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일보 사설/ 눈먼 돈 특수활동비 증빙자료 등 투명성 높여야
시정일보 사설/ 눈먼 돈 특수활동비 증빙자료 등 투명성 높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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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6.08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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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특수활동비라는 명목 아래 한 해에 9000여억원 가까운 혈세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집행되고 있다는 데 대해 우리는 심각한 우려를 금치 않을 수 없다.

특수활동비는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국가기관의 정보 수집이나 수사 또는 이에 준하는 국정수행 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로 세부 집행내역 공개가 면제되는 경비이다. 그러나 특수활동비가 본연의 목적에서 벗어나 사용처 보고 의무도 없고 영수증을 첨부하지 않아도 되는 눈먼 돈이 돼 공직자들과 정치인들이 특권을 누리는 수단으로 변질돼 사용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부적절한 사용 의혹도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국회는 의장, 부의장, 여야 원내대표, 상임위원장, 특별위원장들의 국회 보직 활동 경비로 지급되고 있다. 향후 국회사무처에 영수증을 제출하는 등의 사후 정산절차도 필요 없다는 데 그 문제점이 있다. 그러다보니 연간 86억원의 특수활동비를 쓰는 국회가 특수활동비를 생활비로 부인에게 준 의원이 있는가 하면 자녀 유학비로 썼다는 어처구니없는 일까지 벌어졌다.

하지만 이렇게 혈세를 목적과 전혀 다른 개인용도로 사용하고도 이를 반납한 의원은 아무도 없다는 데 우리는 말문이 막힐 따름이다.

최근 법무부의 돈 봉투 만찬 사례와 같이 일부 고위 관료들이 당초 특수 활동비 취지와 다르게 국민의 혈세를 사적으로 유용하는 등 통제 없이 사용하는 것은 분명 잘못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수활동비 예산은 해마다 늘어나 지난해는 18개 부처가 역대 최고액인 8870억원이나 사용했다.

국가정보원이 4860억원으로 전체의 절반 넘게 사용했으며 국방부 1796억원, 경찰청 1293억원, 법무부 290억원 등을 사용했다. 이외에도 수사나 정보활동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국회나 감사원, 미래창조과학부 등의 기관에서 특수활동비가 왜 필요한지 우리는 의구심을 지울 수가 없다.

특수활동비가 현금으로 지급되는데다 영수증도 필요 없고 사용처를 알리지 않아도 되는 눈먼 돈이 되다보니 금일봉, 회식비, 생활비, 여행비 등으로 전용되고 있는 사례가 비일비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분명 잘못됐으며 이것이야말로 적폐 청산의 대상이다.

국민의 혈세를 집행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원칙은 무엇보다 공정성과 투명성에 있다. 특수활동비라고 해서 보안과 대외 비밀 유지 등을 명분으로 국민의 혈세를 자신의 쌈짓돈인 양 묻지마식으로 사용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

국민의 혈세인 특수활동비가 더 이상 눈먼 돈이 돼서는 곤란하다. 보안상 공개가 곤란하다면 대외비를 전제로 특수활동비 사용 내역을 직접 검증하게끔 법령을 재정비함은 물론 국회도 내년도 예산 심사 때 각 기관의 특수활동비를 대폭 삭감하고 사용 시 증빙 자료 첨부 의무화 등 개선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