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교육혁신도 소통에서부터
<기자수첩>교육혁신도 소통에서부터
  • 윤종철
  • 승인 2017.01.19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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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철 기자
   
 

[시정일보]기자들과의 저녁식사 자리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한 선배가 중학교에 입학한 둘째 아들의 이야기를 꺼냈다. 머리는 아빠를 닮아 좋은데 공부를 못할뿐더러 노력도 전혀 하지 않는다는 얘기였다. 급기야 보기 민망할 정도의 성적표를 받아오자 선배는 화를 꾹 참고 “꿈이 뭐냐”고 물었다 한다. 그러자 아들놈이 “제 꿈은 재벌 2세입니다. 그런데 아빠가 도대체 노력을 안하시니 제가 꿈을 이루기 힘드네요”라고 말해 순간 선배는 “미안하다”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선배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25여년전 중학생 시절 한 친구가 떠올랐다. 당시 그 친구는 남극의 얼음을 떼다 녹여서 팔면 돈을 많이 벌 수 있겠다는 생각을 친구들에게 이야기한 적이 있다.

지금처럼 건강을 생각한 산소수나 암반수같은 디테일을 생각한 것도 아니었다. 단순히 뜨거운 여름 미지근한 보리차를 마시면서 내뱉었던 말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당시에는 생수를 마트에서 팔기 전이었기 때문에 물을 팔겠다는 생각은 놀림거리가 되곤했다.

최근 ‘서울형 혁신교육지구’에 선정된 서울시 22개 자치구들이 ‘혁신교육 모델’ 구축을 위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 눈치다. 학교라는 틀에서 벗어난 교육의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올해는 이같은 아이들의 엉뚱한 상상력을 키워줄 수 있는 교육 기반이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를 위해 그간 추진돼 왔던 일반적인 커리큘럼을 벗어난 ‘소통의 공간’을 먼저 마련하라고 제안하고 싶다.

지중해의 작은 나라 에스토니아는 1993년부터 아이들의 상상력과 사고 능력 배양을 위해 이같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고 한다. 현재 에스토니아의 1인당 GDP가 20배나 증가했다.

‘페이스북’도 세계 최대 소통 공간을 마련해 신사옥을 지었다. 한 공간에서 협업하고 토론하면서 상상력과 창의력을 배양하기 위한 것이다.

사실 이같은 소통의 공간이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런 공간이 왜 중요한지는 이같은 많은 사례들이 증명하고 있다.

앞서 엘빈토플러는 “한국 학생들은 미래에 필요하지 않은 지식과 존재하지 않는 직업을 위해 매일 15시간씩 낭비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의 주장은 현재 여실히 증명되고 있다. 반복적인 지식습득의 입시교육은 앞으로 급변하는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어렵다. 이런 점에서 ‘서울형혁신교육’ 사업은 기존 입시교육을 벗어날 기회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다만, 어떤 교육으로 어떻게 만들어 갈지는 앞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각 자치구 노력 여하에 달려있다.

얼음이 녹으면 ‘봄’이 온다는 아이와 사촌이 땅을 사면 ‘가본다’는 아이들의 엉뚱한 상상력을 오답처리 하지 않는 사회가 될 때 우리나라 미래는 기대해 봐도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