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치락 뒤치락’ 자치단체 청렴경쟁 치열
‘엎치락 뒤치락’ 자치단체 청렴경쟁 치열
  • 윤종철
  • 승인 2017.01.12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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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 지방자치의 현주소 2. 청렴도 평가 허와 실
   
 

촛불의 거대한 물결. 탄핵정국으로 온 나라가 요동치며 격동의 역사가 펼쳐지는 대한민국 하늘위에 정유년 새해 밝은 해가 떠올랐다.
본격적인 지방자치가 실시된지 22년. 올해는 대한민국의 지방자치가 도약과 정체의 갈림길에 서있는 해다.
지방자치 발전을 가로막던 1987년 체제가 정치권과 국민다수의 원망을 받으며 개헌의 목소리가 높아져 7공화국 시대 개막이 예고되고 있는 것이다.
싸늘한 대지위에 힘차게 솟아오른 정유년 아침해를 맞으며, 매년 새해 초 지방자치 발전을 위한 기획물을 연재해 온 본지는 올해도 어김없이 독자와의 무언의 약속을 수행하려 한다.
올해 선택한 주제는 최근 정치권 최대의 화두로 떠오른 ‘개헌’과 궤를 함께하는 ‘개헌과 지방자치’,  또 하나는 ‘자치단체 청렴도 평가의 허와 실’을 소개한다. 이번호에서는 ‘자치단체 청렴도 평가의 허와 실’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시정일보 윤종철 기자] 매년 연말이면 서울시 25개 자치구들의 희비가 엇갈린다. 권익위가 1년에 한 번씩 각 자치구의 ‘청렴도’를 평가해 1위부터 25위까지 순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각 자치구에서는 순위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문제다. 그러나 사실 이같은 청렴도는 각 자치구의 실제 청렴도와는 무관한 순위경쟁으로 비춰진다. 

권익위의 ‘청렴도’ 측정은 단순히 개인적 일탈이나 부패도만을 평가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조직의 부패도보다는 조직 전체의 근무 환경이나 인사, 예산, 업무지시 공정성 등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같은 종합적인 평가에서 청렴도 1위 지자체가 단숨에 20위권으로 밀려나고 최하위권에 있던 지자체가 청렴도 1위 지자체로 수직 상승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한 조직이 한 가지의 불합리한 관행을 깨기 위해서도 수많은 시행착오와 오랜 노력을 필요로 한다. 청렴 1등이 청렴 꼴찌로, 꼴찌가 청렴 1등으로 단숨에 바뀔 수 없는 이유다.    

권익위도 나름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측정 방식을 내세우고 있지만 분명 이에는 문제가 있어 보인다. 이에 어떤 요인이 실제 지자체 청렴도에 영향을 끼치며 지자체의 치열한 순위 경쟁을 촉발하고 있는지 청렴도 측정의 허와 실을 살펴보고자 한다.  

권익위 청렴도 평가, 관행적 부패요인 차단
-공무원ㆍ민원고객 참여, 지자체 순위에 촉각

권익위의 종합청렴도는 외부청렴도와 내부청렴도, 정책고객평가를 모두 합한 점수에 부패사건 발생현황과 신뢰도 저해행위 점수를 감점해 부패유발요인을 진단한다.

외부청렴도는 민원인과 업무상대방의 입장에서 주요 대민업무의 청렴도를 평가하는 것으로, 부패지수(13개 항목)와 부패위험지수(4개 항목)에 대한 설문으로 평가된다.

내부청렴도는 소속직원의 입장에서 해당기관의 내부업무와 문화의 청렴도를 평가하는 것으로, 청렴문화지수(9개 항목)와 업무청렴지수(24개 항목)에 대한 설문으로 평가가 이뤄진다.

정책고객평가는 전문가와 업무관계자, 주민이 해당 기관의 정책 등 업무전반의 청렴도를 평가하는 것을 말한다. 부패인식(9개 항목), 부패통제(3개 항목), 부패경험(1개 항목) 등에 대한 설문으로 실시된다.

