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탁금지법 사례/ 여전히 모호한 <청탁금지법> 초반 위용 사라져
청탁금지법 사례/ 여전히 모호한 <청탁금지법> 초반 위용 사라져
  • 윤종철
  • 승인 2017.03.09 14:08
  • 댓글 0

신고할 때 증거까지 제시 부담 ‘그냥 포기’...직장인 4명 중 1명 3만원 이상 식사 접대

[시정일보 윤종철 기자] 사회 전반에 관행적으로 만연해 있는 비리를 막겠다며 전격적으로 시행한 ‘청탁금지법’이 최근 국정농단 속에 매일 드러나는 인사비리와 뇌물, 각종 이권 개입에 대한 의혹들 속에 묻혀버렸다.

수백억대의 뇌물과 수천억원에 이르는 부당 이득에 대한 비리가 정부, 기업, 문화, 스포츠 등 전 분야에 걸쳐 드러나면서 3만원짜리 밥과 5만원짜리 선물 같은 문제는 아무 것도 아닌 일이 되버렸다.

그러나 이같은 비정상적인 사회 현상을 차치하고 실제로 청탁금지법은 사회 전반적으로 사람들 사이에서 많이 느슨해졌다. 시행 초 많은 전문가들이 우려했던 사안들이 현실로 그대로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광범위한 법 적용과 명확하지 않은 법적 잣대는 국민들뿐만 아니라 해당 관계자들마저도 법률 위반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워 시간이 갈수록 흐지부지 되고 있다.

특히 허위 신고 등을 막기 위해 인지 수사가 아닌 신고자가 신고사실을 뒷받침 할 수 있는 증거들을 함께 제시토록 하고 있다.

이에 현재는 해당 법률에 의해 처벌될까봐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구설수에 휘말려 논란이 될까봐 조심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행정자치부 감사과에서도 청탁금지법 위반 사안에 대해 인지한 경우 사실 조사는 할 수 있지만 법 적용에 있어서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사실조사는 가능하지만 통장 거래 내역이나 카드 사용 내역 등 처벌을 위한 여러 가지 증거 수집을 위한 증거조사는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수사기관에 수사의뢰는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부처 간 이해관계나 업무 특성상 어느 정도 물증 확보 없이 수사의뢰하기는 쉽지 않다. 이에 아직까지 수사 의뢰된 건수는 단 한 건도 없다.

행자부 김종영 감사관은 “아직도 국민들이나 해당 관계자들도 청탁금지법에 대해 정확히 아는 사람이 극히 드물다”며 “지금 다시 봐도 어려운데 하물며 일반인들이 증거까지 제시하며 신고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한편 이같은 현상들은 일반 직장인들의 식사 접대 횟수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법 시행 초 3만원 이상 식사 접대는 물론 3만원 미만도 잘못하면 청탁금지법으로 문제가 발생할까 우려해 접대 자체를 꺼려했다. 그러나 현재는 직장인 4명 중 1명은 3만원을 초과하는 접대비를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7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직장인 33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농업ㆍ농촌 경제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직장인 25%가 3만원 이상 접대했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3만원 미만 접대 응답도 65.5%를 기록해 전체 90% 이상이 식사접대를 하고 있다고 응답한 셈이다.

물론 일반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의 경우 법 적용이 되지 않지만 직무 연관성이 있는 상대에게 접대할 경우 부정청탁으로 간주될 수도 있다.

이같은 이유로 기존에는 청탁금지법으로 지나치게 접대 행위가 위축됐지만 법 적용 기준과 범위에 대한 불명확성이 길어지면서 결국 청탁금지법을 느슨하게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 청탁금지법 위반 사례

공공기관 과장 A와 해당 공공기관 서울 소재 사무소장 B는 관련 업무를 하고 있는 회계법인의 대표 C와 함께 식사를 한 후 대표 C가 식사비용 60만원을 계산했고 같은 날 A, B는 대표 C와 함께 술을 마시고 대표 C가 술값으로 300만원을 계산한 경우

해석 : 수개의 수수행위가 있는 경우에도 1회로 평가될 수 있으면 모두 합산해 위반행위가 성립하고 제재의 종류가 달라질 수 있다.

회는 자연적 의미의 행위 수만으로 판단할 수 없고 법적으로 평가된 의미의 행위 수를 고려해 판단한다.

즉 행위가 시간적ㆍ장소적으로 근접성이 있거나 시간적 계속성이 있는 경우 1회로 평가 가능하다. 또한 자연적 의미의 행위 수로만 보면 분할해 금품등을 제공하는 행위(소위 쪼개기)를 1회로 보기 어렵지만 법적으로 평가하는 경우 1회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수개의 금품등 수수행위를 법적으로 1회로 평가할 수 있으면 모두 합산하고 100만원 초과시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음식물ㆍ주류 등의 접대를 받은 경우 실제 접대에 소요된 비용을 기준으로 해야 하지만 각자의 소요비용을 명확히 알 수 없는 경우에는 평등하게 분할한 금액을 기준으로 한다는 설명이다.

이번 사안의 경우 공공기관 직원인 A와 B가 회계법인 대표 C로부터 각각 받은 비용이 명확하지 않으므로 평등하게 분할해 각각 120만원(식사비용 60만원/3명+술값 300만원/3명) 상당의 접대를 받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해석하고 있다.

따라서 공공기관 직원 A와 B 모두 100만원을 초과해 형사처벌 대상이되며 C의 경우 양벌규정에 따라 회계법인도 형사처벌(벌금) 대상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