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돌려주지 않는 돈
기고/돌려주지 않는 돈
  • 시정일보
  • 승인 2017.02.02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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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한 태<성지중고등학교 이사장>

[시정일보]‘학교란 무엇일까?’ 하는 고민을 반평생 동안 해왔다. 절대빈곤층의 학생들을 위한 학교로 시작해서 이제는 마음을 닫고 혼자만의 세계에 갇혀 허우적거리는 청소년들을 위한 열린 학교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한때 재학생이 1500여 명이 넘을 정도로 본교를 찾는 학생들이 많았다. 그 학생들은 정규학교에서 소외돼 거리를 떠돌다가 본교에 온 경우가 대다수였다. 사랑과 관심으로 안아줘야 할 학생들이 많아지면서 안전한 교육환경을 제공하고자 했던 본교는 잠시 임시 교사(서울특별시 강서구 방화동 850번지)를 사용하게 되었다.

화곡동 교사의 안전도(진단 D)에 문제가 생겨 교사 이전은 불가피한 부분이었다. 학교부지 용도이지만 30여년 동안 방치되다시피 했던 방화동 850번지 중 약 1500여 평을 7년 동안 사용했으며 그동안 건축비(가설건축물) 등으로 약 24억원을 들였다. 그런데 2012년 5월, 관계기관은 문서보관창고, 임대주택 등을 짓겠다며 갑작스럽게 사용중지 통보를 해왔다.

전 세계적인 경제 불황으로 화곡동 교사 신축이 예산 관계로 지연되고 있어 재이전이 힘들어 방화동 부지를 더 사용하겠다는 본교의 연장계약요청에도 불구하고 강서구청은 갑자기 대부요율을 바꿔 연간 사용료 3억원에서 6억원으로 100% 인상하여 요구했고 이후 6개월 동안 조례 제정 등으로 지체된 기간을 무단점령이라는 이유를 들어 변상금과 과태료 4억7백만원을 부과해 독촉하기 시작했다.

본교의 어려운 사정을 감안해 수차례 사정을 했지만 관계기관의 강경한 태도에 부딪혔고 1, 2차 행정소송에서 모두 패소해 본교는 더더욱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됐다.

강서구청은 본교가 현 학교 부지를 사용하면서 영리목적을 추구했고 반사적, 개념적 이익이 발생했다는 이유를 들어 변상금을 부과했다. 그리고 본교가 구청의 행정업무에 지장과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었다.

결국 쫓겨나듯이 화곡동 교사로 돌아와야 했다. 신축은커녕 리모델링 조차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위험천만한 시설이었지만 2014년 12월에 한파를 이겨내며 화곡동 교사로 다시 돌아왔다. 그 뒤로 강서구청에 방화동 부지 사용비용 청구에 대한 부당성을 여러번 알리고 부당청구된 금액에 대해서 돌려줄 것을 요청했지만 묵살되고 말았다.

현재 500여명의 재학생이 있지만 본교를 ‘학교’로 인정도 해주지 않고 ‘부적격 학생 집합소’ 등의 편협 된 시선으로 바라보는 관계기관의 횡포로 폐교를 해야 하는 현실이 올 것만 같다. 청소년뿐 아니라 학령기를 놓친 중장년층을 위한 문해교육까지 하며 성인교육에 앞장서고 있는데도 말이다. 학교는 학생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데 관할구청과 시청, 심지어 교육청까지… 그 어느 곳에서도 학교를 보호해주지 않고 있다.

게다가 학생 수 자연감소로 인해 학교수입은 급감하여 교사들의 급여도 삭감(정규학교 교사급여의 60% 수준)하였고 교사인원을 감축하기까지 하고, 학교 운영에 필요한 최소한의 물자만을 사용하며 학교로서 명맥을 유지하기 위해 죽을힘을 다하고 있는데도 여전히 외면 받고 있다.

대안학교는 분명 정규학교와는 다르다. 학생의 다수가 사회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취약계층이다. 이러한 학생들을 보호하고 가르치는 대안학교를 법을 새로이 만들어서라도 보호하지는 못할망정 온갖 법을 끌어들여 어떻게든 이 사회에서 자리 잡지 못하게 각종 규제를 더욱 강화하여 적용하고 있다.

당연히 돌려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관계당국의 착오와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돌려주지 않는 돈으로 인해 학교는 학생들을 위한 기본적인 시설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본교는 부당하게 청구된 약 5억원이라는 돈에 대해서 관계기관에게 돌려줄 것을 여러 번 요청했지만 여전히 응답이 없다.

정말 보호하고 육성해야 하는 것이 누구인지조차 모른 채, 권력기관으로 횡포를 부리는 관계당국은 스스로를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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