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칼럼 / ‘사람이 먼저인’ 대통령의 철학
시정칼럼 / ‘사람이 먼저인’ 대통령의 철학
  • 임춘식 논설위원
  • 승인 2017.06.08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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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춘식 논설위원
   
 

[시정일보]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벌써 한 달이 되었다. 정권 출범 초기 문 대통령의 인기는 하늘로 치솟다 약간 하락했지만. 새 정부 출범 초기 허니문 기간에는 역대 어느 대통령이나 인기가 높은 편이었다. 그러나 대통령의 인기는 하루아침에 추락할 수도 있다는 것이 정치사의 교훈이다.

문 대통령에 대한 인기가 치솟았던 이유는 대통령 취임 후 그의 친서민적인 행보가 국민적인 공감대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일자리 공약, 비정규직 문제, 미세 먼지, 치매 대책 등 민생 공약을 시원하게 해소하고 있다. 그래서 문 대통령을 지지 않았던 사람들까지 그에게 기대를 걸고 뜨거운 박수를 보내고 있다.

그 중에서도 문 대통령을 심히 괴롭혔던 꼴통(?)보수층인 노인들까지도 대선 공약인 ‘치매국가책임제’를 직접 챙기는 그의 언행에 감탄한다. 그래서 문재인을 ’민생 대통령‘이라고까지 명명한다. 사실 대선 중에는 이명박 정부 시절 공약했었던 ‘국가치매관리종합대책’의 빈 공약 때문에 전혀 믿지 않았다.

노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환이 바로 ‘치매(dementia)’다. 도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마저 1994년 11월 국민들에게 자신이 알츠하이머병인 치매에 걸렸다는 것을 알리는 담화문을 통해 이 병에 대한 보다 많은 관심이 유발되기를 국민들에게 호소했던 무서운 노인성 질환이다,

치매는 라틴어에서 유래된 말로서 ‘정신이 없어진 것’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치매의 발병률은 다소 차이가 있지만, 65세 이상에서는 약 5-10%이며, 80세 이상에서는 약 30-40%에 이른다고 보고되고 있다. 따라서 치매는 연령이 증가할수록 유병률이 높으며, 그중에서도 남성보다 여성 노인의 치매 유병률이 높은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가족들은 존경하는 부모님이나 사랑하는 배우자가 치매라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게 된다. 단지 노화의 현상으로만 생각하고 조기진단의 기회를 놓치고 있다. 어쨌든 치매는 대부분의 질병과 마찬가지로 조기발견이 매우 중요하다.

‘치매국가책임제’는 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다. 대선 기간 중 그는 자신의 장모 역시 치매를 앓았던 사연을 직접 언급하며 △치매 치료 본인부담 상한제 △경증 치매환자에게도 장기요양보험 혜택 △치매지원센터 증설 △전체 요양시설 중 5%인 국공립 치매요양시설 확대를 약속했었다. 그런데 이것이 바로 현실로 다가 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일 서울 세곡동 소재 서울요양원을 직접 찾아 치매환자 가족의 어려움과 종사자들의 애로를 듣고, 이를 위로하는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대선 공약 실천 의지가 분명했다.

이날 그는 자신의 주요 복지공약이었던 ‘치매국가책임제’의 추진을 본격화했다. 직접 요양병원을 찾아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에 관련예산 2000억원을 반영했다고 밝혔고, △요양등급 확대 △1:1 맞춤형 서비스 △치매지원센터 250개로 확대 △본인 건강보험 부담률 10% 이하로 감소 등을 재차 약속했다.

그리고 “가장 시급한 민생현안 가운데 하나가 치매다. 환자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들도 감당하기 힘든 병”이라며 “이제는 치매환자를 본인과 가족에게만 맡겨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국가와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한다”고까지 말했다.

또한 “치매는 조기에 치료하면 나을 수도 있고, 진행을 멈출 수 있다. 이를 모르면 악화된다”며 “치매지원센터가 몇 개냐 하면 불과 47개 밖에 되지 않는다. 그것도 40개 정도는 다 서울에 있어 지방은 센터가 많이 부족하다”며 “치매지원센터를 250개 정도로 대폭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본인 건강보험도 부담률을 10% 이내로 확 낮춰야 한다”며 “요양보호사들에 대한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는 것”도 과제라고 말한 것은. 바로 세상을 대하는 변함없는 원칙, ‘사람이 먼저인' 철학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공약의 취지와 달리 실제 실행에 있어서는 기대보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치매 예방보다 치매 환자들과 가족들의 지원에 초점이 맞춰진 탓에 비용이 만만치 않다. 그리고 실질적인 공약 이행을 위해서는 치료보다는 예방이 우선시 돼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치매국가책임제는 좋은 정책이고, 당연히 찬성하는 입장이지만 공약 이행에 앞서 재원 마련 대책 등 충분한 준비를 해야 한다. 자칫 공약 이행 자체가 수준미달(?)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이다.

어쨌든 대통령뿐만 아니라 집권 여당은 초반의 인기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나라다운 나라 건설`이라는 개혁의 초심을 잃지 않아야 한다. 개혁의 신속성과 과감성도 중요하지만 개혁의 로드맵을 차분히 준비하여 실행에 옮겨야 한다. 개혁을 너무 서두르다 보면 `개혁의 역리’라는 딜레마를 자초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남대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