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닫힌 마음의 문 여는 ‘마법 청진기’
꽉 닫힌 마음의 문 여는 ‘마법 청진기’
  • 주현태
  • 승인 2017.06.22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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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구 성산2동 ‘백의의 천사’ 박미경 방문간호사
   
▲ 박미경 방문간호사가 어르신의 건강을 살펴보고 있다.

70세 노모, 중증장애 아들과 ‘고립생활’ 자처
끈질긴 설득 끝에 위기가정 복지서비스 연계

[시정일보]한 간호사의 청진기 온기가 성산2동 주민들의 닫힌 마음을 빠른 속도로 열어가고 있다.

그 주인공은 마포구 성산2동 주민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박미경 방문간호사다. 박 간호사는 평소 동네에 아픈 이가 있을 때 어디든지 찾아가는 일명 ‘성산2동 원더우먼’으로 불리고 있다.

2012년 8월부터 방문간호사로 근무를 시작한 박미경 간호사는 어린 시절 경로당 및 고아원으로 봉사활동을 나가는 부모님을 본받으면서 ‘아픈 사람들의 상처를 어루만져 주는 꿈’을 갖고 간호사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박 간호사는 평소 홀로 사는 어르신들의 벗이 되는 일을 자처했으며 복지담당공무원과 함께 어르신을 대상으로 건강욕구상담, 보건ㆍ복지혜택정보 안내, 생애별 예방적 건강관리 등 맡은 바 업무를 충실하게 이행해 선배 동료 직원들에게도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특히 박 간호사는 지난해 겨울, 성산2동에 거주하고 있는 중증장애 아들과 고령의 어머니가 함께 사는 위기가정을 발굴해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다.

70세 노모와 거주하는 김모 씨는 중증장애인(지체장애 1급, 지적장애 3급)으로 거동이 어려운 상태였다. 또한 고혈압, 당뇨, 뇌전증을 진단 받고 약물복용중인 만성질환자로, 주변의 보살핌이 필요한 ‘위기가정’이었다. 하지만 김 씨가 도움을 받는 것을 싫어하면서 만남 자체가 불가능할 지경이었다.

지속적으로 여러 위기가정의 안부를 챙긴 박 간호사는 김 씨 가정에 매일같이 전화를 걸었다. 또한 김 씨가 평소 휠체어로 복지관을 다닌다는 정보를 입수해 수차례 만남을 통해 다가가면서 마음의 문을 두드렸다.

“의료인으로서 대상자가 미처 자각하지 못한 위험상황을 파악하고 정확한 치료를 받게 하는 게 나의 업무”라고 말하는 박 간호사는 먼저 추운 날씨 탓에 집안에만 있던 김 씨의 혈압과 혈당을 체크한 후, 먹는 약을 꼼꼼히 살펴봤다.

혈압이 170/90mmHg로 심상치 않은 상태였고, 두통과 눈 충혈 증상이 지속됨에도 불구하고 주병원인 신촌세브란스의 두 달 뒤 정기검진 날만 기다리고 있었다. 자칫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보여, 가까운 내과로 진료의뢰를 하고 검사를 받도록 도왔다.

그 결과 안압이 높아져 실명의 위기에 처해 있던 김 씨에게 건강한 눈을 되찾아 줬다.

박 간호사는 “인터넷에서는 수많은 의료지식이 쏟아져 나오지만 사회적 약자나 노인들은 아직도 본인 스스로의 건강문제를 찾기 힘들고, 누군가에게 상의하고 조언을 구할 수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박 간호사는 김 씨의 가정에도 방문해 오랜 휠체어 생활로 생긴 욕창의 피부관리 및 예방법을 알려줬으며, 마포구 민간 복지협의체인 ‘좋은 이웃들’을 통해 방한의복용품 및 욕창방지용 에어매트도 지원받도록 도와줬다.

박 간호사는 “마음의 문을 활짝 연 김 씨가 연신 ‘고맙다’라는 표현을 했으며, 복지관에서 즐거운 말을 배웠다며 ‘맘마미아’를 외치면서 나에게 행복을 주고 싶다고 말해 뿌듯한 느낌이 들었다”고 말하며 수줍게 웃었다.

“목적지를 잃을 때도 있고, 도중에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지만, 서로 지칠 때마다 서로를 도닥여주고 그 기운으로 시너지 효과를 내어 위기가정에게 더 큰 희망을 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박미경 간호사는 “아직 뵙지 못한 사각지대 가정들에게 의료ㆍ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낮은 자세로 친구같이 직접 발로 뛰어 다니겠다”고 말했다.
주현태 기자 / 
sijung198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