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일보 시청앞 / 단 한마디의 말이 천지의 조화를 깨뜨릴 수 있어
시정일보 시청앞 / 단 한마디의 말이 천지의 조화를 깨뜨릴 수 있어
  • 시정일보
  • 승인 2017.06.22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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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有一念而犯鬼神之禁(유일념범귀신지금)하며 一言而傷天地之和(일언이상천지지화)하며 一事而釀子孫之禍(일사이양자손지화)하나니 最宜切戒(최의절계)니라.


이 말은 菜根譚(채근담)에 나오는 말로써 ‘한 가지의 생각으로 하늘의 계율을 범하게 되고 한 마디의 말로 천지의 조화를 깨뜨리며 한 가지의 일로 자손의 불행을 빚는 수가 있다. 깊이 경계해야 할 일’이라는 의미이다. 

생각과 말과 일은 서로가 연계돼 있다. 생각 없는 말이 있을 수 없고 말없이 어떤 일이 이뤄질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일은 시시각으로 생각을 불러일으키고 생각은 나름대로의 갖가지 말을 만들어 내기 마련이다. 세치의 혓바닥으로 다섯 자의 몸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는 우리의 옛말이 있다. 말은 그만큼 어렵고 무거운 것이다. 말은 그것이 내뱉어졌다는 사실만으로 경우에 따라선 정신적인 사슬이 되고도 남는다. 사불급설(駟不及舌)이란 말이 있다. 논어에 나오는 말로 네 마리의 말이 끄는 빠른 마차라도 혀의 빠른 것에 미치지 못한다는 뜻이다. 그만큼 말은 한번하면 빨리 퍼지고 또 취소하기도 어려운 만큼 조심해야 한다는 말이다. 말 뿐이 아니다. 말도 그렇지만 생각 또한 신중해야 한다. 신중한 생각에서 신중한 말이 나오고 신중한 행동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행동은 입보다 크게 말한다는 영국의 격언도 있지만 행동 하나하나에 상황은 전혀 예상할 수 없는 곳으로 흐를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했으면 싶다. 

작금에 들어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가 최근 워싱턴 DC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서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동결할 경우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와 한·미 연합훈련을 축소할 수 있다”고 발언한 것과 관련 청와대가 “한·미 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뜻을 엄중하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또한 사드 배치와 관련 “이 문제로 한·미동맹이 깨진다면 그게 무슨 동맹이냐”고 말했다고 한다. 이 발언이 있은 후 미 국무부는 “문 특보의 견해는 개인의 입장으로 본다”고 말했는데 이는 우회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 아닌가 싶다. 통일외교안보 특보의 발언은 물론 개인적인 견해라고는 하지만 경솔하기 짝이 없으며 공직의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으로서의 오해의 소지가 있는 언행은 분명 비판받아 마땅하다. 북핵과 미사일은 한·미 양국 공조를 통해 풀어야 할 과제이며 북핵과 미사일은 양국이 조율하고 논의해 정상회담에서 대통령이 언급할 내용이다. 사드나 한미FTA 재협상도 마찬가지로 특보가 쓸데없이 언급해서 동맹인 한·미간에 이견이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은 국익을 위해서도 결코 옳지 않다. 공직을 수행하는 사람은 이번 일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어떠한 경우라도 언행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 자신의 말 한 마디에 국익이 걸렸다는 사실을 깊이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