부패사건 발생현황은 금액이나 인원, 직급 등에 따라 점수로 평가해 종합청렴도 점수에서 감점한다.
권익위는 매년 6월 그해 청렴도 측정 실시계획을 확정해 각 기관에 통보하고, 7월까지 측정대상자 명부와 부패관련 통계자료 등을 접수한다. 이어 7월부터 11월까지 외부청렴도, 내부청렴도, 정책고객평가 등을 위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12월에 청렴도 측정 결과를 발표한다.

지난해 12월 발표한 청렴도 측정 결과에서 606개 공공기관 평균 종합청렴도는 평균 7.85점으로, 전년 대비 0.04점 하락했다. 사회전반적인 청렴분위기와 청탁금지법 시행 등으로 내부직원들이 과거 관행으로 여겨졌던 행위를 부패로 판단하는 등 부패관련 민감도가 높아졌기 때문에 점수가 낮아졌다는 것이 권익위의 분석이다.

지난해 청렴도 측정은 권익위가 2015년 7월부터 2016년 6월까지의 기간 중 측정대상기관의 부패경험과 부패인식에 대해 업무경험이 있는 국민과 소속직원, 전문가 등이 응답한 설문조사 결과와 부패사건 발생현황 점수를 종합해 도출했다. 총 23만2401명의 국민이 설문조사에 참여했다.

지자체 공무원 10명중 5명 “실제와 괴리”
-‘내부청렴도’ 구체적인 내용 없어 ‘피드백’ 어려움

이렇게 권익위가 청렴도를 측정하는 것은 크게 2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 번째는 각 자치구 간 경쟁구도를 만들어 하위권은 상위권으로 진입하려는 노력을 유도한다는 취지며 또 다른 하나는 청렴도가 좋지 않은 부분에 대한 피드백이다.

두 가지 모두 정확한 측정과 진단을 전제한다. 그럼 권익위의 이같은 청렴도는 과연 정확할까?

<시정신문>은 새해를 맞아 서울시 25개 자치구를 대상으로 각 분야 100명의 공무원들에 대해 청렴도 인식조사를 벌였다. 24개 구청에서 96명이 응답했으며 표본은 구청장(관리자), 홍보담당관, 감사담당관, 민원담당관 등 1개 구청당 각 4명씩이다.

설문 결과 응답자 중 거의 절반(96명 중 46명)에 가까운 공무원들이 실제 구의 청렴도와 관계가 없거나 보통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청렴도 결과가 해당 지자체 공무원들이 실제 체감하고 있는 청렴도와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다고 인식하고 있는 셈이다.

청렴도 결과를 토대로 한 부패취약분야에 대한 각 기관의 자율적 개선노력을 위한 ‘피드백’에 대한 응답도 도움이 안 되거나 보통이라는 답변이 40%(96명 중 40명)에 달했다. 인사나 예산, 업무지시 공정성 등을 평가하는 내부청렴도 조사 질문에는 어떤 문제가 있는지 전혀 나타나 있지 않아 이 질문만을 가지고는 구체적인 개선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편 권익위의 측정 방식 중에서는 내부청렴도(52명) 평가가 가장 큰 괴리가 있다고 꼽았으며 외부평가도 36명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부패사건 발생현황에 대해서는 5명만이 괴리가 있다고 응답해 개인적 부패와 관련해서는 비교적 정확히 청렴도에 반영되고 있다는 의견이다. 

0.2점 감점만으로 4위에서 14위로 ‘뚝’
-25위 꼴등 자치구도 종합 7.09점 ‘청렴 우수’

권익위의 청렴도 순위 점수는 외부청렴도, 내부청렴도, 정책고객 평가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점수에서 부패사건 발생 현황에 대한 점수를 감점해 1위∼25위까지 등급을 매긴다.

지난해 권익위가 발표한 서울시 25개 자치구 종합청렴도는 10점 만점에 7.99점에 달했다. 특히 외부청렴도의 경우에는 8.24점까지 높았다.

