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스스로 ‘갈등조정’… ‘이해와 공감’ 소통방정식
이웃 스스로 ‘갈등조정’… ‘이해와 공감’ 소통방정식
  • 윤종철
  • 승인 2017.06.29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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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구 왕십리2동 주민센터 강 종 식 동장
   
▲ 성동구 왕십리2동 주민센터 강 종 식 동장

[시정일보]소소한 갈등에서 주먹다짐에 살인까지 부르는 ‘이웃갈등’은 이제 심각한 사회 문제가 돼버렸다. 솔직히 바쁜 현대 사회에 ‘한 지붕 세가족’이나 ‘이웃사촌’을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아이들이 뛴다고 이웃을 찾아가 그 아버지를 살해하는 사건은 정말이지 충격을 넘어 경악을 금치 못한다. 

문제 해결을 위해 서울시나 YMCA 등에서도 분쟁조정위원회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지만 층간소음, 주차문제, 쓰레기 투기, 애완동물 등 주민들 사이에 빈번하게 발생하는 갈등 상황에 번번히 개입하기란 역부족이다. 

구청이나 관에서 개입하는 것 역시도 문제 해결의 방법이 될 수 없다. 오히려 싸움만 키울 뿐이다. 

이런 가운데 성동구 왕십리2동주민센터가 ‘신의 한수’를 뒀다. 이웃갈등의 당사자인 주민들이 스스로 갈등을 조정하게 하겠다는 비법이다.  

주민들을 대상으로 이웃갈등조정 강좌를 개설하고 전문가를 배출해 주민센터 내 상시기구인 갈등관리위원회(가칭)을 운영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세웠다. 

전국 최초로 시도되는 비법인 만큼 과연 ‘주민갈등’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것인지 왕십리2동주민센터 강종식 동장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이같은 아이디어를 내게 된 계기는.
“우리 동도 마찬가지로 소소한 주민갈등이 많다. 큰 갈등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길고양이 문제부터 아파트 쪽문 출입문제까지 다양한 갈등 민원이 제기되고 있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 보니 아이러니하게도 주민들이 진정은 많이 하지만 당사자인 주민들끼리는 직접 만나지는 않는다. 주민 갈등의 대부분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공감하면 해결될 문제들이지만 자기 입장만 전달하고 있었던 셈이다. 

이에 주민들이 주민들과 만나면 문제가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가볍게 시작했다. 이후 주민들 스스로 문제 해결을 위한 스킬을 키워주기 위해 이웃갈등조정 강좌를 개설했으며 역량을 키운 주민들이 모여 동네 갈등 해결을 위한 상시기구인 갈등관리위원회 운영도 생각하게 됐다.”

- 이웃갈등조정 강좌는 어떤 내용인가.
“아마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로 시도된 것이지만 일본이나 선진국의 경우 교회나 지역 단위로 추진되고 있는 사업이다. 미국만 해도 지역조정센터에 1만2000명의 전문가가 투입돼 이웃간의 갈등 문제를 마을 스스로 해결하기 위한 스킬을 전수하고 있다. 

이에 우리도 ‘우리 같이 살래요?’라는 주제로 지난 26일부터 강좌를 시작했다. 강좌는 YMCA와 업무협약으로 전문가가 오는 7월13일까지 총 8회에 걸쳐 진행한다. 실제 갈등사례를 공유하고 이웃분쟁 상담의 방법과 기술, 주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의사소통기법까지 실제 생활에 필요한 내용을 자세히 전수해 준다. 

현재 아파트 거주 주민, 주민단체 회원, 마을봉사자 등 40~50명의 주민들이 적극 참여하고 있다. 좀더 진행이 되면 여기에 더해 속 시원하게 얘기할 수 있는 주민 토크쇼을 열어보고 주민 스스로 갈등 해결을 위한 ‘협약서’도 만들어 볼 생각이다.” 

- 주민센터 내 상시기구인 ‘갈등관리위원회’ 구성 계획도 있는데.
“현재 서울시나 YMCA 등에는 전문가들로 구성된 갈등관리위원회가 있다. 그러나 이들이 모든 주민들의 갈등에 개입할 수 없을 뿐더러 개입하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이번 강좌 수료 주민들을 대상으로 ‘주민 자율 조정센터’ 내지는 ‘화해 소통 전문센터’ 등의 이름으로 상시기구인 갈등관리위원회를 구성해 보고자 목표를 세웠다. 

물론 귀찮아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일 것으로 생각되지만 단 5분이라도 참여하신다면 그 외 나머지 주민들은 근거리에서 지원해 주면서 조금씩 주민갈등을 해결해 나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갈등 해결은 이해되고 공감이 돼야 해결된다. 윗층에 사는 아이를 잘 알면 층간 소음에 대해 다소 너그러워지는 것도 같은 이치다. 

갈등은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관리되는 것이다. 법적인 지위는 아니지만 어떤 행태로든 만들어서 이웃이 함께 문제에 개입하면 어떤 식으로든 이해와 공감이 생길 것이라고 믿는다.” 

- 사업 성공을 위한 바람이 있다면.
“아직 시작단계로 그 효과에 대해서는 뭐라 장담할 수 없다. 다만 동네를 잘 아는 사람들, 동네에 오래 사신 분들, 동네에 애정을 갖고 있는 분들이 중심으로 활동을 해 나간다면 주민들 간 이해의 장이 만들어 질 것이라고 본다. 완벽하게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갈등 상황을 다소 순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주민들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 뜻을 모아 주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