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창의력 DNA 회생 프로젝트 ‘서울형 혁신교육’
청소년 창의력 DNA 회생 프로젝트 ‘서울형 혁신교육’
  • 윤종철
  • 승인 2017.05.25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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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신문 창간29주년 기획시리즈 /3 교육, 4차 산업혁명을 보다
   
 

[시정일보]

‘행정에서 사람으로’ 지방자치는 옳다

20여 년 전까지만 해도 구청과 동 주민센터는 찾아가기 꺼려지고 불편한 곳이었다. 그곳의 분위기는 삭막했고 공무원들은 강압적·권위적이었으며 불친절했다.

지금의 구청과 동 주민센터는 즐거운 곳이다. 환경은 산뜻해졌고 공무원은 가족처럼 친절하다. 지방자치단체는 주민을 앉아서 기다리는 것을 넘어, 이제 주민을 적극적으로 찾아나서고 있다. 어려운 주민을 물질적으로 돕는 것은 물론, 그들을 위한 공간과 공동체를 지원하고 일자리를 알선해주고 있다.

년 현행 헌법으로 개헌이 이뤄진 지 30년, 지방자치가 본격 부활한 지 22년 만에 일어난 이런 극적인 변화는 행정이 ‘통치’의 개념에서 ‘사람’을 위하는 것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본지는 창간 29주년을 맞아, 이러한 지방자치 변화의 양상 중 △복지 확대로서의 노인 일자리 창출 노력 △사람의 보행을 위한 도시공간 재편 △미래세대를 위한 보다 나은 교육 등 3가지 측면을 3주에 걸쳐 짚어보고자 한다.

 

 

몇 해 전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는 한국의 아이들을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학생들’ 이라고 표현했다. 한국의 교육 시스템에 대해서는 ‘가장 고통스러운 교육’ 이라고도 썼다.

미래학자 엘빈토플러 역시도 “한국 학생들은 미래에 필요하지 않은 지식과 존재하지 않는 직업을 위해 매일 15시간씩 낭비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모두 ‘입시 위주’의 우리 교육을 비판하는 내용이다. 사실 이같은 우리나라 교육 문제는 지난 1995년 교육개혁안을 통해 이미 드러난 바 있다. 당시 전문가들은 학업성취도 면에서는 세계 최고를 자랑하지만 정작 아이들의 미래에 대한 꿈은 입시지옥에 묻혀 버리고 있다고 하나같이 지적했다. 그러나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입시 지옥은 현재진행형이다.

문제는 이같은 주장들이 현재 그대로 맞아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가상현실(AR/VR)과 인공지능(AI) 등으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 산업 생태계 변화는 일자리 지형까지도 변화시키고 있다. 이젠 더 이상은 단순 지식 전달 위주의 교육방식에 머물러서는 안 되는 이유다. 이에 본지는 지난 2년 잘못된 우리 교육의 현실을 인식하고 혁신을 고민해 온 각 지자체들의 노력들을 담아 보고자 했다.

 

■ 혁신교육의 틀을 만든다

‘서울형 혁신교육’

22개 자치구서 민관학 창의교육 머리 맞대

 

4차 산업혁명 시대 미래 인재들에게 필요한 지식은 무엇일까. 정답은 ‘창의력’이다. 지난 정보화 시대 더 많은 정보와 더 많은 기술을 얻기 위해 소위 ‘가장 고통스러운 교육’인 입시 지옥을 감수해 왔다면 앞으로 다가올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획득한 그 같은 정보와 기술(하드웨어)을 가지고 어떻게 활용(소프트웨어) 하느냐가 관건이다.

그러나 지난해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에 따르면 우리나라 과학기술인력의 ‘창의성’ 수준은 53.5점(100점 만점)에 불과했다. 이것이 우리나라 교육의 현 주소다.

문제는 ‘창의력’을 기를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이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그 실행 방안의 대표적인 실험이 ‘서울형 혁신교육’ 이다.

서울시는 지난 2015년 사업을 시작해 지난해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20개 자치구에서 올해는 3개 자치구를 제외한 22개 자치구에서 ‘서울형 혁신교육’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 사업은 서울시가 각 자치구에 예산을 지원해 각 자치구 별로 창의력을 기를 수 있는 혁신 교육의 틀을 만들어 보자는 취지다.

이에 지난 2년 각 자치구에서는 민ㆍ관ㆍ학이 머리를 맞대고 궁리하고 토론했다. 학교와 마을이 만났고, 구청과 교육청이, 교사와 지역단체들이 서로 만나 혁신미래교육을 만들기 위한 소통을 시작했다.

김옥성 서울형혁신교육 운영위 공동위원장은 “혁신교육은 완성이 없으며 이제 교육청, 서울시, 지원청, 자치구, 교사, 학부모, 마을이 모두 혁신 교육을 위해 발벗고 나섰다”며 “이같은 협력의 경험이 쌓이면 혁신미래교육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확신했다.

