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지방재정 확충과 저비용·고효율 감동행정
기자수첩/ 지방재정 확충과 저비용·고효율 감동행정
  • 이승열
  • 승인 2017.08.17 11:20
  • 댓글 0

   
 

[시정일보]“세종대왕이 구청장을 한다면 잘할 수 있을까요? 단군 이래로 지금까지 모든 행정이 중앙집권으로 이뤄져 세종대왕이 한다 해도 힘듭니다. 주민의 뜻에 따라 사업을 하고 싶어도 재정이 확보돼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난달 유종필 관악구청장이 ‘지방분권이 밥 먹여주나?’를 주제로 한 특강에서 한 말이다. 자치분권과 지방재정 확충의 중요성을 적절한 비유로 설명했다. 

유 구청장의 말처럼 지자체, 특히 기초지자체는 돈이 없다. 아무리 단체장이 똑똑하고 주변에 인재들이 몰려 있어도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 시·군·구는 돈이 없어 적극적으로 행정을 펼치지 못하고, 주민은 시청·군청·구청이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고 비난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민에게 감동을 주는 행정은 늘 존재한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효율을 추구하는 이른바 ‘저비용 고효율’ 행정이다. 

기자는 최근 한 도봉구의원이 SNS를 통해 올린 소식에 큰 감동을 받았다. 내용인즉, 평소 청소년들의 춤 연습공간으로 쓰이던 도봉구청과 의회 사이 공간에 도봉구가 거울을 설치했다는 것이었다. 매우 사소한 배려이지만 이제 그곳은 아이들에게 가장 소중한 공간이 될 것이다. 

그밖에도 큰 울림을 줬던 몇몇 감동행정 사례가 떠오른다. 우선 금천구는 출생신고를 하는 출산가정에게 ‘아기가 자고 있어요’ 스티커(초인종 스티커)를 나눠주고 있다. 택배기사 등 방문객이 초인종을 누르는 대신 조용히 노크를 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관악구는 지난해 10월 관내 횡단보도에 ‘미세먼지 안심대기선’을 설치했다. 도로경계선에서 1.5m 뒤에 서면 미세먼지를 10~40% 덜 마신다는 조사 결과에 따른 것이다. 

서초구는 지난해부터 주요 대로변에 ‘커피컵 모양 분리수거함’을 설치하고 있다. 구는 몇 해 전 도로 위 쓰레기통을 모두 철거했는데, 이후 거리에 버려지는 재활용쓰레기 처리방안을 고민하던 끝에 이 같은 아이디어를 냈다. 자원 재활용과 도시미관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얼마 전 발표된 문재인정부 100대 국정과제에는 △획기적인 자치분권 추진과 주민 참여의 실질화 △지방재정 자립을 위한 강력한 재정분권이 포함됐다. 또한 ‘국가의 고른 발전을 위한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은 새정부가 중점 추진할 ‘4대 복합·혁신과제’ 중 하나다. 이를 위해 정부는 내년 지방선거 때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부친다는 목표이며, 국세·지방세 비율도 현 8:2 수준에서 7:3을 거쳐 장기적으로 6:4까지 개선한다고 한다. 

계획대로라면 앞으로 지방정부의 재정여건은 좋아지고 역량을 펼칠 여지도 늘어날 것이다. 희망찬 미래가 조금씩 보이는 것 같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주민의 삶에 와 닿는 감동행정이다. 시대가 변해도 국민의 혈세를 허투루 쓰면 안 된다는 원칙은 바뀌지 않는다.