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드라마로 위로 받는 슬픈 현실
<사설>드라마로 위로 받는 슬픈 현실
  • 시정일보
  • 승인 2017.02.16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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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한국에서 2010년에 출판된 ‘정의란 무엇인가’는 판매부수가 200만부를 훌쩍 넘었다. 미국에서는 10만부 남짓 팔리는 정도였으나, 한국에선 유독인기를 끌었다. 인문학 서적으로 드물게 200만부를 돌파했다. 하버드대에서 20년간 최고의 명 강의를 한 마이클 샌델 교수도 한국의 판매부수에 혀를 둘렀다.


한국의 독자가 이 책에 열광하는 이유는 정의에 대한 체감 지수에서 찾을 수 있다. 전국남녀 19세부터 59세까지 2000명을 대상으로 한국을 정의로운 국가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한민국이 정의로운 국가라고 생각하는 응답자는 고작 5%에 불과한 것으로 나왔다. 국민의 10명중 4명은 법을 지키면 손해라고 여긴다. 이런 배경에서 정의를 갈망하는 한국인은 샌델 교수에게서 정의를 통한 위로를 받고 싶었다. 그러나 ‘정의란 무엇인가’의 책은 하나의 학문적 저서로서의 역할 뿐. 사회의 지도층은 솔선수범하지 못하고 편법과 탈세가 난무한다. 최근에 박근혜 대통령 게이트, 탄핵에 따른 실망은 더욱 가중한다.


이런 시기에 신기한 현상이 나타난다. 드라마, 영화를 통해 복잡한 현실을 잊고 스트레스를 해소, 마음의 위안을 받고 있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의 조사 결과를 보면 이런 답답한 일상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전체 76.7%가 일상적으로 불안감을 느낀다고 응답한다. 불안을 느끼는 정도는 2015년에 69.2%, 2016년에 71.4%인 것을 봐도 여실히 드러난다.


지친 현대인들에게 웃음을 머금게 한다면 그것은 대체로 드라마나 영화와 같은 문화 콘텐츠의 힘일 가능성이 크다. 실제 전체의 90.6%가 최근 웃어본 경험이 있다고 했는데 예능과 드라마, 영화 때문이라고 답한다.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복잡한 현실을 잊고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마음의 위안을 얻는다고 한다. 10명중 8명(81.2%)이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것이 삶의 재미를 느끼게 한다. 심지어 드라마나 영화가 삶을 풍요롭게 해준다(62.3%)]고 답했다.


얼마 전 막을 내린 드라마 때문에 ‘도깨비앓이’를 한다. 롱코트의 배우 공유, 가슴에 와닿는 연기에 흠뻑 젖어든다. 잘 만들어진 콘텐츠의 힘을 보여줌과 동시에 일상에서 즐길 거리가 사라진 사람들의 진한 아쉬움까지 주고 있다. 우리의 삶이 팍팍하고 정의가 메마른 사람들은 ‘도깨비’로 위로받는 슬픈 현실이 된다.


년부터 1939년까지 조선일보에 연재한 홍명희 소설 <임꺽정>도 당시 사회의 타락과 반성을 모티브로 한다. 하층사회의 변혁, 사회개혁의 가능성을 기록한다. 80년대 김홍신의 <인간시장>도 당시의 사회상을 꼬집고 있다. 암울한 사회상을 리얼하게 묘사, 560만부라는 경이적인 판매신화를 낳았다. 김홍신은 소설하나로 시민운동가가 됐고 국회의원이 되기도 했다. 최근 700만을 동원한 영화 <공조>나 드라마 <김과장>도 이 같은 분위기를 보인다.


무너져 내린 사회현상이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위로가 된다면 우리 사회는 시스템 고장을 말한다. 고장 난 현실을 언제까지 드라마나 영화에 국민의 위로를 맡겨야 할까? 이러한 현상이 오래가면 4.19나 5.18처럼 민초는 폭발하고 만다. 드라마가 공허한 국민의 아픈 세포에 치유가 된다면, 정치가 중증이라는 것. 국가와 사회시스템부터 하루 빨리 정상화 하는 것이 시급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