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일보 시청앞/ 중은 천하의 대본, 화는 천하의 달도이다
시정일보 시청앞/ 중은 천하의 대본, 화는 천하의 달도이다
  • 정칠석
  • 승인 2017.03.30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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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喜怒哀樂之未發(희로애락지미발)을 謂之中(위지중)이요, 發而皆中節(발이개중절)을 謂之和(위지화)이니, 中也者(중야자)는 天下之大本也(천하지대본야)요, 和也者(화야자)는 天下之達道也(천하지달도야)니라.

이 말은 중용(中庸)에 나오는 말로써 ‘기쁘고 노하고 슬프고 즐거운 감정이 일나지 않는 상태를 중이라 하며 일어나되 모두 절도가 맞는 것을 화라고 하니 중이라는 것은 천하의 커다란 근본이요 화라는 것은 천하에 언제 어디서나 통하는 도이다’라는 의미이다.

희로애락의 감정이 일어나지 않는 상태는 순수한 본연의 성의 상태를 말하는 것으로 이를 중이라 했다. 또한 중은 치우치거나 기대지 않는 상태, 지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것을 말한다. 순수한 본연의 성의 상태에서 내부나 외부의 어떤 자극에 접해 반응하는 것이 기쁨, 노함, 슬픔, 즐거움 등 그 외 갖가지 감정으로 이를 정이라고 한다. 사람이 사람된 소이는 무념, 무상, 무욕, 무정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떤 요인에 자극받아 갖가지 정이 피어나는 것에 있다. 그런데 본성이 중이기 때문에 즉 치우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으며 모든 이치를 담은 바르고 원만한 상태이기 때문에 온갖 정이 일어나되 절도에 맞게 하면 된다. 이를 화라고 한다. 절도는 행위주체가 놓여있는 그 시간 그 장소에서 마주친 대상에 대해 반응하는 가장 타당한 준칙이요 법도이다. 그 준칙에 지나침도 모자람도 없는 딱 들어맞는 것이 바로 화이다. 중은 모든 이치가 그 안에 갖춰져 있어 천하의 모든 이치가 나오기 때문에 천하의 근본이라 했다. 화는 언제 어디서나 가장 타당한 준칙이기 때문에 달도라고 하는 것이다.

작금에 현직 법관 10명 중 9명이 대법원장과 법원장의 정책에 반하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는데 대해 우리는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다. 우리 헌법과 법률은 법관이 오로지 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할 수 있도록 법관 독립을 보장하는 다양한 장치들을 마련해 두고 있다. 그런데 법관들은 되레 사법부 외풍이 아닌 내부로부터의 법관 독립 침해를 우려하고 있다는 것은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법관들은 독립을 침해하는 주요인으로 제왕적 대법원장과 사법부 관료화를 지적했다. 이들은 법관의 독립을 보장하기 위해 개선이 필요한 분야로 승진·전보·선발성 보직 등 인사 분야가 89%, 평정·재임용 등 직무평가 분야’가 72%로 나타났다. 이런 상태에서 어떻게 오직 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을 할 수 있겠는가. 법관의 독립성은 시민들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위해서도 중요하다. 판사들마저 윗선 눈치 보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면 보통 일이 아니다. 차제에 이러한 문제점을 바로잡아 사법신뢰를 회복하는 밑거름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아울러 법관은 그 어떤 직업보다 중을 실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