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일보 시청앞 / 염치란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
시정일보 시청앞 / 염치란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
  • 시정일보
  • 승인 2017.03.23 13:23
  • 댓글 0

 

[시정일보]好利者(호리자)는 逸出於道義之外(일출어도의지외)하여 其害顯而淺(기해현이천)이나 好名者(호명자)는 竄入於道義之中(찬입어도의지중)하여 其害隱而深(기해은이심)이니라.

이 말은 ‘이욕을 좋아하는 자는 도의 밖으로 벗어나기 때문에 그 해독이 나타나지만 지극히 얕고 명성을 좋아하는 자는 도의 안으로 숨어들기 때문에 그 해독이 보이진 않지만 지극히 깊다’는 의미이다.

도의란 도덕상의 의리를 말한다. 사람으로서 꼭 지켜야 할 올바른 길을 의미하는 것이다. 염치란 조촐하고 깨끗해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을 일컫는 말이다. 막무가내로 욕심만 부리는 사람을 탓하는 속담을 모아 보면 재미있는 것들이 많다. 그 중에서도 여러 사람들이 모여들어 자기 이익만 채운다는 것으로 ‘벼락맞은 소 뜯어먹듯 한다’는 것은 지나치게 섬뜩하기까지 하다. 아무튼 이런 종류의 이익을 탐하는 사람들은 모두가 이미 도의라는 커다란 테두리 밖으로 확실하게 드러나 있기 때문에 그 해독은 지극히 얕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도의라는 테두리 안으로 숨어들어가서 해독을 끼치는 무리들은 오히려 도의라는 탈을 쓰고 암암리에 불의를 범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모르고 지나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작금에 들어 감사원이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3개 정부부처 및 공기업을 대상으로 벌인 특별감사 결과 저소득계층의 주거 안정에 쓰여야 할 돈이 엉뚱하게 부자들 배를 불리는 데 사용됐다는 데 대해 우리는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다. 엉터리 기준으로 소득이 많은 사람이 적은 사람보다 오히려 혜택을 보는가 하면 관리 부실도 부지기수였다. 저소득층 대학생 전세자금을 지원해 주는 대학생 전세임대주택을 조사한 결과 연 소득 3억5000여만원인 가구의 대학생 자녀가 입주한 경우도 있으며 연봉이 1억2000만원 이상 가구 대학생 자녀 150여명이 입주한 것으로 드러났다는 데 대해 우리는 말문이 막힐 따름이다.

내집 마련은커녕 소득의 대부분을 집 빌리는 데 쓰느라 저축할 여력도 없는 렌트푸어가 양산되는 상황에서 이번 감사결과는 서민들을 더욱 허탈하게 한다. 정작 저소득층의 주거 불안을 해소하지 못하면서 엉뚱한 곳에 혈세를 낭비하고 있으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차제에 정부는 임대주택에 대해 전수조사를 실시 부당 임대주택은 즉각 회수하고 임차인에게는 이에 상응 조치는 물론 실효적인 재발 방지책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정부는 국민임대주택이나 대학생 전세임대주택에 대한 입주 자격을 저소득층으로 더욱더 엄격히 적용함은 물론 관리·감독을 대폭 강화해 본래의 취지에 맞게 운영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