 

■ 일반자치-교육자치 콜라보

마을학교ㆍ청소년자치ㆍ민관학 거버넌스

중구 악기수업ㆍ강서구 약사처방전 눈길

 

서울시는 예산을 배정하며 방만한 사업 운영을 막고 보다 효과적인 교육 시스템 완성을 위해 각 자치구에 추진과제를 4가지로 통합했다.

시가 제시한 통합 추진과제는 △마을학교 연계 사업 △청소년 자치 활동 △민관학 거버넌스 △지역 특화사업 등이다.

통합 과제의 특징들을 보면 공통적으로 일반자치와 교육자치의 협력, 거버넌스에 입각해 사업을 추진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더 이상 학교가 아이들의 성장을 위한 거점이 될 수 없음을 반증한다. 급변하는 사회구조, 복잡한 정치 사회적 상황들로 인해 교육개혁이나 학교 혁신은 더 이상 학교와 교사들만의 힘으로 풀 수 없다는 것이다.

이제는 학교와 지역사회 다양한 기관과 시설은 물론 교사들과 지역 전문가들이 벽을 허물고 협력의 시너지를 발휘하고 있다. 학교가 마을이 되고, 마을이 학교가 되게 하려는 노력들 속에서 우리나라 교육 혁신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내고자 했다.

관내 기업인 삼익악기로부터 통기타 850대와 우쿨렐레 150대 등 악기 1000대를 기부 받아 학교에서 진행하는 중구의 ‘1인 1악기 교육’, 학부모들이 안전연극단을 꾸려 학교로 찾아가서 직접 연극수업을 하는 영등포구의 ‘맘마미아 안전교실’, 우리 역사 이야기와 체험을 통해 학교 문제의 실마리를 풀어내려는 강서구의 ‘역사 처방전’ 등이 대표적이다.

서울형혁신교육 사업을 추진해 온 한 교사는 “그간 우리는 교육을 공교육이라는 이름으로 가둬놓고 있었다”며 “철저하게 사회로부터 분리하고 단절시켜 학교 또는 공교육만의 이야기로 전개하고 있지 않았나 돌아봐야 할 때”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 자치구마다 특화된 교육혁신

종로구 박물관투어 ‘365종로창의버스’

성북구 ‘대학-청소년 연합동아리’ 화제

 

마을이 함께 모여 학교 교육의 혁신 노력이 시작되면서 각 자치구마다 창의력 향상을 위한 다양한 구체적인 방법들이 도출되고 있다. 이 중에서도 지역 특화사업은 지역별로 각 민ㆍ관ㆍ학이 함께 고민하고 토론하면서 지역적 특색이 가장 잘 나타나 있었다.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 불리는 종로구는 마을 구석구석 풍부한 문화 자원을 활용해 ‘365종로창의버스’를 운영했다.

버스를 타고 박물관, 고궁, 미술관 등을 방문해 청소년들이 우리 역사문화를 몸소 보고, 느끼고 체험하면서 창의력을 기르게 된다.

중구의 충무아트센터를 활용한 뮤지컬 수업과 마을강사(수영)을 통한 재능기부로 추진 중인 ‘어린이 수영으로 한강 건너기’도 눈에 띄는 사업이다.

용산구는 관내 나진 전자상가의 과학동아천문대를 활용해 별이나 태양을 관측해 보는 우주과학 프로그램을 지난 20일 첫 포문을 열었다. 7월부터는 관내 달꽃 창작소와 연계해 청소년이 직접 연극과 다큐를 제작해 보는 연극학교와 다큐학교도 운영한다.

영등포구는 예술가들이 모여 자생적으로 생성된 ‘물레 창작 예술촌’을 활용해 언제든지 청소년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문을 열어 놓았다. 플라워 디자인, 단편 영화 만들기, 인문학 강좌, 도예 교실 등 종류도 다양하다.

강서구에서는 청소년 진로 전문 상담가들을 양성해 ‘진로 주치의’를 운영하고 있다. 진로 주치의는 각 동 주민센터나 지역 아동센터에 각각 배치돼 청소년들이 동네 가까운 곳에서 언제든지 진로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관내 대학이 많은 성북구의 경우 대학동아리와 청소년 동아리를 연계한 연합동아리 활동을 지원한다. 순식간에 뮤지컬, 패션, 독일어, 밴드, IT 프로그래밍(로봇 만들기) 등 다양한 동아리들이 뭉쳤다.

 

■ 창의력은 ‘자율과 경험’에서

‘청소년 자치’ 리더십ㆍ조직활동 배워

성동구 7개 분야 11개 체험센터 운영

 

각 자치구가 추진하고 있는 서울형혁신교육 사업들은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자율’과 직접 보고, 듣고, 느낄수 있는 ‘경험’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자율’의 대표적인 사업이 청소년 자치위원회다. 입시위주 학교 교육에서 벗어나 청소년 스스로 리더십과 조직활동 능력을 기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것으로 각종 청소년 관련 사업부터 봉사, 직업체험까지 스스로 기획하고 실행해 나가도록 하고 있다.

