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앞/ 어떤 경우라도 욕심 때문에 본성을 잃어선 안 돼
시청앞/ 어떤 경우라도 욕심 때문에 본성을 잃어선 안 돼
  • 시정일보
  • 승인 2016.12.29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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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處處(처처)에 有種眞趣味(유종진취미)이니 金屋茅 (금옥모첨)이 非兩地也(비양지야)라 只是欲蔽情封(지시욕폐정봉)하여 當面錯過(당면착과)하면 使咫尺千里矣(사지척천리의)니라.

이 말은 菜根譚에 나오는 말로 ‘어디서나 참 즐거움이 있어 대저택과 초가집이 다를 바 없다. 다만 욕심과 정 때문에 본성을 잃어 한번 어긋나면 가늠할 수가 없다'는 의미이다.

인간은 큰 저택에 살거나 초가집에 살거나 삶의 참뜻을 알고 즐겁게 살아가는 데는 마음먹기에 달렸다. 욕심과 정 때문에 사람의 본성을 잃지 말자는 이야기이다. 익불사숙( 不射宿)이란 말이 있다. 주살로 자는 새를 잡지 않는 다는 뜻으로 인자의 자비심을 이르는 말이다. 또한 애급옥오(愛及屋烏)란 말이 있다. 남을 사랑하면 그 집의 지붕에 있는 까마귀까지도 사랑하게 된다는 뜻이다. 그래서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이야기이다. 사람의 본성이 살아있는 한 모든 사물은 사랑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모든 생물이 이 땅위에서 완전히 존재하지 않게 됐다 하더라도 자비심은 그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마음속에서 끊임없이 존속해 있기 때문이다. 석가모니가 말씀하시기를 ‘사람이 건강을 잃고 친구를 잃고 명예를 잃는다는 것은 그 어느 것이나 다 커다란 손실이다. 그러나 사람으로서 자비심을 잃는다는 것은 무엇보다 가장 큰 손실’이라고 했다.

작금에 들어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자택,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집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김 전 실장과 조 장관은 문화예술계의 이른바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 문화예술단체로부터 고발된 상태다. 현 정부 들어 문화예술계에 기피 명단이 존재한다는 무성했던 소문이 지난 국정감사에서 사실로 드러났다. 블랙리스트 존재를 언급한 문화예술위원회 회의록뿐만 아니라 9473명의 문화예술인 명단이 공개됐다. 명단에는 세월호 선언에 참여한 문화예술인을 포함 반정부ㆍ진보 성향의 인사들이 망라돼 있다. 문화예술인의 활동을 제약하고 스스로의 검열을 유도하는 것이야말로 반민주적인 탄압이 아닐 수 없다. 권력을 동원해 표현의 자유와 창작의 자유를 막는 나라를 민주주의 국가라는 말을 하기도 어렵다. 만약 블랙리스트 의혹이 사실이라면 이는 민주정부의 근본을 흔드는 중차대한 사안인 만큼 철저히 진상을 밝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일벌백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