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구청으로 날아온 ‘손편지 한통’ 고마움 가득
동대문구청으로 날아온 ‘손편지 한통’ 고마움 가득
  • 주현태
  • 승인 2017.05.11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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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구 이문1동 주민센터 원석진 주무관
   
▲ 이문1동주민센터 원석진 주무관(오른쪽에서 세번째)이 이문1동 사회복지 담당 직원들과 함께 촬영을 하고 있다.

오랜 노숙생활에 몸 불편, 생리현상 못 참고 실례

노숙인 수치심 걱정 ‘최대한 빨리 돕자’는 생각뿐

계단·복도 오물 치우고 목욕시켜 보호소에 인계

“과분한 칭찬에 얼떨떨…친구같은 공무원 되고파”

 

[시정일보]“마음 선물 드립니다. 칠십 평생 처음 겪는 당황스러운 일을 짜증스러운 기색 하나 없이 감싸 안아 처리하는 모습을 보며 나는 영화에서 느껴 보는듯한 감동을 맛보았습니다”

투박한 손 글씨로 빼곡하게 글이 써져있는 편지가 동대문구청에 도착했다. 그 편지의 주인공은 이문1동주민센터 원석진 주무관.

원 주무관은 2009년부터 사회복지직 공무원으로서 사회복지학과 전공을 마쳤으며, 사회복지 실습을 통해 장애 아동, 독거노인과 소통을 나누며 사회복지에 대한 꿈을 키워나간 공무원이다.

원 주무관은 말하는 내내 얼떨떨함을 감출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그때는 워낙 정신이 없어서 잘 기억이 안난다”며 “공직자로서 해야 할 일을 한 건데 이렇게 편지까지 올 줄 몰랐다”고 말했다.

편지를 보낸 사람은 청량리동 주민 최 모씨(70ㆍ남)로 편지를 통해 3주 전 원석진 주무관에게 도움 받은 일을 잊을 수 없다며 편지 속에 몇 번이고 감사의 인사를 밝혔다.

지난 4월 최 씨는 오래 전 알고 지내던 이 모씨(54ㆍ남)를 오랜만에 만났다. 노숙생활을 하고 있는 이 씨의 처지를 안타깝게 여긴 그는 도움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이문1동 주민센터를 찾았다.

하지만 오랜 노숙 생활로 건강이 좋지 않고 거동도 불편한 이 씨는 구청 담당자를 기다리던 도중 주민센터 화장실 바닥과 복도, 계단에까지 대ㆍ소변을 보고 말았다.

최 씨를 비롯해 주변사람들이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던 순간 원석진 주무관은 주저 없이 이 씨를 센터 샤워실로 데려가 몸을 씻기며 옷을 세탁하고 본인의 옷을 입혀 이 씨를 보호시설로 인계했다. 현재 이 씨는 치료를 위해 여주 소재 병원에 입원한 상태다.

원 주무관은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거동이 불편한 상태에서 일어난 일인데 무엇보다 수치심을 느낄 것을 걱정해 최대한 빨리 도와드리는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었다”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평소 사회복지 일을 하면서 많은 사례가 있었다고 밝힌 원 주무관은 실질적으로 적은 인원수로 자주 찾아갈 수 없다는 한계점을 느끼곤 했다.

원 주무관은 “한번은 자활 의지가 있는 노숙자 분들을 한달 동안 설득해 여관을 구해드리고 자활 수업에 참여를 한 일이 있었다”며 “하지만 그분이 어느 정도 지나고 보니 다시 노숙자로 돌아가 매우 안타까웠다”고 전했다.

원 주무관은 이런 구청의 한계를 보강을 하기 위해서는 실질적으로 민ㆍ관이 머리를 맞대 주민들의 생활 속에서 어려운 분들을 발굴해주고 사례를 공유하는 소통이 최고의 방법이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원석진 주무관은 “최근 찾아가든 동주민센터로 많은 주민들을 찾아가고 있지만, 복지 도움을 거부하는 분들이 많아지면서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어려운 분들을 위해, 사회의 보탬이 되기 위해 제가 있고 동대문구 직원이 있는 것이니 이웃처럼, 친구처럼 마음을 열고 대화를 나누는 동네 일꾼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원석진 주무관뿐만 아니라 동대문구 직원들도 매일같이 마을을 돌며 자기 가족처럼 주민과 안부를 나누고 있다.

지역사회 일선에서 복지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궂은 일, 당황스럽고 힘든 일을 마다하지 않는 동대문구 직원들의 숨은 노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주현태 기자 / sijung198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