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렴韓 세상> 청탁금지법 사례/ 스승의날 카네이션은 ‘사회상규상 허용’
청렴韓 세상> 청탁금지법 사례/ 스승의날 카네이션은 ‘사회상규상 허용’
  • 윤종철
  • 승인 2017.05.11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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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 초 ‘캔커피 파문’과 상반된 해석…학생·학부모 혼란 가중

[시정일보]시작부터 청탁금지법은 법 적용에 있어 많은 혼선을 빚어 왔다. 업무 연관성이라는 용어 자체가 모호할 뿐만 아니라 명확한 기준도 없어 각각의 사례들에 대한 법 적용을 일일이 국민권익위원회의 유권해석을 받아야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권익위원회 조차도 명확한 해석을 내리기 못해 그 혼란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이같은 혼란은 특히 교육현장에서 더욱 크다. 지난해 9월28일 청탁금지법의 첫 사례 신고도 일선 교육 현장에서 였다.

‘어떤 학생이 교수에게 캔커피를 줬다’는 신고는 비록 신고자가 신원을 밝히지 않고 신고금액도 경미해 신고자에게 서면으로 신고하라고 안내하면서 일단락 됐지만 사회적 파장은 컸다.

‘이런 것도 위법이라고?’하며 많은 사람들이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권익위의 입장은 단호했다.

캔커피 논란에 대해 권익위는 “법규 위반이 맞다. 평가를 받는 학생과 평가를 하는 교수 간의 ‘직무관련성’ 때문에 법을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고 명확히 유권해석했다.

개월이 흘러 5월 청탁금지법 시행 후 처음으로 맞는 스승의 날을 앞두고 또다시 이같은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바로 ‘카네이션’ 문제다. 캔커피에서 카네이션으로 그 대상이 바뀌긴 했지만 존경과 감사를 담은 작은 표시라는 점에서 같은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당시 단호했던 권익위의 해석은 이번에는 한 걸음 물러섰다. 권익위는 지난 1일 “원칙적으로 꽃 선물은 허용되지 않지만 학생대표가 교사에게 공개적으로 주는 카네이션은 사회상규에 따라 허용한다”는 해석을 내놨다.

시행 초 ‘직무관련성’ 때문에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는 해석과 ‘사회상규’에 따라 허용해야 한다는 해석이 정면으로 대치된 셈이다.

이같은 해석은 학생과 학부모에게 대혼란을 불러왔다. ‘부모 대표가 공개적으로 선생님에게 주는 카네이션은 어떻게 되나?’, ‘종이로 만든 카네이션은 괜찮나?’, ‘졸업생이나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간 선생님에게 주는 카네이션은?’부터 ‘대표성이라는 것이 몇 명 기준인가?’, ‘카네이션과 함께 캔커피를 건네는 것은 괜찮나?’ 등등 질문들이 쏟아졌다.

사실 권익위는 청탁금지법 시행 초기 스승의 날 카네이션 역시 법에 저촉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과잉해석 논란이 일자 이번에 ‘일부 허용’으로 입장을 바꾼 것이다.

이렇게 오락가락 유권해석을 내놓으면서 권익위가 오히려 혼란만 더 부추기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더구나 이같은 해석이라면 학생 대표가 스승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캔커피도 허용해야 되는 것이 맞다. 선생님에게 감사하다며 캔커피를 주는 행위가 ‘사회상규’에 어긋나는 행동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사회상규’는 권익위가 이렇게 임의로 판단해 결정할 성질의 문제가 아니다. 시행 초 권익위는 분명히 밝혔다. “사회상규라는 기준은 절대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다”라고.

 

■ 권익위 청탁금지법 교육자료(1) Q&A

 

△ 사회상규에 따라 허용되는 금품등은 받아도 된다고 하는데 사회상규라는 기준이 너무 어렵고 추상적이지 않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사회상규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를 말하며, 그 개념과 판단 기준은 이미 여러 판례를 통해 확립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적용과정에서 불명확성 문제는 없다고 봅니다.

참고로 사회상규는 ‘형법 제20조’ 에서도 정당행위의 판단기준으로 명시하고 있는 등 다른 입법례에서도 사용하고 있는 기준입니다.

△ 형법 제20조(정당행위) 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 참고 판례 : 대법원 1996.12.10 선고 96도1768 판결

형법 제20조 소정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라 함은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를 말하고, 어떠한 행위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정당한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는 것인지는 구체적인 사정 아래서 합목적적, 합리적으로 고찰해 개별적으로 판단되어야 하므로, 이와 같은 정당행위를 인정하려면 첫째, 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둘째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정당성, 셋째 보호이익과 침해이익과의 법익균형성, 넷째 긴급성, 다섯째 그 행위 외에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윤종철 기자 / sijung198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