중구는 올해 관내 4개동 80명(중학생~고등학생)의 청소년이 참여한 청소년 자치위원회를 출범했다. 강서구도 중학교 9개 학교와 고등학교 6개 학교로 구성된 학생자치연합회를 구성했다. 지난해 영등포에서는 청소년자치연합 ‘유자청’을 구성해 청소년 스스로 위안부 문제 알리기 플래시몹과 모금사업, 영등포청소년자치 한마당을 열기도 했다.

지난해 ‘유자청’ 회장을 맡았던 장훈고 정채영 군은 “여러 학생들과 만나고 배우고 경험을 하면서 꿈이 생겼다”며 “구체적인 꿈이 생기니 공부가 전보다 의미 있게 느껴졌다”고 전했다.

춤과 노래, 미술관이나 박물관 체험부터 기존 기술을 활용해 직접 만들어 보는 활동들도 각 자치구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들이다.

학생들 스스로 탈을 만들어서 탈놀이를 해보는 가면극 만들기부터 스마트폰으로 영화 만들기, 3D 프린터 만들기, 오토마타(움직이는 장난감) 제작까지 그 종류도 무궁무진하다.

대표적으로 성동구는 이같은 청소년들의 체험을 위해 2018년도까지 글로벌체험센터, 문화예술체험센터, 자동차체험센터, 4차산업 체험센터 등 7개 분야 11개소의 권역별 체험센터를 운영할 예정에 있다.

중구 교육지원과 정미선 팀장은 “인 풋이 있어야 아웃 풋이 있다”며 “아이들이 많이 보고, 많이 느끼고 경험해야 뇌가 자극되고 이는 곧 창의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종철 기자 sijung1988@naver.com

독서실이냐 호기심이냐 ‘선택의 기로’에 선 아이들

4차 산업혁명 ‘창의력’이 관건…홀대 받던 ‘체육ㆍ예술’ 활동 주목

 

좋은 대학을 최우선에 두고 있는 우리나라 ‘입시교육’ 하에서는 체육활동은 학생들에게 의미 없는 활동들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활동들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새롭게 재조명 되고 있다.

최근 학자들은 아이들의 창의력 증진을 위해서는 기존의 성적위주, 학력신장 위주의 교육 시스템으로는 절대 불가능하며 ‘융합교육’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체육활동이나 예술 활동 등과 같은 예체능이다.

언어적 능력을 좌우하는 좌내와 공간감을 담당하는 우뇌를 모두 사용하는 ‘전뇌형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좌뇌와 우뇌를 연결해 주는 ‘뇌량’이 발달해야 되며 ‘뇌량’은 바로 예체능 활동에서 나온다는 이론도 학자들은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론은 이론일 뿐 아직까지 우리나라 교육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입시와 성공을 위한 전쟁이 아직도 끝나지 않은 탓이다.

창의성은 무시한 채 오직 등수만으로 사람을 규정하고 획일적으로 서열을 정리하고 있는 현실은 학생들을 각종 입시학원이나 컴컴한 독서실로만 내몰고 있다.

바짝 다가온 4차 산업혁명시대를 앞두고 이제는 선택을 해야 할 때가 왔다. 대학 서열에 따라 성공의 문이 열리는 시대도 얼마 남지 않았다. 아무리 좋은 대학에서 배운 지식도 인공지능이라는 괴물을 절대 이길 수 없으며 앞으로는 이 괴물을 어떻게 이용할 것인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개개인 보고, 듣고, 느끼며 쌓아온 경험과 이에 따라 생겨난 창의력 수준이 결정한다.

사실 지금도 사회는 채용에서 부터 인사제도 그리고 창의적 인재 육성을 위해 기존의 고착화 된 시스템을 전면 수정하고 있다.

카메라와 필름 만드는 것에만 집중하며 몰락한 ‘코닥’과 전자책 판매라는 창의력을 발휘한 ‘아마존’의 성공은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또한 ‘페이스북’은 직원들의 창의력 배양을 위해 수천억원을 들여 세계 최대의 소통공간을 가진 신사옥을 건설했으며 ‘애플’은 많은 인문학자들과 예술가들을 채용해 자사 기술자들이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새로움을 찾도록 적극 지원하고 있다.

박웅현 TBWA 크리에이티브 대표(CCO)는 “사람은 누구나 창의성이라는 뇌관을 갖고 있으며 이 뇌관을 어떻게 찾아내 창의성을 폭발시키느냐가 관건”이라며 “창의성이라는 뇌관은 소위 ‘스카이’라는 정해진 곳에 있는 것이 절대 아니다” 강조하기도 했다.

누군가 만들어 낸 지식만을 흉내만 내면서 무의식적으로 쳇바퀴만 돌리는 다람쥐 신세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하다.

교육열에 불타는 우리나라 교육 환경에서 이같은 변화는 어떤 조직이나 국가적 차원에서도 결코 이뤄낼 수 없다.

두려움에 계속해서 쳇바퀴만 돌릴 것인지 아니면 과감히 굴레를 벗어 던질지는 오직 그 당사자인 우리 아이들의 선택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