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칼럼/ 국민이 고달프면 나라가 가난해 진다
시정칼럼/ 국민이 고달프면 나라가 가난해 진다
  • 임춘식 논설위원
  • 승인 2017.05.10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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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춘식 논설위원
   
▲ 임춘식 논설위원

[시정일보] 우리 헌정(憲政) 사상 처음인 현직 대통령의 탄핵 파면으로, 반년 넘게 앞당겨진 5월 9일의 제19대 대통령선거에 역대 최다인 13명의 후보가 출마한 대선에서 문재인 민주당 후보가 득표율 이상의 지지로 당선되어 10일부터 대통령 직무를 시작했다. 그러나 국민들의 우려 또한 만만치 않는 분위기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 부터 나온다“, "이게 나라냐?"라는 국민들의 한탄과 절규로 시작된 촛불 시민혁명, 혹한의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수많은 국민들은 광화문과 전국 방방곡곡에서 6개월 이상 외쳤기 때문에 투표혁명을 완성했다고 문 후보자는 토로했다.

그리고 기나긴 어둠의 터널을 지나 이제 ‘새로운 대한민국 희망의 문’ 열렸다. “압도적인 지지로, 반칙과 특권이 없는 나라, 차별과 억울한 국민이 없는 나라, 원칙과 상식이 통하고, 공정한 시스템이 작동되는 나라, 그래서 진정한 국민통합이 이루어지는 나라, 새로운 대한민국을 향한 국가개혁을 위한 국민의 힘으로 국민주권시대를 열었다”고 한 언약을 기억한다.

그렇지만 문 대통령에게는 지지자보다 더 많은 반대가 존재한다. 이 상황을 돌파할 방법은 하나뿐이다.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대통령상을 세우는 것이다. 턱도 없는 권위주의, 혼자서 무엇을 할 수 있다는 착각부터 버려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또 식물 대통령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반대로 문 대통령이 손은 내밀면 힘은 죽지 않고 배가 될 것이다

어쨌든 문재인 대통령, 10년만의 진보정권이 탄생했다. 문 대통령은 겸손한 자세로 소통과 화합, 협치를 통해 국정을 운영해야할 과제를 안고 있다. 인수위도 없이 내각구성도 못한 채 여소야대로 출범하기 때문이다. 이제 다른 후보들도 국민의 선택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건강한 야당으로써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해 각자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

돌이켜 보면,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사람마다 다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출마했을 때 나는 그를 열렬히 지지했었지만 그분이 자신의 주변을 챙기기 위해 자살했을 때 실망도 컸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4대강 실패와 BBK사건으로 그에게도 실망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지까지는 아니라도 외치와 안보는 잘하겠지 하고 기대했다. 우리나라 상황에서는 매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 같은 철의 여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가 보여준 후반의 실정에 매우 절망했다. 이런 비극이 다시는 없어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우선 젊고 유식하면 좌파, 늙고 무식하면 수구꼴통이라는 터무니없는 편견부터 버려야 한다. 이런 현상은 오직 대한민국에서만 전염병처럼 만연하고 있다. 이런 편견들이 세대간, 지역간, 극단적인 대립과 갈등을 만들고 편 가르기로 나라를 망치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분열을 수습하고 비전 있는 미래의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서 서로 협치하고 견제해 나가야만 한다. 국민을 혼란에 빠뜨리고 분열시키는 그 세력을 업고 정권을 잡으려 하는 대선 후보에게는 표도 주지 않았다.

날로 심각해지는 북한의 도발, 언제 어디서 어디로 튈지 예측할 수 없는 미국, 한국은 과거에 중국의 일부였다며 여전히 고압적인 중국, 얄미울만치 발 빠르게 우경화로 움직이는 일본, 한발 떨어져 한반도를 지켜보는 러시아. 110여 년 전 한말을 연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과연 한국은 어디에 있으며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하는 국제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

그뿐인가. 안으로 한국은 헌정과 경제위기, 교육과 문화, 일자리와 양극화, 저출산과 노령화 등 구조적이며 총체적인 위기를 맞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세계최고 수준의 내부적 갈등국가라는 멍에를 지고 있다. 혹자가 말하듯, 지금 한국이 맞이하고 있는 총체적 위기는 한말 이후, 또는 정부수립 이후 최고의 위기라고 할 수 있다. 과연 우리는 이 총체적 위기를 성공적으로 관리해 낼 수 있을까.

문 대통령에게 기대한다. 적어도 인격적으로 그가 우리의 대통령인 것이 부끄럽지 않은 사람. 대통령 탄핵으로 떨어진 국격, 잃어버린 한국인의 자존심을 회복시켜 줄 수 있는 지도자. 국가의 안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줄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가는 지도자. 그리고 국제사회에서 당당히 세계평화와 인류의 진보, 민족의 존엄과 통일, 대한민국의 명예와 권익을 설파해낼 수 있는 지혜와 경륜을 갖춘 지도자. 가난 자체보다도 고르지 못한 것을 해결해 주고, 가난이 제 탓만이 아닌 사람들의 눈에서 눈물을 닦아주는 지도자. 최고의 인재와 최선의 정책으로 협치와 통합을 이루어낼 수 있는 지도자 등 우리는 이런 공약을 갈망했기 때문에 문 대통령을 국민들은 선택한 것이다. 제발 초심을 잊지 않길 간언한다.

다산 정약용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적자와 서자의 차이도 없애자, 당파의 편파성도 없애고, 귀한 사람 천한 사람의 구별도 없애고, 가난한 사람과 부자의 차별도 무시하고, 출신 지역이나 출신 학교도 따지지 않는 그런 ‘일시동인’과 ‘지공대자’의 세상을 만들자던 다산의 주장이 왜 이렇게 간절하게 들릴까? 차별이 있고 균등하지 못하면, “백성들이 고달프고 나라가 가난해 진다”(民困國貧).

대통령은 진실한 사람, 그리고 남을 섬기는 삶을 실천하는 모습을 볼 때, 국민들은 공정한 사회를 주장할 자격이 있는 대통령이라고 믿는다. 멍석 깔아 주고 민의를 존중하는 지도자의 자질을 기대한다. 나아가 위대한 대한민국, 정의로운 대한민국, 당당한 대한민국 그 대한민국의 새로운 역사를 쓴 문재인 대통령이 온 국민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으면서 자랑스럽게 퇴임하는 그 모습을 국민들은 보고 싶어 한다. (한남대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