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일보]廉者(염자) 牧之本務(목지본무) 萬善之源(만선지원) 諸德之根(제덕지근) 不廉而能牧者(불렴이능목자) 未之有也(미지유야).
이 말은 목민심서에 나오는 말로써 ‘청렴이라고 하는 것은 목민관의 본무요 모든 선의 근원이고, 모든 덕의 근본이니 청렴하지 않고서 목민관이 될 수 있는 사람은 아직 없었다’는 의미이다.
상산록에 의하면 청렴에는 세 등급이 있는데 나라에서 주는 봉급 외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고 설령 먹고 남음이 있어도 집으로 가져가지 않으며 벼슬에서 물러나 돌아가는 날에는 한 필의 말만을 타고 숙연히 가는 것이니 이것이 소위 옛날의 廉吏(염리)이며 이것이 바로 최상 등급이다. 그 다음은 봉급 외에 명분이 바른 것은 먹되 바르지 않은 것은 먹지 않으며 먹고 남은 것을 집으로 보내는 것인데 이것이 소위 中古(중고)시대의 廉吏(염리)였다. 가장 아래로는 무릇 이미 규정이 서 있는 것은 비록 그 명분이 바르지 않더라도 먹되 아직 그 규정이 서 있지 않은 것은 자기가 먼저 죄의 전례를 만들지 않으며 鄕(향)이나 任(임)의 자리를 돈 받고 팔지 않으며 재해를 입은 수확량에 대해 감면해 주는 세금을 중간에서 착복하지 않는 것 이것이 당시 소위 淸白吏(청백리)이다.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仁(인)한 사람은 인으로써 편안하니 슬기로운 사람은 인을 이롭게 쓴다고 했다.
작금에 들어 국제투명성기구의 한국본부가 발표한 2016년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국가 청렴도는 100점 만점에 53점으로 세계 176개국 중 52위라는 참담한 부패 성적표를 받아들었다는 데 대해 우리는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다. 전년도보다 15단계나 떨어졌으며 1995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큰 폭의 추락이자 가장 낮은 순위로 기록됐다.
이번 성적표는 2014년 11월부터 2016년 9월까지 조사한 자료를 토대로 작성됐기 때문에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등 지금의 상황이 반영되는 내년도에는 청렴도가 더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는 처지다. 청렴도는 곧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다. 부패가 만연하면 공정 경쟁이 사라지고 건실한 경제성장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부패인식지수가 10점 상승하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5% 올라간다는 분석 결과도 있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 최상위권을 차지한 덴마크, 핀란드, 스웨덴, 스위스 등은 1인당 소득에서 세계 최상위권이며 북한(174위), 남수단(175위), 소말리아(176위) 등 가난한 독재국가들은 청렴도에서 모두 꼴찌권을 기록하고 있다. 이번에 발표된 국가별 부패인식지수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국가 경쟁력을 갉아먹는 암세포가 사회 전반으로 번지지 않게 철저히 도려낼 수 있는 부패 방지 시스템을 다시 한 번 손질하는 계기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