지난해 25위를 한 지자체 종합청렴도 점수의 경우에도 7.09점이었으며 외부 청렴도도 7.55점을 받았다. 

청렴도 설문조사 시 리커트 척도(7가지 질문)를 사용하는 점을 고려해 5점이면 ‘보통’, 6점 이상이면 보통 이상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25위를 한 지자체 역시도 외부평가는 물론 종합청렴도에 있어서도 ‘우수’ 지자체인 셈이다.   

점수 배분에 있어서도 감점 요인이 순위 결정에 절대적인 역할을 하며 문제로 지적됐다. 각 순위별 점수 차이가 없다 보니 0.2점 감점만으로도 순위가 상위에서 하위권으로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4위 지자체의 경우 종합청렴도가 8.22점이지만 14위 지자체는 8.04점으로, 단 0.2점의 차이로 4위에서 14위로 뚝 떨어진 셈이다.

외부청렴도 ‘친절도 평가’ 처럼 운영
-부패사건 감점 요인도 1~2년 뒤 반영

권익위의 청렴도 평가 순위가 실제 구의 청렴도와 관계가 없다고 생각하는 공무원들은 내ㆍ외부 평가 모두 실제 구의 청렴도 수준을 반영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첫 번째 이유는 턱없이 부족한 평가 대상이다. 내부청렴도의 경우 1개 구청당 보통 1500명~2000명의 직원 중에서 단 100명만이 대상이다. 외부청렴도의 경우에는 그 비율이 더욱 적다. 표본이 너무 적다보니 객관적이지 못한 대상자들에 의해 청렴도 순위가 좌지우지된다는 설명이다.

인사상 불만이 있는 직원, 상급자의 단순 지시사항도 불법 부당한 업무지시로 바라보는 시선 등을 걸러낼 수 없다는 주장이다.

한 자치구 감사담당관은 “단체장의 적극적인 업무 추진은 일부 직원들에게는 업무 과중으로 불만이 쌓이기도 한다”며 “이는 구의 청렴도와 아무 관계가 없지만 실제 평가에서는 부당한 업무지시 사례가 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외부청렴도의 경우에는 실제로 청렴도 평가보다는 마치 ‘친절도 평가’처럼 운영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고질민원이 많은 구는 청렴도가 낮고, 민원 친절도가 높은 구는 청렴도가 높게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두 번째 이유로는 부패사건 감점 요인을 들었다. 부패사건 감점 요인은 청렴도 점수나 순위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후행적으로 반영된다는 점이다.


부패사건은 사실확인과 조사, 징계위원회의 결정 등 발생과 결정 사이에 1~2년의 갭이 생긴다. 감점요인이 당해연도가 아닌 다음해나 그 다음해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한 지자체의 경우 지난 2013년에 발생한 부패사건 감점요인이 2015년에 적용되기도 했다. 2014년에 구청장 선거가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A구청장 시절 감점요인이 B구청장 청렴도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 셈이다.

청렴도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한 지자체 담당자는 “현재 평가 시스템 안에서는 자치구 청렴도 평가 순위는 아무 의미 없다”며 “실제 자치구 청렴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친절도와 비례하는 외부청렴도 측정 방식과 질문자체가 피상적인 내부청렴도 측정 방식을 바꿔야 하며 주관식이나 상세 서술 방식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른 지자체 감사담당관도 “부패 간접경험의 경우 세부 설문을 통해 오류를 최소화해야 된다”며 “이는 실제 본인의 경험이 아닌 부패 인식에 기인하는 것으로 가중치도 최소화해야 된다”고 전했다.   

윤종철 기자 / sijung1988@naver.com

 

비리의심 걱정 털고 당당하게 일한다
-청렴식권·청렴서한 발송 등 부패요인 차단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2016년 공공기관 청렴도 측정 결과’에서는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강남구, 마포구, 중랑구가 종합청렴도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강남구는 종합청렴도 8.55점으로 전국 69개 자치구 중 유일하게 1등급에 속하며 전체 1위를 차지했다. 마포구와 중랑구는 8.33점으로 부산 동래구와 함께 공동 2위에 올랐다. 강남구는 내부청렴도에서도 8.95점으로 1위에 등극했다.

