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연금 ‘월 30만원’으로 인상 한목소리
기초연금 ‘월 30만원’으로 인상 한목소리
  • 이승열
  • 승인 2017.05.04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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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대 대통령선거 노인복지 공약 점검
   
 

[시정일보 이승열 기자]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2018년에는 노인인구의 비중이 전체 국민의 14%를 넘는 고령사회, 2026년에는 21%가 넘는 초고령사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많은 어르신이 노후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질병, 고독, 빈곤 등의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이번 5월9일로 예정돼 있는 제19대 대통령 선거는, 대통령 탄핵이라는 역사상 초유의 사건으로 치러지는 첫 ‘장미대선’이다. 이 때문에 이른바 ‘적폐 청산’이라는 화두가 대선정국의 핵심 키워드로 돼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나날이 심각해져가는 사회문제, 특히 어르신 문제에 대한 국민의 관심도 함께 깊어져 가고 있다. 

본지는 이번 기사에서 각 당 대선후보가 제시한 어르신 관련 공약의 주요 내용을 검토하고 정리해 보고자 한다. 특히 65세 이상 어르신에게 지급되고 있는 기초연금의 확대와 관련된 각 후보의 공약을 관심 있게 들여다보고자 한다.

 


이번 대선에 출마한 각 후보의 어르신 공약 중 가장 국민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은 바로 현재 소득 하위 70% 65세 어르신에게 지급되고 있는 기초연금의 확대 여부다.

각 후보의 공약에 따르면, 이르면 내년부터 현재 20만원인 기초연금이 25~30만원으로 인상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각 후보들이 모두 기초연금 인상을 약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현재 월 20만원인 기초연금을 단계적으로 30만원으로 인상하고, 국민연금과의 연계도 폐지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내년부터 3년간은 25만원의 기초연금을 지급하고, 2021년에 30만원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단 현재 소득 하위 70%인 지급대상은 확대하지 않는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경우, 기초연금을 월 30만원까지 인상하겠다는 공약은 문재인 후보와 같으나 단계적 확대 방안에서 차이를 보인다. 즉 자유한국당은 현재와 같은 65세 이상 소득하위 70% 어르신을 대상으로 해마다 2만원씩 인상해 2022년 기초연금 30만원을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단, 기초연금과의 연계 폐지에 대한 부분은 밝히지 않았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소득 하위 50% 이하 어르신에게만 기초연금을 30만원으로 인상할 계획이다. 이는 문재인·홍준표 후보의 공약에 비해 지급액 인상 대상의 폭이 좁은 것이다. 다만 안 후보의 경우 국민연금과의 연계를 폐지하겠다는 내용을 공약에 포함시켰고, 유 후보는 이를 포함하지 않았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소득 구분 없이 65세 이상 모든 어르신에게 월 30만원의 기초연금을 지급하고 국민연금과의 연계도 모두 폐지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요컨대, 5개 주요정당 대선후보의 기초연금 공약을 정리해 보면, 월 30만원 인상 계획은 모든 후보가 같다. 하지만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소득 하위 50% 어르신만 30만원으로 인상하는 반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현재 기초연금을 받고 있는 소득 하위 70% 어르신 모두에게 단계적으로 30만원까지 인상한다는 계획이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65세 이상 모든 어르신에게 월 30만원을 모두 지급한다는 공약을 내놓은 것이다.

치매 국가책임제 확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어르신 공약은 △기초연금 매월 30만원 지급 △치매 국가책임제 △틀니·임플란트 본인부담금 절반 인하 △찾아가는 방문건강서비스 확대 △보청기 건강보험 적용 확대 △경로당을 어르신 생활복지회관으로 리모델링 △농·산·어촌에 ‘100원 택시’ 도입 △어르신 일자리 확대, 수당 인상 △홀몸어르신 맞춤형 공공임대주택 보급 등 9개 공약으로 정리된다. 문재인 캠프는 이를 ‘어르신을 위한 9가지 약속’이라 일컫고 있다.

기초연금 인상 외에 문 후보의 핵심 어르신 공약은 ‘치매 국가책임제’와 ‘틀니·임플란트 본인부담금 절반 인하’다.

먼저 ‘치매 국가책임제’는 지역마다 ‘치매지원센터’를 설치해 조기검진과 돌봄서비스를 실시하고, 노인장기요양보험 보장성 강화, 공공치매전문병원 설립 등을 통해 국가의 책임을 확대하겠다는 방안이다.

