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일보 시청앞/공직자는 단정하게 처신해야
시정일보 시청앞/공직자는 단정하게 처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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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5.18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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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燕遊般樂(연유반락) 匪民攸悅(비민유열) 莫如端居而不動也(막여단거이불동야).

이 말은 牧民心書(목민심서) 律己六條(율기육조) 飭躬(칙궁)편에 나오는 말로써 ‘주연을 베풀고 노는 것은 백성들이 기뻐하는 바가 아니니 단정하게 처신하고 거동하지 않느니만 못하다’라는 의미이다.

당나라의 錢徽(전휘)가 江州(강주)의 刺使(자사)가 되었는데 강주에는 우전전이 이백냥이나 있었다. 우전전은 논밭갈이의 비용인데 관례상 자사가 연회의 비용으로 써오고 있었다. 누군가가 그 돈을 전휘에게 연회의 비용으로 바치려 하자 전휘는 “이것은 농사짓는 일에 대비한 돈이거늘 어찌 다른 데 유용하겠는가”하면서 거절하고는 그 돈으로 가난한 농민들의 세금을 대납하게 했다는 일화가 있다. 또 正祖(정조)때의 예조판서 정상순은 평안도감사로 있다가 2년만에 갈렸으되 대동강가 경치 좋기로 유명한 練光亭(연광정)에 한 번도 올라 가본 적 없이 돌아왔다는 일화가 있다. 이처럼 옛 선인들은 공직자는 단정하게 처신해야 하는 것을 몸소 생활로 실천했다.

작금에 들어 국정농단 사태로 대통령이 파면 뒤 구속 기소되고 우병우 부실 수사 의혹 등이 불거지는 와중에 이와 직접 관련이 있는 검찰 수사팀과 법무부 간부들이 술판을 벌이고 돈봉투까지 주고받는 사태가 발생했다는 데 대해 우리는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다. 국정농단 수사팀은 술판을 벌이기 직전 우 전 수석을 불구속 기소해 봐주기 수사라는 여론의 비판을 받던 참이었다. 이런 와중에 수사팀 수장이 내사 대상자와 만나 술판까지 벌였다는 것은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비판을 받지 않을 수 없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이들이 서로 돈봉투를 주고받았다는 사실이다. 물론 금일봉 출처는 수사지원비 또는 수사비로 알려지고 있다. 검찰과 법무부 측은 의례적으로 있는 격려자리였다는 입장이지만 우리 속담에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 고쳐 매지 말라는 말이 있듯이 공직자는 ‘남에게 의심 받을 말이나 행동을 하지 말라'는 의미이다.

최근 김수남 검찰총장이 퇴임사에서 “청렴하지 않으면 공정성을 유지할 수 없고 공정하지 않으면 신뢰를 얻을 수 없다”고 한 말을 현직에 있는 모든 공직자들은 마음속 깊이 새겨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