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안 하는 건가 못하는 건가
기자수첩/ 안 하는 건가 못하는 건가
  • 李周映
  • 승인 2017.01.12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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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영 기자

[시정일보 이주영 기자] ‘처음처럼’을 꾸준히 지켜가기란 쉽지 않다. 처음 가졌던 마음으로 무슨 일을 끝까지 한다는 것은 누구나가 인정하듯 거의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처음같이’ 한 정책만을 이야기하는 자치구도 안타깝다. 한결같은 마음으로 일을 하는 것인지, 새로운 정책을 만들어 내지 못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본 기자가 출입한지 벌써 4년째인데 여전히 한 자치구는 몇 년째 몇 가지의 주제에서 전혀 벗어나지 않는 정책들만이 반복되고 있는 모습이다.

역사, 문화를 계승하겠다는 목적으로 문화제, 지역의 환경을 깨끗이 하겠다는 방법으로 지역 청소행사, 애국심을 키우기 위한 태극기 걸기만 되풀이하는 모습은 가끔 애잔하기까지 하다.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계승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문화제는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변화와 발전의 콘텐츠가 없이 매년 같은 내용만으로는 구민들은 물론 외부에게도 그 노력은 인정받기가 어렵지 않을까?

환경의 문제는 전 세계가 처해있는 문제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들과 노력 역시 자치구에서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문제이지만 청소와 쓰레기 등의 원초적인 문제에 대한 노력이 그 자치구를 알리고 홍보하는 일이 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기자만의 편견은 아닐 듯하다.

애국심을 키우는 일 또한 중요하다. 천만관객을 달성했던 영화 <국제시장>에서 부부싸움을 하던 부부가 오후 5시에 울려 퍼지는 애국가에 싸움을 멈추고 벌떡 일어나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는 장면은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물론 그런 시기가 있었고, 그 시절을 지내온 사람들에게는 향수에 젖을 수 있는 좋은 소재거리였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그것은 국가가 그만큼 강력한 권한을 행사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는 시대이기도 했다. 각 국민의 삶의 만족도가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요즘 삶의 질 향상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과 정책 없이 태극기 걸기만 홍보한다고 애국심이 키워지는 것은 아니지 않을까란 생각도 든다.

기초지방자치단체로써도 어려움은 있다. 현실적인 재정독립이 이뤄지지 않아 자체적으로 실시할 수 있는 사업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은 충분히 인정한다.

하지만 남들에게 그럴듯하게 보일만한 몇 가지 정책만을 매년 반복하는 것보다는 크게 드러나는 사업은 아닐지라도 주민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정책들에 대한 고민은 분명 있어야 한다.

기자가 취재중 만나는 보통의 주민들은 내 집으로 돌아가는 어두운 골목을 비추는 새로 생긴 가로등에, 동네 공원에 새로 설치된 작은 운동기구 하나에도 감사하고 행복해 했다. 주민들은 직접 체감할 수 있는 내 생활 속의 작은 변화를 통해 삶의 만족도도 높아지고 정말 좋은 세상이라고 이야기했다. 아주 작은 일일지모르지만 내 생활의 불편이 정책에 반영됐고, 그 결과가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는 일보다 보이지 않는 일을 묵묵히 해내는 일을 어렵다. 그러나 매년 똑같은 정책으로 한 해를 꾸려 가는 것도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구민을 위한 참신한 행정, 그 답을 현장에서 찾겠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를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쉽지만 어려운 일, 그것을 해내는 것이 구민을 위한 정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