틀니·임플란트의 본인부담금을 절반으로 낮추겠다는 공약은 현재 약 55만원(틀니), 60만원(임플란트) 수준인 본인부담금을 절반으로 낮추고, 저소득층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외래진료비 부담 경감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기초연금 매월 30만원으로 인상 △치매 지원 확대 △어르신 외래진료비 부담 경감 △홀몸어르신 노후생활 지원 △베이비부머 은퇴 후 소득절벽 완화 등 5가지 주요 공약을 제시했다.

어르신 외래진료비 부담 경감 공약은 노인외래정액제의 기준금액을 2만원으로 인상하고, 2만원 초과 시에 적용할 단계적 정률구간을 다시 설정하겠다는 내용이다. 현재는 65세 이상 노인이 의원급 외래진료 시 총 진료비가 1만5000원 이하일 경우 정액 1500원만 부담하고 1만5000원이 넘으면 일괄적으로 30% 정률제를 적용한다.

치매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강화하겠다는 것은 더불어민주당의 공약과 비슷하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치매등급 기준을 완화할 수 있도록 등급판정체계 개편을 검토하겠다는 내용이 눈에 띈다.

연금통합 ‘노후준비계좌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어르신 공약은 △기초연금 확대 및 국민연금 내실화 △노후준비계좌제 및 노후소득보장통합 재정 계산제 도입 △어르신 의료비 부담 경감 △치매 국가 책임 강화 △노인장기요양보험 질 향상 △어르신 일자리 확충 등이 핵심 내용이다.

안 후보의 공약 중 눈에 띄는 것은 ‘노후준비계좌제’ 및 ‘노후소득보장통합 재정 계산제’의 도입이다.
먼저 노후준비계좌제는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 연금자산과 정부지원액을 포괄하는 통합 가상관리계좌를 말한다. 이를 통해 개인별 노후 준비실태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맞춤형 컨설팅을 실시한다는 것이 안 후보의 계획이다.

‘노후소득보장통합 재정 계산제도’는 어르신들의 공·사연금 수급실태와 급여수준을 토대로 기초연금의 적정성을 주기적으로 평가하는 제도를 말한다. 이를 통해 노인빈곤 해소를 위한 제도를 지속가능하도록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국민의당은 60세 이상 은퇴자의 재교육과 고용확대를 촉진하기 위해 (가칭)<인생이모작법>을 제정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노인복지청’ 컨트롤타워 신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의 어르신 공약은 △기초연금 인상 △어르신 정책 전담 ‘노인복지청’ 신설 △어르신 자서전 제작 지원 △기초생활수급자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의료비 부담 경감 △동네 병원 어디서나 어르신 폐렴 예방접종 △치매 조기대응 체계마련 등이다.

유 후보의 공약 중 눈에 띄는 것은 노인복지청 신설과 자서전 제작 지원이다. 먼저 노인복지청을 보건복지부 산하에 둬 노인문제를 전담하고 노인 관련 정책사업을 일원화하게 된다.

이를 통해 선택과 집중으로 정책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고 예산을 절감하겠다는 것. 현재 우리나라는 노인 관련 사업이 15개 정부부처에 산재돼 있어 다각적으로 발생하는 노인문제에 대한 대처, 실효적인 결과 도출이 어렵다는 것이 유 후보 캠프의 진단이다.

어르신 자서전 제작 지원은 현재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시행하고 있는 사업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만 70세에 도달하는 어르신에게 자서전 쓰기 지원 사업에 신청하도록 통지하고, 희망하는 경우 사전에 교육받은 전문인력을 배치해 자서전 사업을 실시한다. 자서전 전문 멘토는 적정한 자격을 갖춘 20~60대 인력으로 선발되는데, 이를 통해 연간 8000명의 신규 단기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와 함께 유 후보는 연락이 안 되는 자식 등 실제로 도움을 주지 못하는 가족들 때문에 기초생활수급대상자에서 탈락하지 않도록 기초생활수급자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고용 연령차별 금지 법제화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모든 어르신 기본적인 소득 보장 △부양의무 자격기준 대신 기본적 존엄 보장 △어르신의 다양한 사회참여경로 개발 △쉼과 삶을 통합하는 존엄한 노년기 보내기 △평생을 살아온 삶터를 지키도록 주거환경 개선 △편찮으신 어르신의 존엄한 삶을 위한 좋은 돌봄체계 구축 △노인차별 금지 및 학대 예방 △존엄한 죽음을 맞이하기 위한 지역사회프로그램 마련 △‘착한 장례식장’과 ‘표준장례비용’으로 반값 장례비 실현 등의 어르신 공약을 내놨다.

