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 박원순표 파격인사
기자수첩 / 박원순표 파격인사
  • 문명혜
  • 승인 2017.03.23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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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명혜  기자

[시정일보 문명혜 기자] 서울시 신임 정무부시장 인선이 서울시 관가에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박 시장의 대권레이스 포기 여파로 물러난 정무부시장 후임에 이미지 업을 위해 언론계나 정치권의 중량감 있는 인사를 등용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서울시사상 최초로 현역 시의원을 정무부시장으로 임명하는 파격인사를 단행한 것이다.

신임 김종욱 정무부시장은 청년기때 학생운동에 투신했고, 운동권 대학선배인 이인영 국회의원의 입법보좌관을 지내다 8대 서울시의회에 입성해 친환경무상급식지원특별위원장을 역임했고, 교육ㆍ문화ㆍ관광분야에서 의정역량을 펼쳤던 재선의원이었다.

정무부시장의 직함에서 느껴지듯 정무부시장은 시장을 보좌해 국회, 시의회, 언론, 정당들과 서울시 업무를 협의하는 대외활동을 펼쳐야 하고 말 그대로 정무감각이 요구되는 자리인데 여의도 출신에, 시의원 재선, 시의회 여당 원내대표의 커리어를 쌓았으니 신임 정무부시장의 자격시비는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 인선이 초유였던 만큼 구설이 없진 않다. 과거 정무부시장에 비해 지명도가 약하다느니, 긴장관계여야 할 시의회와 담합여지가 생겼다는 비평이 나오기도 한다.

이번 인사가 파격이라고 평가되는 주요 이유중 하나는 대립기관인 의회에서 고른 인물이라는 것이지만 김종욱 부시장이 박원순 시장의 대권행보를 지지했던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 모임인 ‘분권나라 2017’의 창립멤버였던 점을 고려하면 형식상 파격이지만 내용적으로 두사람의 관계는 동지적 관계로 볼 수 있다.

이번 인사는 비평보다는 호평이 주류를 이룬다. 비공식적으로 3급 국장급 정도의 의전을 받는 시의원에게 차관급의 관을 씌운 것은 시의회의 위상을 한껏 높였다는 것이다.

시의회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도 이번 인선이 ‘지방자치 발전을 위한 새로운 실험적 모델’이라는 탄성을 내놓았고, 자치분권 강화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주류를 이룬다.

그동안 서울시의회는 서울시의 정무라인이 의회와의 소통을 소홀히 해왔다는 불만을 갖고 있었는데 이번 인선을 계기로 전향적인 방향으로 변화할 것을 크게 기대하는 눈치다.

박원순 시장은 금년초 ‘분권나라 2017’ 출범식에서 “지방정부에서 현장과 실천을 경험한 분들이 중앙정치에 진출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는데, 이번 인선은 ‘지방분권론자 박원순표 인사’라는 게 가장 짧고 명료한 정리일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