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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민족 최대 명절을 코앞에 둔 1월26일 유력 대권후보 중 한사람이었던 박원순 서울시장의 레이스 중도포기라는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다.
서울시장 출신 대통령이 나왔고 대한민국의 절반이라고까지 일컬어지는 대한민국 수도 서울시장의 레이스 포기 선언은 많은 사람들에게 의외로 받아들여졌다.
박원순 시장의 결심은 두말할 것도 없이 ‘등외’로 밀린 지지율 하락이 이유다. 촛불광장의 관리자이자 촛불민심의 충실한 대변자역을 자임해 온 박 시장에게 지지율 하락은 뼈아픈 대목이자 ‘미스테리’였다.
역대 최장수 서울시장으로 7조원 부채감축, 대규모 임대주택건설, 진보적 노동정책 등 서울시 재정건전화와 소외계층을 위한 격조있는 시정을 펼쳐온데다, 메르스 사태 당시 탁월한 위기관리 능력으로 많은 국민들의 지지를 받은 박 시장으로선 지지율 정체에 고개를 갸웃하며 끝없는 고민으로 불면의 밤을 보낸 후 문제의 26일을 마련한 것이다.
촛불민심 대변자의 인기는 대중들이 훨씬 받아들이기 쉬운 어법의 소유자인 ‘변방장수’ 이재명 성남시장이 가져가고 선거전 최대 무기중 하나인 대세론이 덮치자 결국 회군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시정에 올인하다가 느닷없이 닥친 탄핵정국을 맞아 세 싸움을 준비하지 못한 박 시장은 “정치를 잘 몰랐던 것 같다”는 한숨을 내쉬고는 구정연휴를 이용해 지친 심신에 기를 불어넣기 위해 한반도 남쪽 최고봉인 천왕봉에 올랐다.
지리산을 다녀온 박 시장은 자신의 주가가 대선주자 시절보다 뛰어오르는 걸 보면서 헛 웃음이 나올 법하다. 자신의 레이스 포기에 대해 ‘큰 도약을 위한 전략적 후퇴’라는 게 가장 일반적일 정도로 우호적인 평가가 줄을 잇고, 대선과정에서 박원순 시장을 우군으로 만들고 싶은 여러 주자들이 박 시장의 이미지업을 대신해 주고 있는 것이다.
큰 꿈을 접은 박원순 시장에겐 새로운 길이 열려있다. 민심을 얻는데 실패한 박 시장의 자기반성과도 같은 28일의 “폐허의 땅에서 쟁기로 밭을 갈고 씨앗을 뿌리겠다”는 각오는 서울시정에 더욱 매진하면서 후일을 도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시정완수 약속을 지키고 서울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하는 박원순 시장. 서울시민들에겐 박 시장의 대선레이스 중도포기가 별로 나쁠 게 없는 선택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