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렴韓 세상> 청탁금지법 사례 /청탁금지법 6개월, 서울 소상공인 10명 중 6명 경영난
청렴韓 세상> 청탁금지법 사례 /청탁금지법 6개월, 서울 소상공인 10명 중 6명 경영난
  • 윤종철
  • 승인 2017.03.30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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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탁금지법 ‘빛과 그림자’

투명한 사회로 개선 52.8%

소상공인 매출감소 59.8%

 

[시정일보]청탁금지법이 시행 6개월을 맞고 있지만 아직도 애매한 판단 기준은 곳곳에서 혼란을 낳고 있다. 업무 연관성이나 사회 상규, 윗사람에 대한 예의 등이 논란의 핵심이다.

그러나 지난 6개월간 시행된 청탁금지법을 들여다보면 이같은 논란 가운데서도 두 가지 측면에서는 우리 생활에 큰 영향을 미쳤음은 결코 부인할 수 없다.

하나는 시행 후 과거보다는 선물을 주거나 식사를 대접하고, 경조사를 챙기는데 있어서 좀 더 신경을 쓰게 됐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법 시행으로 인한 소상공 업계의 고객감소에 이은 매출ㆍ영업이익 감소다.

하나는 긍정적인 영향으로 볼 수 있지만 다른 하나는 지역 경제의 큰 타격을 불러오고 있다. 법의 취지와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현실에 맞게 개정해야 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특히 음식물ㆍ선물ㆍ경조사비 등 세부적인 가액 범위를 올려야 된다는 주장도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지난 24일 발표한 청탁금지법 관련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10명 중 4~5명은 선물 및 식사대접의 과정에서 법에 저촉될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먼저 자신이 선물을 주거나 식사를 대접하는 경우 10명 중 3명(31.3%)은 특정 인물을 만날 때 고민을 한다고 응답했다.

반대로 다른 사람으로부터 선물을 받거나 식사대접을 받을 때는 이보다 적은 23.9%가 고민된다는 응답이었다.

특히 업무적인 차원에서 누군가와 밥을 먹을 때 역시 43.8%가 예전보다 신경을 쓰고 있었으며 이는 일반 직장인(45.3%)보다는 공기업ㆍ공무원(73.8%)과 교사(59.5%)의 우려 수준이 월등히 높았다.

결과적으로 청탁금지법으로 인해 우리사회가 좀 더 투명한 소통관계가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가 전체 절반 이상(52.8%)을 차지했다.

반대로 법 시행 이후 경영활동이 어려워졌다는 소상공인 비율은 59.8%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4일 소상공인연합회가 서울과 6개 특ㆍ광역시 소상공인을 조사한 결과 10명중 6명이 경영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과 영업이익을 공개한 539명이 응답한 데이터를 기초로 법 시행 전후 매출ㆍ영업이익 변동 폭을 조사한 결과 매출은 5%, 영업이익은 7.8% 감소했다.

이같은 매출 감소는 특히 사업체 규모가 작을수록 피해가 컸다. 소기업의 경우 고객수가 1.2% 상승한 반면 소상공인은 10.1% 감소해 소상공인의 피해가 더 크게 나타났다. 감소한 고객이 대부분은 고액 사용자(회식, 기타 접대 등)로 풀이됐다.

이에 소상공인들은 경기가 침체돼 내수 활성화 방안이 부족한 상황에서 대책 없이 내수시장을 위축시키는 청탁금지법을 시행한 것에 대해 큰 불만을 토로했다.

특히 이 법은 소기업 및 소상공인들의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만든 것으로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62.7%에 달했다.

세부적으로는 음식물ㆍ선물ㆍ경조사비의 가액범위를 올려야 된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들의 가액기준(응답자 평균)은 음식물 6만3000원, 선물 11만5000원, 경조사비 12만6000원이 적정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이처럼 지역경제 위축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자 관련 정부 산하 기관들에서는 이를 타개할 대책을 내놓고 있다.

중소기업청은 청탁금지법 시행과 중국인 단체관광객 감소 등 이중고를 겪고 있는 소상공인을 위해 1000억원 규모의 ‘소상공인 내수활성화 특례보증’을 지원하기로 했다.

지원대상은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경영난을 겪는 음식점, 화훼업, 도ㆍ소매업 등을 영위하는 소상공인과 중국 단체관광객 전담여행사, 전세버스 운수업, 호텔업을 영위하는 소상공인이다.

이들에게는 일반보증보다 약 0.2%포인트 낮은 0.8%의 보증료율로 최대 7000만원까지 전액 신용보증으로 지원받을 수 있다. 신청금액 3000만원 이하에 대해서는 약식심사를 통해 신속히 지원받을 수 있다.

중기청 관계자는 “최근 경영난을 겪는 소상공인의 일시적 경영애로 해소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특례보증을 신속히 지원할 계획”이라며 “보증수요가 많을 경우 규모 확대도 검토할 방침”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도 23일 우리 농식품 기념품 ‘온라인 전문몰’을 오픈했다.

기념품 몰은 청탁금지법 시행에 따른 소비자의 농식품 구매감소 추세에 대응해 기관ㆍ기업의 대량구매를 장려하겠다는 취지다.

사이버거래소는 청탁금지법에 위배되지 않는 5만원 이하의 제품 중 상품성과 휴대성을 고려한 최종 34개 제품을 엄선해 판매하게 된다.

모든 판매는 ‘구매자-판매자’간 온라인 직거래로 진행해 불필요한 유통비용을 덜어낸 것이 특징이다. 1만~2만원 상당의 차류, 곡물, 장류, 꿀, 와인과 3만~5만원 짜리 생들기름, 과실청, 차류, 잣, 전통 간장, 와인 등도 구매할 수 있다.

윤종철 기자 / sijung198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