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일보 사설/ 재벌가여 해변시인학교 정주영을 만나보라
시정일보 사설/ 재벌가여 해변시인학교 정주영을 만나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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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7.13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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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하의 지중이다. 우리나라 최대 기업, 아니 세계적 삼성그룹 이재용 회장이 법정에 나서는 아이러니가 우릴 고뇌시킨다. 주마등은 흘러서 문득 현대그룹 정주영 왕회장으로 다가선다. 

[시정일보]정주영, 왕회장하면 경포대 여름시인학교를 빼 놓을 수 없다. 1985년 경포대에서 황금찬 시인이 교장으로 해변학교가 열렸다. 문인들과 어울리며 문학과 인생에 대해 토론한다. 수강생은 시(詩) 강의도 듣고 낭송회도 참여한다. 주최 측은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경포대 해변 시인학교를 찾은 참여자에게 낭만을 한아름 안겨준다. 

여름 해변 시인학교에는 특별한 게스트가 10여년째 참여했다. 정주영 회장이다. 정주영은 해변시인학교에서 필요한 것들을 뒤에서 소리 없이 지원했다. 정주영이 그저 교양 있어 보이려고 겉멋으로 문인들과 어울리며 모임에 참여한 것은 아니었다. 정주영은 젊은 시절 자그마한 자동차수리공장을 시작하면서 여류시인 모윤숙과 자리를 같이 했다. 거기에는 이헌구, 김광섭, 이하윤, 구상 등 쟁쟁한 인물들이 참석한다. 문인들은 정주영이 모윤숙 작가가 사는 동리에서 자그마한 자동차수리공장을 한다는 말에 신기하게 느꼈다. 그 뒤 구상 시인과는 친한 친구가 되기도 했다. 

정주영의 해변 시인학교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된다. 대기업이 되어서 후원하게 된 게 아니다. 그는 청년시절부터 시를 사랑하고 소설 속에서 멋진 대사를 외우고 모임에서 발표하곤 했다. 특히 이광수의 <흙>과 박화성의 <백합> 등을 읽으면서 문필가의 꿈을 키웠다. 정주영의 ‘새봄을 기다리며’라는 수필에서 로맨티스트 정주영의 문학적 재능이 엿보기이도 한다.

정주영은 현대의 사원들에게도 해변 시인학교를 참여하게 했다. 시인학교에서는 그가 즐기는 씨름대회를 열기도 했다. 시간은 흘러, 해변시인학교는 충남 안면도에 여름 시인학교의 건물도 세운다. 그 보답으로 해변시인학교 박동규(서울대 명예교수) 교장은 불편한 몸의 왕회장을 모신다. 왕회장은 자유롭지 못한 몸을 끌고 해변시인학교 단상에 오른다. 참석한 문인은 20초간의 시간에 호흡을 멈추고 박수를 보낸다. 이것이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모습이다. 왕회장은 인사말로 ‘내가 해변학교 건물을 세운 것이 아니라 현대건설 이내흔 사장이 지은 것’이라고 말을 이었다. 80의 노인은 겸허하기까지 했다. 200명의 해변시인학교의 참가들은 일어서서 박수를 쳤다. 

많은 국민들은 여름의 중심에서, 가진 자의 모습을 새삼 생각한다. 피자로 기업을 일군 큰 기업인은 갑질로 연일 뉴스 머릿기사다. 정치인도 열지 못한 금강산의 관광의 길을 연, 정주영. 그가 노익장으로 501마리의 소떼를 몰고 판문점을 통과하는 모습이 선하다. 정주영은 생전에 세 가지의 정신을 가지고 기업을 했다. 첫째 자신이 가난했기에 가난을 물리치는 실천의 기업을 한다. 대한민국이 원하는 국가 건설에 헌신한다. 그는 고속도로의 기반을 닦은 기업인이다. 둘째 무모함을 무기로 성공의 발판을 삼는 투지를 보였다. 셋째 북한과 교류의 출발을 만들었다. 

잘못된 재벌가가 연일 뉴스의 중심에 서는 것이 국민가슴엔 통증이 온다. 재벌가여, 80년대 시인학교의 정주영 회장을 만나보라. 비록 저 세상 사람이지만 그의 해변시인학교 정신은 국민의 가슴에서 무럭무럭 자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