만이 아니라 민·관이 함께하는 협력의 필요성이 대두되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발생한 이러한 재난과 안전사고들은 대응과 복구 중심의 재난·안전관리 전략만으로는 안전관리가 효과적이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사전적 예방과 대비의 중요성은 국내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나타나는 재난 안전관리의 패러다임의 변화였다.

많은 국가들의 재난안전관리 전략은 사전 단계에서 회복력이 강한, 즉 ‘Resilient’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피해규모를 최소화하고 빠른 복구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재난 및 사고 발생 이전에 사회 다양한 구성원들이 미리 예방하고 대비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의 재난안전관리를 벗어나, 보다 총체적이고 효과적인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법제도적 체계의 구축과 실효성 있는 정책의 집행이 유기적으로 연계할 필요가 있다. 특히 국민들의 삶과 직결되며 신속한 의사결정이 요구되는 재난안전관리 정책에 있어서는 입법 활동과 정책집행 부문의 협력을 통해 통합적으로 접근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건물붕괴·자연재해·교통사고 등 크고 작은 사고가 잇따라 일어나면서 보다 체계적인 재난안전정책 마련의 시급성이 대두되고 있어 다행스러운 일이다. 특히, 사고의 양상이 복잡해지면서 사고발생 후 수습하는 방식의 사후조치로는 한계가 있다. 이제 ‘사후수습’이 아닌, ‘사전예방’으로 재난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할 때가 왔다. 특히, 관계기간 간 정보공유와 협력체계 강화를 통해 취약시설을 점검하고 시정조치와 사전예방정책을 마련하는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

실제, 우리나라보다 재난사고를 많은 겪은 일본의 경우, 자연재난 예측 및 저감기술개발을 위한 연구개발 1달러 투자로 재난복구비용 7달러를 절약함으로써, 7배 이상의 효과를 거두는 실효성을 얻고 있다. 재난 사고 예방정책을 통해, 인명뿐 아니라 국가 전체의 손실 또한 막고 있다.

특히 경북 경주지역에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한 이후 399차례의 여진에 이어 규모 4.5의 지진이 다시 발생한 가운데 아파트 등 건축물의 내진설계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17개 광역시도 공공ㆍ민간 건축물 143만9547동 중 33% 밖에 내진설계가 적용되지 않은 사실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다. 준공 후 20년 이상 경과 1종 시설물에 대한 내진성능평가가 2014년 의무화했는데 시행 2년이 넘었는데도 민간은 물론 공공시설 관리자조차 이 사실을 모르는 곳이 많다는 것은 시설물 관리주체의 안전 불감증이다.

내진설계란 지진 당시나 지진이 발생된 후에도 구조물이 안전성을 유지하고 그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설계 시 지진하중을 추가로 고려한 설계를 의미한다. 국내 건축물에 대한 내진설계 기준은 건축법 개정으로 1988년에 도입, 내진설계 의무적용 대상 건축물 기준이 2층으로까지 확대되었다.

그러나 그 이전에 지어진 건축물, 아파트에 대한 내진보강 및 현황 파악이 시급하다하지만 현재 기술력으로 건축물 내진보강은 가능하지만 어느 수준까지 올릴 수 있느냐의 문제는 결국 ‘돈’이다. 또 공공건축물이 아닌 사적건축물에 대한 정부의 내진보강 지원은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어 정책입안자들의 의식에 전환이 있어야 한다.주)한림구조엔지니어링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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