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스/나와 가족을 위한 최선의 선택, 금연
닥터스/나와 가족을 위한 최선의 선택, 금연
  • 시정일보
  • 승인 2017.01.19 14:34
  • 댓글 0

황희진 교수(가톨릭관동대학교 국제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과장)
   
황희진 교수

[시정일보] 조기사망(premature death)이란 어떤 인구 집단에서 평균 수명보다 일찍 사망하는 것을 말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연간 조기 사망자 1600만 명 중 600만 명은 흡연, 330만 명은 과음, 320만 명은 운동 부족, 170만 명은 염분 과다 섭취가 원인이다. 흡연이 몸에 해롭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온 국민 생활 상식이다. 흡연은 암과 호흡기 질환을 비롯한 각종질환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특히, 우리나라 3대 사망 원인인 암, 뇌혈관 질환, 심장 질환에 큰 영향을 미친다.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폐암 발생 위험이 20배 늘어나고, 사망률이 70% 정도 높아지며, 평균수명이 12년가량 짧아진다. 전체 암의 30~40%는 담배 때문에 생기는데, 담배를 오래 피울수록 발암물질이 몸에 많이 축적돼 폐암·구강암·인두암·췌장암·후두암·방광암·신장암 등 암에 걸릴 가능성이 커진다.

담배, 안 피고 사는 사람들도 많은데 왜 계속 피우는 것일까?

담배를 피우는 데는 크게 두 가지 요소가 영향을 미친다. ‘습관’과 ‘중독’이 바로 그 둘이다. 예를 들어보자. 학창 시절에는 하교 후 귀갓길에 오락실이 있으면 꼭 들르는 친구들이 있었다. 그건 습관이다. 이럴 땐 맹모삼천지교의 마음으로 오락실이 없는 동네로 이사를 가던지 아니면 오락실이 없는 다른 통학로를 개발하면 된다. 그런데 학교 안가는 일요일이나 방학 기간에도 오락실을 찾는 친구들, 이들은 중독이라고 볼 수 있다. 담배도 마찬가지이다. 술자리에서만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습관이다. 하지만 아침에 눈 뜨자마자 꼭 담배를 피워야 하는 사람, 이 사람은 중독이라 볼 수 있다. 중독과 의존은 개념이 약간 다르긴 하지만 니코틴 의존도는 파거스트롬이 만든 설문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표 1.).

 

표 1. 니코틴 의존도 평가 : (수정된) 파거스트롬 설문지

1) 하루에 보통 몇 개비나 피우십니까?

(0) 10개비 이하 (1) 11 - 20개비 (2)21 - 30개비 (3) 31개비 이상

2) 아침에 일어나서 얼마 만에 첫 담배를 피우십니까?

(3) 5분 이내 (2) 6분 - 30분 사이 (1) 31분 - 1시간 사이 (0) 1시간 이후

3) 금연구역(도서관, 극장, 병원 등)에서 담배를 참기가 어렵습니까?

(1) 예 (0) 아니오

4) 하루 중 담배 맛이 가장 좋은 때는 언제입니까?

(1) 아침 첫 담배 (0) 그 외의 담배

5) 오후와 저녁시간보다 오전 중에 담배를 더 자주 피우십니까?

(1) 예 (0) 아니오

6) 몸이 아파 하루 종일 누워있을 때에도 담배를 피우십니까?

(1) 예 (0) 아니오

* 10 점 만점으로 ( ) 안의 점수를 더합니다.

0-3 점 : 낮음 4-6 점 : 중등도로 높음 7-10점 : 매우 높음

3점 이하는 본인의 의지로 금연할 수 있으나 7점 이상은 반드시 의사의 도움이 필요하다.

 

필자는 손가락 절단 사고 후 접합수술 받고 나서 흡연하면 혈관이 수축해서 수술부위에 피가 덜 가게 되어서 피부색이 검게 변하고, 접합부위가 아물게 되는 것도 지연되기 때문에 금연이 필수인데도 계속 흡연을 하는 분을 본 적이 있다. 그 분이 흡연의 해로움을 몰라서 피는 것이 아니다. 그만큼 중독이 무서운 것이다. 의지로만 이길 수 있다면 그것은 중독이 아니라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효과 좋은 금연약이 있다던데..

