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보훈 바로 세우기와 국민통합
특별기고/ 보훈 바로 세우기와 국민통합
  • 이 경 근 서울지방보훈청장
  • 승인 2017.06.22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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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 근 서울지방보훈청장
   
 

[시정일보]제62회 현충일 추념식이 있었던 국립서울현충원 겨레얼마당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순국선열과 호국영령, 그리고 5000만 국민에게 중대한 약속을 했다. 이에 따라 국가보훈처는 2008년 이래 다시 장관급 기구로서의 위상을 되찾게 됐다. 이는 240만 보훈가족 뿐 아니라 20여 년을 보훈의 일선에서 정려해 온 필자도 항상 바랐던 일이다. 이로써 대한민국의 보훈이 조금 더 바로설 수 있게 됐지만, 여전히 국가보훈이 가야 할 길은 멀다. 이에 아래에서는 ‘보훈 바로 세우기’와 밀접히 관련된 현충일과 우리의 역사인식 그리고 현실 문제에 대한 보훈공직자로서의 생각을 지면을 빌려 제시해 본다.  

국가보훈처의 격상이 공언된 현충일은 호국영령의 명복을 빌고 군국선열 및 전몰장병의 숭고한 호국정신과 위훈을 기리는 뜻 깊은 날이다. 국경일인 삼일절과 한글의 날 등과 비교해 보아도 그 상징하는 바가 전혀 부족하지 않다. 그럼에도 현충일은 47개 기념일 중 하나로, 관련근거 또한 법률이 아니라 대통령령인 「각종 기념일에 관한 규정」이다. 즉 다른 기념일과는 격이 다른 최고의 상징적 국가 제례일인 현충일의 실제 위상을 현재의 법제에서는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비록 존재형식 차원의 문제이지만, 추모의 한 마음으로 하나 되는 명실상부한 국민제전(國民祭典)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현충일의 실제 위상에 걸맞은 법제상 근거의 격상이 필요하다. 

한편 2016년 나라사랑의식지수 조사에 의하면 84%의 국민이 국가유공자를 존경하지만, 우리나라 역사를 자랑스럽게 여긴다는 응답은 60.5%에 불과했다. 이는 국가유공자의 희생과 공헌에 대한 국민의 존경과 감사가 보편화 되고 있지만 이러한 경향이 역사 자긍심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 역사는 국난극복의 역사라 할 만큼 어려운 일이 많았고, 특히 근현대사는 그 정도 가 더 심하다. 그럼에도 이를 극복하고 오늘의 대한민국을 이룩했고 그 과정의 중심에는 국가를 위한 수많은 헌신이 있었다. 이러한 헌신으로 이뤄진 우리의 역사는 명백한 자긍의 대상이다. 따라서 국가유공자의 헌신에 진정으로 감사하기 위해서는 이 분들에 의해 꾸려진 우리의 역사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이 당연히 전제돼야 하는 것이다. 

물론 모든 과거를 마냥 긍정하자는 것은 아니다. 잘못은 바로잡아야 하고 과오는 거울삼아야 한다. 올 상반기 우리가 겪었던 극한의 갈등 또한 마찬가지이다. 다행히 새 정부 출범으로 화합의 실마리를 찾은 상황에서 맞이한 이번 호국보훈의 달은 그 중요성이 남다르다. 이것은 호국보훈의 달에 특별히 고양되는 보훈가치가 노력 여하에 따라 국민화합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보훈은 단순한 물질적 보상이 아니라, 희생에 상응하는 예우를 통해 국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소중한 가치를 정립하는 과정이다. 어려움을 함께 이겨낸 기억, 그 과정의 숭고한 희생, 그리고 그 결과인 오늘의 번영은 이를 공유하는 집단에 유대감과 동질성을 부여한다. 따라서 태극기, 무궁화, 애국가가 그러하듯 보훈 또한 대표적인 국민통합의 상징적 기제인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현충일의 위상을 바로잡고, 우리 역사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하나 된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는 것은 그 하나하나만으로도 중요하다. 현충일과 국난극복의 역사를 바로 세우는 것은 곧 국가유공자에 대한 추모와 감사를 표하는 일이다. 이를 통해 고양된 보훈의 가치는 궁극적으로 국민 모두를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계기를 만든다는 점에서 그 진정한 가치를 찾을 수 있다.   

특히 최근 극한으로 치달았던 갈등의 진정국면을 마련한 지금, 이 분위기를 지속적으로 이어나가는 것은 필자의 고민인 동시에 국민 모두의 바람이다. 따라서 보훈처의 격상이라는 희소식이 호국보훈을 바로세우고 궁극적으로는 단결과 화합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호국보훈의 달을 맞이한 지금 국가유공자에 대한 추모와 감사, 그리고 화합과 단결의 구호가 국민 모두의 가슴에 울려 퍼져야 한다. 이것이 호국보훈의 달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동참을 호소하는 필자의 간절함이 더해지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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