먼저 심 후보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고, 기초생활수급자 소득산정 시 기초연금 급여를 제외할 계획이다.

또한 은퇴자협동조합 등 어르신 맞춤형 사회적경제 지원을 확대하고 고용상 연령차별 금지를 법제화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정의당의 공약에서 눈에 띄는 점은 어르신 주거복지에 대한 계획이 구체적으로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심 후보는 공공실버임대아파트 도입 및 확대, 홀몸어르신을 위한 홈셰어링 및 원룸형공동주택 도입 및 확대, 주거급여 2배 확대, 주택개조비용 지원 등 주거환경 개선에 대한 내용들을 공약에 포함시켰다.
이와 함께 ‘착한 장례식장’과 ‘표준장례비용’을 통해 반값 장례비를 실현하겠다는 공약도 주목된다.
이는 서울시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실시하고 있는 ‘착한 장례서비스’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2015년 기준 1380만원에 이르는 평균 장사비용을 600만원 수준까지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또 정부가 매년 장례서비스 표준비용을 발표해 소비자의 과도한 비용 부담을 막겠다는 내용이다.
이밖에도 연령차별과 어르신학대를 막기 위해, <평등대우법>(차별금지기본법)을 제정하고 노인보호전문기관을 증설하겠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임춘식 회장

소득보장 등 대선공약 현미경 점검
장밋빛 공약보다 실현 가능성 따져야 

한국노인복지단체연합회 ‘노인복지 공약’ 토론회

5월9일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각 당의 노인복지 공약을 점검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지난달 27일 오후 2시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노인복지 공약 이대로 괜찮은가’를 주제로 열린 정책 토론회가 그것.

이번 토론회는 한국노인복지단체연합회(회장 임춘식 한남대 명예교수·사진)가 주최하고 한국언론사협회(회장 주동담 본지 발행인)가 후원했다.

이번 토론회에는 임춘식 회장과 주동담 회장 외에도, 서상목 한국사회복지협의회 회장(13·14·15대 국회의원)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토론회는 각 대통령후보가 속한 정당의 국회의원들이 각 당의 노인복지 공약을 설명하고 이를 검증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를 위해 정춘숙(더불어민주당), 김상훈(자유한국당), 조배숙(국민의당), 박인숙(바른정당), 윤소하(정의당) 국회의원이 공약을 발표했고, 김동섭 조선일보 기자, 김영기 전국노인복지시설연합회 부회장, 김미혜 이화여대 교수, 방병관 한국민간장기요양기관협회 회장, 정종화 삼육대 교수 등이 공약들을 점검했다.

토론회에 앞서 임춘식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대한민국은 올해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14%를 넘어 본격적인 고령사회에 진입하게 된다”며 “빛의 속도로 장수국가가 돼가고 있는 대한민국의 노인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후보자에게 투표해 우리의 권리를 누려보자는 취지로 토론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어 임 회장은 “오늘 토론회를 통해 노인복지공약을 잘 점검해 대한민국의 노인들을 가장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대통령이 나오기를 바란다”고 희망했다.

서상목 회장은 축사를 통해 “건강, 소득보장, 여가활용의 3대 노인문제 중 소득보장의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며 “이 때문에 노인빈곤율은 45%에 이르고 노인자살률은 압도적인 전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 회장은 “각 정당이 많은 공약을 제시하기보다는 노인빈곤 문제를 잘 합의해서 해결해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당부했다.

또한 서 회장은 “고령사회에 대비한 노인복지대책을 세우는 일은 대통령 혼자서는 불가능하니, 각 정당이 인기영합주의 복지 공약보다는 실질적인 소득보장대책을 약속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주동담 회장은 축사를 통해 “이번 대선에서 각 당 후보자들이 많은 재원이 필요한 현금 복지를 하겠다며 노인복지 공약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며 “하지만 이 돈을 어떻게 마련할 지는 아무도 현실적인 답을 내놓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주 회장은 “이번 토론회가 이 공약들을 철저히 검증하고 현실적으로 실현가능한 고령사회 대비 방안이 논의되는 장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