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장칼럼/도심에 숨겨진 보물을 찾아라
단체장칼럼/도심에 숨겨진 보물을 찾아라
  • 최창식 중구청장
  • 승인 2017.06.15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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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식 중구청장

개화기 서울근대문화의 산실 정동,
‘정동야행’으로 다시 태어나

인쇄공장 난무하던 필동, 
뮤지엄, 갤러리, 소극장 등 풍경 바꿔

한양도성 다산성곽길 
예술인들 아지트 ‘문화창작소’ 변신

일상에서 스쳐지나는 공간 속
숨겨진 역사·이야기·문화 발굴
잘 다듬고 가꿔 관광상품으로 키워내

 

[시정일보]도시는 생명체와 같아서 탄생과 성장, 성숙, 번영, 쇠락 등을 거친다. 단계별로 가치나 특징도 달라진다.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은 600년이 넘는 역사와 전통, 현대의 첨단 기능이 어우러진 메트로폴리스이다. 하지만 옛 도심 일부 지역은 쇠락했다. 

발전의 희망이라고는 조금도 보이지 않는 이런 낙후 지역이 역설적이게도 도시의 미래이자 잠재력이 되기도 한다. 역사가 켜켜이 얽힌 장소인 덕분에 보석같은 이야기들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발견하고 발굴함에 따라 해당 지역의 가치는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개화기 서구 근대문화가 도입된 중구 정동에는 덕수궁 중명전, 구 러시아공사관, 정동교회 등 역사를 간직한 장소들과 박물관, 미술관 등 30여개 문화시설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무심히 지나치는 도심 한복판의 정동이 얼마나 소중한 공간인지 시민들은 잘 몰랐을 것이다. 하지만 중구가 3년 전부터 정동의 역사·문화시설을 해설 투어하며 체험·공연과 연계한 야간 테마축제 ‘정동야행'을 시작한 뒤 정동의 진가가 드날리기 시작했다.

중구 필동은 한옥마을을 비롯해 남산, 서애 유성룡 집터, 110년 전통의 동국대학교 등 조선 역사 문화와 도심속 자연이 유려히 어울린 동네다. 그러나 수십년 동안 인쇄공장이 무질서하게 얽혀 있는 등 난개발로 주민 갈등이 심했다. 

이에 중구는 5년 전부터 서애대학문화거리 조성 사업을 추진했다. 동네 골목을 뮤지엄, 갤러리, 소극장으로 채웠다. 쓰레기 투기·불법주차로 우중충했던 동네를 젊은 예술가들이 득실거리는 거리로 변신시켰다.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도 한몫했다.
한양도성길 18.6km 중 장충체육관 뒤편 다산성곽길은 약 1km의 짧은 구간이다. 각자성석(刻字城石·축성 당시 책임 공사 구간을 표시한 돌)이 보전되는 등 문화사적 가치가 상당하다. 

각종 규제에 묶여 수십년간 방치돼 있던 이곳을 중구는 예술인 놀이터 ‘꼬레아트', 빈집을 창작인에게 저렴하게 임대하는 문화창작소 등 공공 문화거점시설을 입주시켜 변화를 꾀했다. 

갤러리·공방 등 민간 시설도 뒤따라 들어서며 다산성곽길은 문화예술인들의 아지트로 부상하고 있다.
관광자원은 있는 ‘그대로의' 훌륭한 자연·유적도 있지만, 숨어있는 역사·이야기·문화처럼 찾아내고서 잘 다듬어야 빛을 발하는 것도 있다. 

중구가 포함된 서울 도심에는 을지로 뒷골목, 회현동 옛 길, 광희문 주변, 충무공 이순신 생가터 등 숨겨진 보물들이 무수하다. 적극 발굴해서 서울 전체가 세계인에게 사랑받는 명소로 거듭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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