강남구는 지난해 강력한 반부패·청렴시책을 62개의 실천과제로 세분화해 체계적으로 추진했다. 대표적인 실천과제로는 지난해 2월부터 공직자에 대한 직무관련자의 식사접대와 식사비 대납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운영하고 있는 ‘청렴식권제’를 들 수 있다.

또한 구는 31개 부서원으로 청렴추진기획단을 구성해 반부패·청렴시책을 추진하도록 하는 한편, 구민이 직접 구정에 대한 감사를 실시하는 구민감사관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인허가, 공사·용역 계약 민원인 대상으로 청렴서한과 청렴문자를 발송하는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간부공무원의 청렴도를 높이기 위한 ‘간부청렴도 평가’도 눈에 띈다. 강남구의 간부청렴도 평가는 구청장을 포함한 부구청장, 국과장 등 5급 이상 간부공무원을 대상으로 직원들이 직접 청렴도를 평가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지난해 5월 실시된 평가에서는 직원 1051명이 구청장을 포함, 현재와 과거 3년 사이에 3개월 이상 근무한 과장급 이상 63명에 대해 직접 설문형식으로 비공개 평가했다.

설문은 △위법·부당한 업무지시 △학연·지연 등 연고 중심의 업무처리 △공정한 직무수행 △금품·향응 수수 △부하직원과의 소통 △건전한 사생활 등 20개 항목으로 이뤄졌다. 그 결과 간부청렴도 평균은 10점 만점에 9.83점으로 나타났으며, 신연희 구청장은 10점 만점에 9.99점을 받았다.

한편 강남구는 권익위가 실시한 ‘2015년도 부패방지시책결과’ 평가에서도 1등급을 차지한 바 있다. 이 평가는 매년 공공기관 스스로 청렴성을 높이기 위해 추진한 반부패·청렴활동에 대해 노력도와 그 성과를 권익위가 평가하는 것으로, △반부패인프라 구축 △정책 투명성·신뢰성 제고 △부패유발요인 제거·개선 △공직사회 청렴의식·문화 개선 △부패사례방지 및 신고활성화 등 6개 부문에서 평가한다.

중랑구는 △동 주민센터의 행정 비효율과 부조리를 해당 지역주민이 직접 감사하는 ‘명예주민감사관제’ △공원·도로·위험시설물 등 3000만원 이상 시설 시공 시 지역 전문가를 명예감독관으로 임명해 감사하는 ‘청렴계약 옴부즈맨’ △특정 감사 시 민간인으로 구성된 자문위원들이 주민 입장에서 감사 방향을 제시하는 감사자문위원회 등을 운영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또한 △1단계 문자전송시스템, 2단계 음성설문조사, 3단계 주민만족도 측정으로 운영되는 ‘민원필터링시스템’ △민원업무 전 과정에 대한 모니터링제 △전 직원 청렴교육 의무이수제 등도 운영하고 있다.

마포구는 직원 개인별 청렴교육 10시간 의무이수제를 도입하고, 매월 1회 구청장이 청렴서한문을 발송하고 있으며, 청렴마일리지 제도, 청백-e시스템 모니터링, 공직자 자기관리시스템 운영 등을 통해 공직윤리를 확립하고 있다. 또 청탁금지법 적용에 따른 직원들의 혼란을 방지하고 법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구 감사담당관을 ‘청탁방지담당관’으로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구민의 권익을 보호하고 위법부당한 행정처분을 바로잡기 위해 ‘마포구 옴부즈맨’을 운영해 고충민원해결사로서 역할을 하도록 하고 있으며, 전문가와 주민으로 구성된 감사자문회의,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현장감사제도 역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승열 기자 / sijung198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