금연치료제 '챔픽스'(성분명 : 바레니클린)는 니코틴처럼 행동하는 물질이다. 담배를 피우면 니코틴이 대뇌로 이동, 니코틴 수용체에 결합하면서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하는데, 이 도파민은 뇌의 쾌감 중추를 자극해 기쁨, 불안 완화 등의 현상을 짧은 시간 내 나타낸다. 흡연자가 금연을 하게 되면 도파민의 분비가 감소해 우울, 짜증, 불면증, 집중력 저하와 같은 금단 증상을 일으키게 된다. '챔픽스'는 니코틴 수용체에 달라붙어 도파민을 분비하게끔 해 불안한 증세를 없애준다. 게다가 니코틴이 수용체에 결합하는 것을 방해해 환자가 다시 흡연할 때의 즐거움을 느낄 수 없도록 한다. 껌이나 패치 등과 같은 니코틴 대체제의 금연 성공률이 15∼20% 수준인 데 비해 '챔픽스'는 12주 복용에 성공률이 60%에 달한다. 니코틴을 원하고 있는 뇌에 니코틴과 유사한 물질을 집어넣어 뇌를 통제하는 방식이 가능해진 것이다.

정말 사랑하는 남편이 담배를 끊기를 원하십니까?

건강검진 결과 상담을 하다보면 부부가 같이 들어와서 결과를 듣는 분들이 많다. 담배를 끊는 게 좋겠다는 얘기를 하면 0.1초의 지체함도 없이 부인의 잔소리가 쏟아진다. "거봐라, 내가 뭐락켔노! 담배 끊으라 안켔나!" 그러고서 나간 부부는 반드시 싸우고 남편은 더 많이 담배를 피우게 된다. 이 때 필자는 점잖게 부인에게 "잔소리로 끊었으면 벌써 백만 년 전에 끊었겠죠. 사랑과 정성, 그리고 당신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는 cheer-up 이 세 가지 덕목을 부인이 지니셔야 남편께서 담배를 끊을 수 있게 됩니다."라고 말씀드린다.

어떻게 하면 가장 성공률을 높일 수 있을까?

요즘은 어떨지 모르나 수학 공부할 때 '정석'이라는 참고서를 다들 봤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정석'참고서만 구입한다고 다 좋은 성적이 나온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누구나 아는 '정설'이다. 참고서를 보고 학원도 다니고 모의고사도 자주 치러야 성적이 올라 명문대학 인기과에 갈 수 있는 것처럼, 금연도 본인의 강렬한 의지와 효과적인 금연보조제와 상담, 그리고 주변의 도움으로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가까운 병의원을 방문해 의사에게 상담을 받고 필요한 처방을 받는 금연치료 지원 사업에 참가할 수 있다. 이 사업은 흡연자가 금연치료 의료기관으로 등록한 의료기관을 방문해 치료를 받으면 12주간 6회 이내의 금연상담과 최대 4주 이내 금연치료제 및 보조제 처방을 지원받는 형태다. 구체적으로 12주 금연치료를 받으면서 챔픽스를 처방받았다면 8만8천990원 정도의 본인부담금을 지불해야 한다. 단, 지불한 비용은 금연프로그램을 마치면 이수 인센티브로 80%까지 돌려받을 수 있고 금연에 성공하면 성공인센티브로 10만원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사실상 거의 무료라고 볼 수 있다.

정확한 연구가 이뤄진 것은 아니나 금연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는 의사들은 '금연서약서'의 놀라운 효과에 대해 한결같이 입을 모으고 있다. 서약서는 본인이 금연을 할 것이라는 자필로 서약을 하고 확인자는 확인을 해 주는 것인데, 아내와의 서약이 가장 실패할 확률이 높고, 귀여운 막내딸과의 서약이 가장 높은 성공률을 보장한다. A4 용지 위에 딸(없으면 아들이라도)과 다정하게 찍은 사진을 붙이거나 인쇄를 하고 '아빠는 사랑하는 딸 OO에게 금연을 약속합니다.' '딸 OO는 아빠가 금연에 성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격려하겠습니다. 아빠 사랑해요!' 라고 쓰고 둘 다 서명하고 지장 찍은 것을 여러 장 만들어 현관문, 회사 책상, 화장실 등에 붙여 놓고 지갑과 양복 안주머니에도 넣어 자주 꺼내 본다. 1주일마다 새로 만들어서 붙이면 상상을 초월하는 높은 성공률을 보인다.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서 카카오톡이나 문자를 통해 주소록에 저장된 모든 이들에게 금연 서약서를 보내고 프로필 사진과 배경사진을 금연 서약서 사진으로 교체하고, 상태 메시지를 "금연시작! 몇월 몇일"로 바꾸게 하면 처음에는 다들 싫어하지만 다음번 내원일에는 효과 최고라고 입을 모은다.

며칠 후면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날이다. 새해결심으로 한 금연이 작심삼일로 끝났다면 이번 설을 기점으로 다시 한 번 도전해 보자. 가족친지들께도 꼭 금연하겠다고 약속을 드려보자. 얼마나 좋아들 하시겠는가?

<가톨릭관동대학교 국제성모병원 건강증진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