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출산장려금만 믿고 아이 낳으라고?
기자수첩/ 출산장려금만 믿고 아이 낳으라고?
  • 주현태
  • 승인 2017.07.06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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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각 자치단체들이 ‘저출산 극복’이라는 큰 포부를 가지고 ‘출산장려금’을 지급하고 있다. 아이가 태어나면 최소 기저귀, 그림책과 같은 물품을 지원받거나 최대 500여만원의 지원금을 받게 된다.

서울시 자치구들은 첫째 아기가 태어났을 때 기저귀, 손수건, 그림책 등을 지원하고 있고 둘째 평균 40여만원, 셋째 80여만원, 넷째 이상부터 100만원 이상 등을 지원한다.

하지만 많은 국민들이 ‘출산장려금’에 한계가 있다는 평가를 보이고 있다.

모 구청에서 최소한의 지원인 기저귀를 지원받은 유혜미 씨(30ㆍ여)는 “아기마다 발진이 일어나는 제품이 있는데, 지원받은 기저귀가 아이에 몸에 맞지 않아 받아놓고 쓰레기통으로 던졌다”고 화를 냈다. 모 구청에서 그림책을 지원받은 김유리 씨(29ㆍ여)는 “갓 태어난 애한테 같은 그림책을 읽어주는 것은 두 번으로 족해, 지금은 냄비받침대로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자가 11명의 아기 엄마한테 물어본 결과, 산후조리원에 대한 지원을 가장 절실한 것으로 뽑았다.

이들은 현재 국가에서 운영하고 있는 ‘산후도우미’는 대기자들이 많아서 구청에서도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신청만 받고 있다고 전했다. 당장 허리가 아프고 온몸에 힘이 없는 상황이지만, 산후도우미가 언제쯤 올지도 명확하게 모르기 때문에 가까이 있는 산후조리원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가격은 3주 평균 250만원이나 된다.

이를 보더라도 출생아 숫자에 따라 금품을 주는 방식인 출산장려금 지급을 유지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 의구심이 든다. 두명 이상 낳아야지 지급되는 40여만원이 과연 얼마만큼의 효과를 볼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이처럼 출생아 숫자에 따라 금품을 주는 방식은 대한민국의 저출산 극복을 여성들에게 미루는 방식이라고 말하고 싶다.

출산을 장려한다는 뜻에서 지급하는 이 출산장려금을 첫째를 출산했을 때 아예 주지 않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오히려 셋째 이상 낳았을 때 지급하는 지원금을 첫째가 태어났을 때 지원해야 한다고 본다. 이게 아니라면 무의미한 일시적 출산장려금보다는 성장과정에서 발생하는 금전적인 비용을 지원해야 한다.

이와 함께 또다른 큰 문제는 지자체별로 지원금의 차이가 크다는 점이다.

강원도 삼척의 첫째 출산장려금은 100만원, 전라남도 보성군은 240만원에 이른다. 지원금을 아예 안주거나 기저귀나 그림책을 주는 서울시 자치구와는 크게 비교된다.

국가가 직접 나서서 지자체별로 차이가 큰 출산장려금을 국가 차원에서 통합시켜 나가야 할 때다.
‘저출산 극복’. 대한민국의 무거운 숙제다. 이제는 현 출산장려금의 문제점을 찾고 새로운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