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일보 사설/ 기부하고 세금 날벼락 맞는 세법 개정해야
시정일보 사설/ 기부하고 세금 날벼락 맞는 세법 개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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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5.18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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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순수한 의도로 재산을 장학금으로 내놓은 사람이 세금폭탄을 받는 어처구니없는 사건에 대해 기부 목적의 주식 증여에 거액의 세금을 매기는 건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번 사건은 모 생활정보지 대표 황모씨가 자수성가해 모은 이 회사의 주식 90%를 출연해 장학재단을 만들었는데 세무 당국이 공익재단을 통한 기업의 편법 증여를 막기 위해 현금이 아닌 회사 주식을 기부할 땐 전체 발행 주식의 5%를 초과하는 부분에 세금을 매기도록 한 현행 규정에 따라 증여세 140억원을 부과한 것이다. 이에 황모씨는 즉각 소송을 제기했고, 재단은 1심에서 승소했으나 2심에서는 패소하는 등 공방을 이어간 끝에 9년이 지나서야 결론이 났다.

황모씨는 그간 연체 가산세가 붙어 세금은 225억원으로 불어났고 사는 집까지 압류당하는 등 말 못할 고통을 겪어야 했다. 요즘처럼 각박한 세상에 제대로 된 장학사업을 한번 해보겠다던 기부자가 엉뚱하게 세무당국에 의해 범법자로 몰리는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이에 대해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구원장학재단이 수원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증여세 부과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번 판결은 척박한 기부 문화 속에서도 좋은 일을 하려는 선의의 기부자에 대한 세금폭탄은 부당하다는 사회적 공감대를 사법부가 재확인해 준 것으로 매우 의미 있는 판결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기부가 공익재단 등을 통해 선의로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기계적인 법 적용을 할 수밖에 없는 현행 세법을 무시할 수 없으므로 국회는 즉각 마음은 있어도 세금폭탄이 두려워 선행을 주저할 수밖에 없는 이러한 선의의 피해자가 다시는 나타나지 않도록 관련 세법을 조속히 개정해야 할 것이다.

평생을 힘들게 일군 자신의 재산을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은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마는 이런 인간적인 유혹을 떨쳐버리고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려는 고결하고 드높은 정신이 법에 의해 막혀서는 결코 안 된다.

물론 공익재단을 악용해 재산을 빼돌리려는 일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지배력 유지를 위해 편법적인 지분 출연을 막으려는 현행 세법도 이런 의심과 무관치 않다고 본다. 하지만 이번처럼 기부 문화를 확산시키고 기부자가 진정 사회에서 존경받는 밝은 사회를 만들려면 그 옥석을 가릴 수 있어야 한다. 선의의 기부를 막고 기부문화를 위축시키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할 것이다. 차제에 정부와 국회는 이번처럼 억울한 피해자가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기부 문화의 현실과 미래를 내다보고 세법을 신속히 보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